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본부와 총장, 교수협의회, 총학생회, 이사회와 정부 등이 얽히고설킨 학내 갈등 상황이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갈등의 축을 이루는 각 주체들은 학내 게시판에 글을 올리거나 협상을 통해 접점을 찾는 대신, 취재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열심히 기자회견과 기자간담회를 갖는 등 언론 홍보를 위해 애쓰는 모양새다. 그만큼 학내외의 여론을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선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여론의 흐름을 이루는 핵심부에는 언론이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런데, 학내 갈등 상황을 보도하는 일부 언론의 보도 행태가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논조의 차이를 넘어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왜곡하더니, 한쪽 편에게 유리한 수치만 인용하거나 기자의 사견을 마구 삽입하고 급기야 게시물이나 인터뷰 내용을 짜깁기해 논점을 호도하고 있다. 저널리즘의 기본조차 내팽개친 이러한 행태가, 엄정한 중립성과 공정성이 요구되는 뉴스통신사의 보도에서 오히려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특히 우려된다.

찬성 의견이 반대 의견의 130%에 달한 총회 결과를 놓고, 찬성이 과반을 넘지 못했다는 이유로 오히려 반대 의견만을 주요하게 다룬 기사는 시시한 축에 속한다. 찬성이 과반을 넘자 이번에는 투표율을 곱해서 어떻게든 수치를 절반 아래로 만들더니, 찬성이 과반을 압도적으로 넘은 조사에서는 조사의 신뢰성 문제를 제기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흠집내기에 치중하는 보도를 보였다.

주요 사안을 분석보도하면서 한 쪽 견해만 인용하는 것은 약과고, 그나마 기계적 중립을 지킨 편에 속하는 기사도 한쪽 편은 ‘밝혔다’로, 한쪽 편은 ‘주장했다’ 또는 ‘인정했다’ 등으로 문장을 매듭짓는 행태가 지속적으로 반복되었다. 학생커뮤니티 ARA의 인기 게시글이 양비론적 관점을 취하면 한쪽 편을 비판하는 내용만 인용했고, 한쪽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오면 곧바로 보도하되 반론은 싣지 않았다.

급기야 한 뉴스통신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기자의 편향된 의견으로 점철된 기사를 보도하기에 이르렀다. 다른 기사에서는 총학 회장을 인터뷰한 뒤 논점에서 벗어난 내용을 부각하는 보도를 해, 당사자인 총학 내부에서조차 ‘틀린 내용은 없지만 다소 황당하다’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쯤되면 논설문인지 기사문인지 헷갈릴 정도다.

‘진실된 뉴스’ ‘권력 감시와 비판’ ‘소외계층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자 불을 밝힌다…’ 위에서 언급된 기사를 보도한 언론의 회사 소개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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