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학과 김학성 교수팀] 모듈 기반 설계 기술로 원하는 인공항체를 대량 생산 가능해

우리 학교 생명과학과 김학성 교수팀이 바이오및뇌공학과 김동섭 교수와 공동 연구를 진행해, 무악류의 단백질로부터 인공항체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도 선진국의 특허에 영향을 받지 않고 항체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인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2월 10일 자에 게재되었다.

특허와 생산 공정 때문에 비싼 항체

항체는 항원과 결합해 항원-항체반응을 하는 단백질이다. 치료제로 이용될 뿐 아니라, 각종 질병 진단, 분석 등 생명공학 및 의학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항체는 이미 선진국의 특허로 등록되어 있어, 기술사용료를 내야 한다. 또한, 생산 공정이 복잡해서 매우 비싸고 생산량도 적다. 이 때문에, 항체를 대체할 물질의 개발이 시급했다.

무악류에서 찾은 인공항체의 실마리

김 교수팀은 다른 생물의 면역체계에서 해답을 찾았다. 무악류는 턱이 없는 고생대 전기의 어류로, 현재는 칠성장어, 먹장어 등이 남아있다. 이들의 면역체계에는 사람의 면역체계에서 사용되는 항체와는 다른 단백질인 VLR(Variable Lymphocyte Receptor)이 항체 역할을 하고 있다.

모듈로 구성된 반복 단백질

VLR은 반복 단백질이다. 모듈은 특정 단백질에서 반복적으로 존재하는 최소 구조적 단위이며, 이 모듈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단백질을 반복 단백질이라고 한다. 모듈에 의해 형성되는 전체 단백질의 형태를 모듈구조라고 하는데, 김 교수팀은 이 모듈구조를 가진 단백질을 조작하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었다.

모듈을 조작해 원하는 대로 단백질 설계

원래 무악류에서 발견되는 VLR은 사람의 항체와 같은 구실을 할 수는 없었다. 단백질은 3차원 구조로 잘 접혀야 발현되는데, 원래의 VLR은 아미노 말단의 알파-나선구조가 짧아 3차원 구조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 교수팀은 비슷한 구조를 가지면서 아미노 말단이 긴 단백질을 찾아 개조하고자 하는 단백질에 붙였다. 또, 반복되는 모듈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점을 이용해 각각의 모듈을 떼었다가 붙여가면서 원하는 대로 조작해 다양한 구조의 단백질을 생산했다. 이를 이용하면 각각의 모듈을 독립적으로 교체해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단백질을 설계할 수 있다.

▲ 그림 1. 인공항체가 항원과 결합하는 모습 /김학성 교수 제공

인공항체로 충분한 능력 기대돼

이렇게 개발된 인공항체는 실험 결과, 면역원성이 매우 낮아 인체에 들어가도 거의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않으며, pH나 열에 대한 안정성이 인체 내에서도 충분히 높을 것으로 보인다. 또, 기존의 항체는 큰 분자량에 비해 항원과 결합하는 면적이 좁아 결합력이 약했는데, 인공항체는 결합면적을 넓게 설계해 결합력을 늘릴 수 있다. 결합력을 늘리면 항체가 항원에 결합하기 쉬워 항체로써 기능이 좋아진다. 합리적인 설계가 가능해, 원하는 항체의 개발 기간 또한 단축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인체에서 생산되는 항체와 인공항체의 중요한 차이점은 당이 붙어있지 않다는 점이다. 대장균은 당을 붙일 수 없어서 당단백질인 항체를 대량생산할 수 없었는데, 인공항체는 당이 붙어있지 않아 대장균에서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다. 덕분에 인공항체 생산 가격이 저렴해질 수 있다. 또한, 선진국에만 있던 항체 생산에 관한 특허에 저촉되지 않고 인공항체를 생산할 수 있다.

이미 연구팀은 폐혈증과 관절염 치료제인 인공항체를 개발해 후보군으로서 효과를 입증했으며, 동물 실험을 진행 중이다.

김 교수는 “개발된 인공항체는 아직 동물 실험을 진행 중이며 이 외에도 다양한 인공항체를 개발중이다”라며, “학생들이 용기를 갖고 다양한 분야에 도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학우들을 격려했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