[물리학과 양찬호 교수팀] 강유전성과 강자성의 상전이 온도가 동일, 상호 작용 가능성 높아

우리 학교 물리학과 양찬호 교수팀이 강유전성과 강자성의 상전이 온도가 같은 다강체를 최초로 발견했다. 이 연구는 지난해 12월 <네이쳐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렸다.

스핀이 정렬되어 나타나는 강자성

자석은 어떻게 자성을 띨까? 자석을 구성하는 전자의 스핀은 일렬로 정렬되어있다. 이 경우 각각이 띄고 있는 자성의 합이 전체 자성이 된다. 일반적인 금속도 외부에서 자기장이 걸리면 자기장에 의해 스핀이 일렬로 정렬되나, 자석과 같이 외부 자기장이 없어도 스핀이 정렬된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를 ‘강자성(ferromagnetic)’을 띤다고 한다. 강자성체는 일정 세기 이상의 자기장을 걸어주면 스핀이 반대로 정렬되며, 온도가 높아지면 강자성을 잃는다.
스핀의 상태가 ‘업’, ‘다운’ 각각 1:1로 존재하는 경우는 자성의 합이 0이므로 겉으로 보기에는 자석이 아니지만, 이를 반강자성체(anti-ferromagnetic)라고 부르며, 강자성체에 포함하기도 한다.

유전분극이 유지되는 강유전체

강자성체와 마찬가지로, 강유전체도 존재한다. 강유전체는 외부에서 전기장을 걸어주지 않아도 유전분극을 유지하는 물질을 말한다. 미시적으로 보면 음이온과 양이온이 약간 해리된 상태로 전기 쌍극자가 같은 방향으로 잘 정렬되었을 경우를 강유전체라고 말한다. 강유전체도 마찬가지로 일정 세기 이상의 전기장을 걸어주면 반대 방향으로 유전분극이 유지되며, 온도가 높아지면 강유전성을 잃는다.

강자성과 강유전성 동시에 가진 다강체

이러한 강자성체나 강유전체는 매우 희귀하다. 그렇다면, 강자성과 강유전성을 동시에 띠는 물질은 얼마나 희귀할까. 이렇게 한 물질이 ‘ferroic'한 특성 여러 가지를 동시에 가진 경우를 ‘다강체(multi-ferroic)’라고 한다.
다강체가 가장 유력하게 응용될 것으로 보이는 분야는 메모리 분야다. 강자성체는 자기장의 방향에 따라서 0과 1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작은 강자성체들에 자기장을 가하면 각각 강자성체의 자기장 방향이 바뀌면서 강자성체의 집합을 기억소자로써 이용할 수 있다. 만약, 강자성과 강유전성이 동시에 나타나는 물질이 있고, 두 성질 사이에 상호 관계가 깊어서 전기장으로 자성을 변형시킬 수 있다면, 정확하고 빠르면서도 오래 정보를 저장 가능한 차세대 메모리를 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다강체는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이상적인 다강체

강자성과 강유전성을 동시에 띠는 다강체는 크게 강자성을 띠는지 반강자성을 띠는지에 따라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다강체는 반강자성과 강유전성을 띠며, 현재까지 공인된 강자성과 강유전성을 동시에 띠는 물질은 없다. 반강자성과 강유전성을 띠는 다강체도 현재까지 발견된 물질 중에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한 가지는 반강자성과 강유전성을 띠지만 상호 작용이 약한 경우이고, 반대의 경우는 상호 관계가 강하지만 전자와 비교하면 반강자성이나 강유전성이 1000배 정도 약하고 매우 낮은 온도에서만 성질을 유지한다.

좋은 다강체 후보물질 찾아

이 연구는 반강자성과 강유전성이 충분히 강하면서도, 반강자성과 강유전성을 잃는 상전이 온도가 상온 근처에서 같은 다강체를 찾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반강자성을 잃는 온도와 강유전성을 잃는 온도가 실험적 오차 내에서 같다는 사실은 두 성질 사이에 강한 상호작용이 존재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따라서 상온에 가까운 온도에서 같이 상전이가 일어나는 다강체를 발견했다는 것은 지금까지 보고된 바 없는 신소재를 발견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격자상수가 준안정상태 만들어

양 교수팀은 비스무트 철산화물을 단결정 기판 위에 박막으로 증착시켰다. 이때, 증착시키는 기판의 격자상수(결정을 구성하는 원자의 간격)에 따라 비스무트 철산화물의 결합 간격이 영향을 받아 원래의 격자상수와는 다른 결합 간격에서 준안정상태를 형성한다. 이 때문에, 특정 기판에서 원래 비스무트 철산화물보다 위로 길쭉한 결정이 형성되면서 물리적인 성질이 완전히 다른 비스무트 철산화물 박막이 형성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다강체의 실질적 응용 측면에서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강자성과 강유전성 간의 상호작용에 관한 근본적인 물리 현상도 매우 많은 연구가 필요하며, 이러한 연구 대상의 표준적인 모델을 제공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양 교수는 “이러한 연구는 많은 연구팀의 협력이 필요하다”라며, “자성에 관해서는 POSTECH과 포항가속기연구소에서, 강유전성과 강자성의 상호작용은 서울대에서 도움을 받아, 좋은 협력연구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 그림 2. T-BFO 박막의 강유전 도메인 구조 /양찬호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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