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신소재 그래핀, 벌집 모양 구조 탄소의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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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 신소재 그래핀, 벌집 모양 구조 탄소의 마법
  • 정진훈 기자
  • 승인 2012.02.14 0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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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신소재’, ‘신소재 계의 엄친아’. 그래핀에 쏟아지는 찬사들이다. 이전 소재들을 뛰어넘는 탁월한 물성을 다양하게 갖고 있으니, 온 학계가 주목할만하다. 뉴스나 신문에서도 한 주가 멀다 하고 각종 연구와 소식이 쏟아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래핀이 그냥 ‘좋은 물질’이라고 알고 있을 뿐 정작 무엇인지, 어디까지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지는 잘 모른다. 그래핀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자.

탁월한 물성은 그래핀의 구조 덕분
그래핀은 탄소가 벌집 모양으로 배열된 한 층의 물질이다. 흑연(Graphite)은 그래핀을 층층이 쌓은 구조다. 다시 말해, 흑연에서 탄소 한 층을 분리한 것이 그래핀인 것이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 한 층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매우 얇은 두께(약 0.34nm)를 가진다. 덕분에 그래핀은 유연하면서도 유리보다 투명하다.
탄소 원자 하나는 세 개의 탄소와 결합하며, 전자가 sp2 혼성 오비탈을 구성한다. 탄소의 최외각 전자는 네 개이므로 나머지 한 개는 파이 전자로 존재하는데, 이 전자들이 벌집 모양으로 전자구름을 형성하면 양자적 특성 탓에 질량이 없는 것처럼 움직인다는 것이 알려졌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그래핀은 탁월한 전기전도성을 가진다.

▲ 그래핀의 벌집 모양 구조                                        이의섭 학우 제공

탄소의 결합력이 열 전도성과 기계적 강도의 원인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로 알려진 다이아몬드는 탄소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탄소의 전자 공유가 강해 결합이 강력하기 때문인데, 그래핀의 탄소도 마찬가지로 강력한 결합을 형성한다. 이 때문에, 그래핀의 강도는 강철보다 10배 정도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한 결합은 탄소의 열 전도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열 전도는 원자의 진동에너지가 전달되면서 일어나는데, 그래핀은 탄소끼리의 결합이 강력하므로 더 빠르게 진동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다. 그래핀의 열 전도성은 구리보다도 탁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명 테이프에서 발견한 혁신
이러한 그래핀은 어디에서 발견되었을까. 이론적으로 그래핀의 존재는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그러나 열역학적으로 불안정할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그래핀이 실제로 존재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고, 실제로 그래핀을 합성하거나 흑연으로부터 분리해 낸 전례가 없었다는 점 때문에 연구의 진척이 느렸다. 하지만 안드레 가임 교수가 투명 테이프를 흑연에 붙였다가 떼는 방법으로 그래핀을 흑연으로부터 분리하는 데 성공하자 그래핀 생산과 연구에 박차가 가해졌다.
안드레 가임 교수와 같이 투명 테이프를 이용해 물리적으로 그래핀을 떼어내는 것을 기계적 박리라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으로는 겨우 수 나노미터 크기의 그래핀밖에 분리해내지 못한다. 이 때문에 기계적 박리로 분리한 그래핀은 물성 연구나 이론적인 연구에 주로 사용된다.


화학적인 증착으로 그래핀 생산 가능해
기계적 박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된 방법이 화학 증기 증착법(CVD, Chemical Vapor Depo-sition)이다. 화학 증기 증착법은 원하는 물질에 에너지를 가해 증기로 만들어 금속 표면에 증착시키는 방법이다. 그래핀은 에틸렌을 증착시켜 열을 가해 수소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합성한다. 이때 증착시키는 금속은 구리나 니켈을 주로 사용하며, 이렇게 생산된 그래핀을 CVD 그래핀이라고 한다. 이 방법은 삼성 등의 기업에서 운영하는 그래핀 공장에서 생산하는 방식으로, 그래핀을 실제 산업적으로 응용 가능한 크기로 만들기 위해서 사용한다.

