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강 후 닷새가 지난 2월 10일, 새벽 4시 10분에 학사시스템에 접속한 764명의 대기자가 있다는 안내창이 떠 있다 /학사시스템 누리집 갈무리

'까닭'은 뉴스의 행간과 배경을 읽기 쉬우면서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편집자 주]

개강을 맞아 2주간 수강변경 및 취소를 위해 수강시스템에 접속하는 학우들이 많았다. 특히 이번에는 기존에 분리되어 있었던 두 개의 시스템이 하나의 새로운 시스템으로 통합되면서 이 시스템을 학우과 교수·직원이 모두 이용했고, 때문에 접속자가 여느 때보다 많았다.

학사시스템 ‘새벽 무더기 접속’ 까닭은?

하지만, 소수의 학우만이 깨어있는 새벽 시간대에 760명이 넘는 학우들이 수강시스템에 접속하고 있다는 사실은 의아하다. 취재진이 직접 지난 10일 새벽 4시 10분에 확인한 결과, 764명의 대기자가 있다는 표시와 함께 20초가량을 기다려야 누리집에 접속할 수 있었다.

IT개발팀 임범희 씨는 “교수와 직원들도 같이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통합되면서 전체 이용자 수가 증가했다”라며, “특히 10일은 교수들의 성적 제출 마감일이라서 접속자가 특별히 더 몰린 것 같다”라고 이유를 예상했다.

그러나 새벽 4시 10분은 아침에 출근해야 하는 직원과 교수들이 시스템을 이용한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시간대다. 또한, 대학원생의 경우 교양수업을 수강하지 않기 때문에, 개강 후 닷새가 지난 10일까지 시스템을 이용하는 경우가 드물다. 이를 토대로 대부분의 접속자가 학부생이라고 가정할 때 학부생 중 20%에 해당하는 학우가 새벽 4시 10분에 접속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임 씨는“매크로를 돌리고 있는 학생이 있을 수는 있으나, 특별히 이상이 감지된 IP주소는 일단 없었다”라고 말했다.

매크로를 쓰는 학우가 발생하는 까닭은?

물론 764명의 대기자 대부분이 매크로를 사용하는 인원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해당 시간대에 깨어있는 학우가 적을 뿐더러, 깨어있는 학우 중 수강시스템에 접속하는 학우는 더욱 소수이므로 764명 모두가 순수한 접속자라고 보기는 어렵다. 일부 학우가 매크로를 사용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해진 시각부터 선착순으로 수강신청을 하는 타 대학과 달리 우리 학교는 일정 기간 동안 신청을 받고 추첨으로 수강생을 결정한다. 때문에, 수강신청 기간에는 동시에 접속자가 몰리는 경우가 없다. 하지만, 교양강의의 과목 다양성과 수강인원이 제한되어 있어 수강변경 기간에 교양강의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학사시스템 접속을 한꺼번에 하게 되는 것이다.

부족한 교양강의를 신청하려는 학우들이 경쟁적으로 클릭을 하고, 많은 학우가 수강취소자 한 명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매크로 이용자는 당연히 나타나기 마련이다.

매크로를 이용했다는 10학번의 한 학우는 “매번 교양수업을 열심히 신청했지만 추첨에서 탈락해 졸업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라며, “어쩔 수 없이 매크로를 이용하게 되었다”라고 사용 이유를 밝혔다.

때문에, 매크로를 사용하는 학우만을 문제삼을 수는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먼저 수강신청 대란을 해결해야 하고, 궁극적으로 교양수업 확충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접속 가능 인원이 너무 적지는 않나?

개강 첫 날인 지난 6일 낮에는 학사시스템이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때문에 수강신청을 하려고 접속을 시도한 학우들은 시스템이 복구될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수강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자체의 개선도 시급하다.

현재 사용하는 서버는 2003년부터, 데이터베이스는 1994년부터 계속 써 온 것이다. 특히, 데이터베이스는 25명 정도만 동시접속이 가능할 정도로 성능이 낮다. 세계적 과학기술대학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서버와 데이터베이스가 지나치게 노후하고 시스템 환경이 열악해 재정비가 필요한 것이다.

임 씨는 “우리 학교가 IT시스템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적은데, 이번을 계기로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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