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교토 체제, 우리가 취해야 할 입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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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교토 체제, 우리가 취해야 할 입장은
  • 정진훈 기자
  • 승인 2012.02.2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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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가 나타나고 있다. 홍수, 가뭄, 폭설 등 수많은 이상기후에 의한 재해가 인류에게 큰 피해를 미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기후변화협약과 우리나라가 취해야 할 입장에 대해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본다.

지난여름, 서울은 기록적인 폭우로 ‘광화문 대첩’을 겪었다. 그간 사람들은 기후변화로 말미암은 재앙이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하며 대응을 미뤄왔다. 그러나 ‘광화문 대첩’은 기후변화가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님을 일깨워주고 있다.

전 지구적 위험, 온난화

2007년 발간된 IPCC 4차 보고서는 기후변화의 현황과 예상되는 피해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이 보고서를 보면 20세기 동안 지구의 평균온도가 0.74°C 상승했으며, 21세기 말까지는 2.3~4.5°C가 상승할 것이라고 한다. 빙하기와 간빙기 사이의 평균온도 차가 5°C 남짓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이는 실로 엄청난 수치라 할 수 있다. 4차 보고서는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지구 온도가 2~3°C 상승한다면, 가뭄이 들고 빙하가 사라져 10~32억 인구가 물 부족 현상으로 고통을 겪고, 육상 생물 종 35% 정도가 멸종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부정적 영향은 부자와 빈자, 동물과 식물을 가리지 않고 전 지구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온난화 현상 늦추기 위한 기후변화협약

당면한 문제로 다가온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 세계적 노력의 산물이 바로 기후변화협약이다. 기후변화협약은 ‘인간이 기후 체계에 위험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으로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를 안정화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하고 있다. 다시말해, 기후변화협약은 인위적인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함으로써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한 협약으로,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193개국이 당사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포스트 교토 체제가 필요해

최근까지 기후변화협상의 이슈는 새로운 기후체제(Post Kyoto) 구축이었다. 현 기후체제는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교토의정서는 협약체결 당시의 선진국들이 2008~2012년 기간에 1990년의 온실가스 배출수준에서 최소 5%를 감축하도록 규정한 것으로, 현재 존재하는 유일한 법적 규약이다. 올해 교토의정서의 1차 공약기간이 종료되면서 그 이후 체제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지가 기후변화협상에서의 핵심 논의였다.

녹색경제로 전환하기 위한 고통

온실가스 감축은 산업 구조를 바꾸어야 가능한 것인 만큼 필연적으로 고통이 수반된다. 현재 산업의 원동력은 화석연료에 기반을 두고 있다. 산업은 화석연료를 사용해 공장을 운영하고 그 산물로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업 등이 바로 이산화탄소의 주요 배출구다. 녹색경제로 산업 구조를 전환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이러한 산업 구조를 바꿔야 하며 이는 국가 경제의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로 인해 각국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각자 감축을 위한 노력은 다른 나라에 미루고 있다.
특히 교토의정서 2차 공약기간의 연장과 관련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 첨예한 대립이 이어져 왔다. 선진국은 중국, 인도 등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한만큼 선진국 뿐 아니라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가 감축의무를 지는 새로운 체제를 구축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개발도상국은 역사적 책임을 강조하며 그동안 온실가스를 방출해온 선진국과 같은 의무를 질 수 없으므로 선진국만의 의무감축 체제인 교토의정서를 연장하라고 요구해 왔다.

대립 속에 그려진 협약의 밑그림

이러한 대립에 2008년 이후의 경제위기까지 겹치면서 원래 2009년에 종료예정이던 Post-2012 협상은 2010년 총회까지도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남아공의 더반에서 열린 제18차 기후변화협약에서도 비관적 전망이 지배적이었으나, 시한을 이틀이나 넘기면서 이루어진 협상 끝에 Post-2012 체제의 기본 틀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번 합의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타협 결과 이루어진 일종의 패키지딜(Package Deal)로 볼 수 있다. 교토의정서를 연장하는 동시에, 2020년 이후 모든 국가가 참여하는 새로운 법적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협상을 올해 시작해 2015년까지 마치기로 합의한 것이다. 그러나 일본, 러시아는 2차 공약기간에 불참한다고 선언하였고, 캐나다는 이러한 합의 직후 교토의정서 탈퇴를 천명해 더반 회의에서의 성과를 퇴색시키고 있다.

