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선관위 홈페이지 공격 사태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대학가의 시국선언 물결에 우리 학교도 지난 3일 서명 홈페이지를 오픈함으로써 합류했다.

지난해 대학생사회를 대변하는 최대의 이슈 중 하나였던 반값등록금과는 달리, 디도스 사태는 학생 모두의 공감을 유도해내기에 더 적합했다. 학생 개인마다 처한 환경에 따라 반값등록금에 대한 문제 인식 정도가 제각각인 반면, ‘공정하지 못한 선거’라는 사상 초유의 문제는 학생 대다수가 그 심각성을 비슷하게 인식해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문제의식이 대학생사회의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점은 조금 다른 관점에서 논해야 할 이야기다.

여전히 기성세대에게 우리 대학생들은 정치에 무관심하고,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며 놀기 바쁘거나 돈 벌고 스펙 쌓고 ‘내 것’ 챙기기 바쁜 20대로 평가되고 있는 듯하다. 온몸으로 저항하며 눈물과 피로써 민주주의를 쟁취한 선배님들을 생각하면 이 시대 젊은이들, 다시 말해 우리는 자칫 얌전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세대 담론이 과연 적절한가? 촛불과 피켓을 들고 데모하러 나서야만 궐기하는 것인가?

이번 시국선언은 새로워진 대학생 정치 참여 모습의 예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우리 학교의 시국선언은 총학생회가 적극 밀고 나가는 형태가 아니라 오히려 일반 학우들의 의중을 총학이 따라가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정 인물 혹은 이념 단체의 지휘 아래 수직적인 조직으로서 불의에 저항하는 대신에, 특정 사건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이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더 큰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이번 시국선언의 모습은 이전과는 상당히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무엇이 더 옳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후자가 보다 폭넓은 층을 수용할 수 있고 그 파급력은 더 클 수 있다. 분명한 것은, 민주화를 위한 대학생의 투쟁의식이 계승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4.11 총선과 12.19 대선을 앞두고 있다. 대학생 다수가 첫 참정권 행사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못한다면 민주주의가 무너져 내린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같은 맥락에서 10.26 재보선 디도스 사태의 진상이 규명되지 않는다면 우리 국민의 소중한 투표권은 한낱 겉치레에 불과해진다.

민주주의의 가치를 수호하고자 하는 이 시대 대학생들의 시국선언, 우리세대가 민주주의를 울부짖는 마지막 성장통이 되길 바라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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