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방송 3사 동시파업’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MBC 노동조합이 총파업을 선언하면서 시작된 방송사 파업의 물결은 KBS 새노조가 총파업을 결의하고, YTN 노조가 파업 찬반투표에 돌입하면서 날이 갈수록 거세지는 모양새다. MBC 노조는 ‘석고대죄 드립니다’라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전면 파업에 돌입해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고, KBS 새노조는 부당 징계 철회와 보도본부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다음달 6일 전면 파업에 들어간다. YTN 노조는 부당 해고자 복직과 배석규 사장의 연임 반대를 외치고 있으며 파업 찬반투표가 끝나는 대로 행동에 돌입할 전망이다.

 이러한 방송사 노조들의 연쇄 파업은 ‘불공정 보도’와 ‘정권의 언론 장악’을 비판하며 궁극적으로 사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 그 공통점이다. 특히, 해당 방송국의 노조원뿐만 아니라 간부급 직원과 비노조원 등 방송의 ‘불편한 진실’을 지켜봐 온 다른 언론인들까지 가세해 한마음으로 ‘공정한 언론, 공정한 보도’를 부르짖고 있다.

 언론인들의 분노 어린 목소리로 사장 퇴진이라는 구호를 외치는 것은 국민에게 명료히 어필할 수 있는 문구임에 틀림이 없다. 또한, 사장의 퇴진이 작금의 사태를 해결할 가장 핵심적 열쇠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사장 한 명이 퇴진한다고 해서 보도의 편향, 왜곡, 축소, 누락을 자행하는 이 모든 상황이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방송사의 여러 보직자들은 불공정 보도를 지시하고 후배의 리포트를 제멋대로 뺐으며, 이에 항의하며 제작거부에 나선 후배들을 마구 징계하는 등의 행보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한 인적 쇄신이 병행되지 않고는 사태의 진전은 요원할 것이다.

 노·사가 일말의 양보도 하지 않고 있어, 각 방송사의 파업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직 예상하기 어렵다. 지난날처럼 언론인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채로 흐지부지될 수도, 반대로 지금 언론인들이 적극 요구하는 일들이 실현될 수도 있다. 현 시점에서 언론의 공정성이 훼손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이를 규탄하는 그들의 용기 있는 자세는 박수받기 마땅하다.

 다만, 사장에 대한 심판에 초점이 맞추어진 이번 방송사 파업 물결로, 현장에서 앞장서 칼을 휘둘러 온 보직간부들과 이를 보고도 침묵을 지키다가 정권이 레임덕에 접어들고 나서야 뒤늦게 반기를 든 언론인들의 자세에 대한 비판이 자칫 매몰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