온실가스를 줄일 것인가, 버틸 것인가

더반 회의에서 기후변화체제에 큰 진전이 이루어졌음에도 그 해석 및 대응방향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산업계는 교토의정서에 온실가스 배출량 1~5위(중국, 미국, 러시아, 인도, 일본)가 모두 참여하지 않아 사실상 붕괴한 상황에서 배출권거래제 등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드라이브를 거는 정부의 노력이 지나치게 성급하다는 견해다.

선제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살길

그러나 이러한 수세적 입장은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이전 기후체제인 교토의정서에서는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됨으로써 온실가스 배출감축의무를 지지 않았다. 그러나 2020년 이후의 새로운 기후체제에서는 기존의 선진국-개발도상국 구분을 삭제해 온실가스 감축에 모든 당사국의 참여가 이루어지며 우리나라가 의무적으로 감축의무를 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따라서 이에 대비해 선제적인 온실가스 감축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우리나라는 무역의존도가 매우 높아 만약 기후변화협상 체제가 붕괴하고 양자체제로 전환되면 각국이 설정하는 서로 다른 환경장벽 때문에 다른 나라보다 큰 피해를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EU에서 유럽 상공을 통과하는 모든 항공사에 탄소배출권을 사도록 한 것은 우리나라가 양자체제에서 겪을 수 있는 문제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경제의 대외 의존비율이 약 70%에 달하는 우리나라는 기후문제가 양자체제로 전환되면 다른 경제 문제를 무기 삼아 일방적인 부담을 강요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다자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국익에 맞고,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이라 할 것이다.

녹색산업으로 신성장 동력 얻을 수 있어

EU 등 선진국들은 서둘러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는 등 법 제도와 경제구조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형태로 전환함으로써 이를 향후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삼고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선진국이 1~2%의 낮은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저성장궤도에 들어서 있다. 태양에너지 분야는 기존의 화석연료 분야보다 일자리 창출 규모가 7~11배나 높다고 한다. 고용이 한계에 부딪힌 현 산업 구조하에서 녹색산업은 침체한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것이다. 선제적이고 과감한 감축노력을 통해 기후변화협상에서 주도권을 얻음으로써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취하고 있는 경우라 할 수 있다.

/ 이가영 기자

유럽 vs 인도, 우리가 갈 길은

이와 대비되는 장면이 더반 총회 마지막 협상에서 연출되었다. 다른 모든 나라가 합의에 이르렀을 때 인도만이 유일하게 2020년 이후 단일 법적 체제 구축에 반대하고 있었다. 총회 의장은 EU와 인도가 협상장 한가운데서 일대일로 협상할 것을 명했고, 모든 나라의 압박에 못이겨 인도 역시 결정문에 합의하는 것을 보았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대응은 인도의 모습과 같아야 할 것인가, EU의 모습과 같아야 할 것인가. 우리 모두가 곰곰이 생각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글 / 환경부 기후변화협약 담당 사무관 최한창

 

※ 용어 정리

기후변화협약 :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 기본협약. 지구 온난화로 인한 재앙을 막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 세계기상기구와 국제연합환경계획이 설립한 조직으로, 기후변화와 그 영향, 적응 등에 대한 과학적 분석과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기구다.

온실가스(온실기체) : 온난화 현상을 가속하는 기체다. 이산화탄소, 메탄을 비롯해 7가지 기체가 교토의정서에 의해 규제되는 온실기체다. 원래 6종류였으나, 삼불화질소(NF3)가 최근에 추가되었다.

녹색산업, 녹색경제 : 지속 가능한 경제 및 산업 구조를 이른다. 저탄소 산업, 고에너지 효율 기술, 생태 관광 등을 포함한다.

탄소 배출권거래제 :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있는 국가에 배출쿼터를 부여한 후, 동 국가 간 배출쿼터의 거래를 허용하는 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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