실제 사용을 위한 대안, RGO
하지만 CVD 그래핀도 실제로 사용하기에는 비싸다. 그래서 개발한 것이 환원 그래핀 산화물(RGO, Reduced Graphene Oxide)이다. 다른 말로는 ‘나노 그래핀’이라고도 한다. 흑연을 산 처리하면 산소가 흑연의 그래핀 층 사이로 끼어들며 그래핀을 산화시킨다. 산화된 그래핀을 물에 녹인 후 넓게 펴서 물을 제거하면 필름 형태로 산화 그래핀이 깔리게 된다. 그 후 산화 그래핀에 가열이나 수소처리 등을 이용해 환원시키면 그래핀 필름이 생성된다. 이렇게 생성된 필름은 정확하게는 단일 그래핀은 아니며, 나노 크기의 그래핀이 쌓인 그래핀 필름이다. 하지만 산업적으로 가장 저렴하고 유의미한 크기의 그래핀 생성법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상용화가 근접한 그래핀 투명 전극
이렇게 생산된 그래핀은 셀 수도 없는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그래핀의 응용 사례가 바로 투명 전극이다. 투명하면서도 전기적 물성이 뛰어난 그래핀의 특성을 이용한 투명 전극은 이미 삼성이 시연도 보인 제품으로서 상용화에 매우 근접한 분야다. 기존에는 투명 전극으로 ITO(Indium Tin Oxide, 산화 인듐주석)를 사용하였으나, 이를 그래핀으로 대체하면 더 고효율이고, 더 투명한 전극을 만들 수 있다. 이를 더 응용하면 차 유리에 김 서림 방지를 위한 열선을 투명하게 설치할 수 있다. 또, 그래핀으로 만든 투명 전극을 휘어지는 기판에 설치하면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다. 이 외에도 그래핀으로 만든 투명 전극은 태양 전지 등, 빛이 이용되는 수많은 분야에 사용될 수 있다.

대부분의 전기 소자에 응용될 수 있어
그래핀의 전기적 물성을 중점적으로 이용한 기술 개발도 활발하다. 반도체의 경우, 실리콘을 이용한 반도체는 이미 공정을 개선하는데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 물질 중 하나가 바로 그래핀이다. 하지만 그래핀은 도체이므로 전기적 성질을 조절하려면 연구가 더 필요하다. 또, 센서나 배터리의 성능을 향상하는 데 그래핀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없이 많은 응용 분야와 가능성
또, 튼튼하고도 가벼운 그래핀의 성질을 응용해 각종 고강도, 경량화 소재를 연구 개발 중이다. 그래핀이 열 전도성이 뛰어나다는 점을 이용해 방열소재로의 가능성도 크다. 탄소 원자가 촘촘히 결합해 있어 수소 원자도 통과하지 못하는 특징을 응용해 가스 배리어(Gas Barrier)로서 활용할 수 있다. 그래핀을 이용해 물질을 코팅하면 물질의 산화나 손상을 막을 수 있다. 그래핀이 얇은 이차원 구조를 가진다는 점을 이용해 다양한 촉매로 이용하려는 시도도 존재하며, 한편에서는 다른 나노 소재나 고분자 소재를 섞어 복합체로 이용하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그래핀을 탄소 나노튜브와 결합한 인공 근육 섬유가 개발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다양한 분야와 제품에 응용되고 연구하고 있다.

우리 학교의 그래핀 연구 현황
우리나라는 그래핀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앞서고 있다. 국내 유수의 대학에서 논문이 나오고 있으며, 특히 그래핀 제조와 응용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다.
우리 학교에서도 훌륭한 연구 실적을 내고 있는 연구진이 많다. 전기및전자공학과 조병진 교수는 CVD 그래핀을 이용한 전기적 장비를 높은 수준으로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플래시 메모리의 금속 전극을 그래핀으로 대체하면 소자의 성능과 신뢰도가 크게 상승한다는 사실을 규명해 <나노 레터스> 11월 온라인 속보에 논문을 게재한 바 있다. 신소재공학과 김상욱 교수는 RGO 그래핀 응용 연구를 하고 있다. 최근 그래핀을 기판으로 이용해 DNA를 정렬한 2나노미터급 반도체 제작 기술을 개발했다. EEWS 대학원 박정영 교수는 CVD 그래핀에 관한 연구를 하는데, 지난해 7월 <사이언스>지 온라인 속보에 그래핀의 도메인과 주름 구조를 규명하고, 주름 구조를 제어할 가능성을 제시한 논문을 게재했다. 나노과학기술대학원 김용현 교수는 이론 분야의 연구를 하고 있으며, 나노 그래핀의 화학 구조를 규명한 논문이 <네이쳐 커뮤니케이션스> 올해 1월호에 실렸다. 생명화학공학과 정희태 교수팀은 그래핀 결정면을 대면적으로 관찰하는 기술을 개발해 11월에 <네이쳐 나노테크놀로지> 온라인 속보로 논문을 게재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신소재공학과 전석우 교수, 물리학과 장기조 교수를 비롯해 학내 많은 연구진이 다양한 분야에서 서로 긴밀하게 협조하며 연구를 하고 있다.

다양하고 탁월한 물성으로 꿈의 신소재라 불리는 그래핀은 아직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다. 연구된 지 오래된 분야가 아니므로 아직 모르는 것도, 활용할 분야도 무궁무진하다. 김용현 교수는 “원석의 아름다움을 살리듯, 그래핀의 특성을 깊이 이해해 적합한 활용 용도를 논의해야 한다”라며 많은 학생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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