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는 스마트폰 이용자 10명 중 7명이 스마트폰에 중독되어 있다고 발표했다. 스마트폰이 일반화되면서, 쉴 새 없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사람이 많아졌다. 스마트 폰으로 실시간 메신저, SNS 및 웹 서핑 등을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즐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양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게 된 것은 분명히 좋은 일이지만, 시도 때도 없이 들어오는 많은 정보 때문에 피곤할 때도 있다. 우리의 뇌는 휴식이 필요하다.

정보 홍수의 시대
인터넷 검색을 하면 검색어와 관련된 정보들이 나열되는데 그 정보들은 일부 글과 사진을 보여주며 링크를 걸어주는 하이퍼텍스트들이다. 우리는 원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 제시된 하이퍼텍스트들을 빠르게 눈으로 훑는다. 2008년 캘리포니아 대학은 인터넷 사용으로 인해 일반인이 하루 평균 받아들이는 정보의 양이 1960년보다 3배나 늘어났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인터넷진흥원의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일 인터넷 사용시간은 2008년 1.9시간으로 집계되었다. 반면 2011년에는 2.2시간으로 집계된 데에 이어 스마트 폰을 이용한 일일 인터넷 사용이 1.5시간이었다. 평균적으로 스마트 폰 이용자는 하루에 인터넷을 3.7시간이나 사용하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정확히 얼마나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던 과거에 비하면 매우 많은 정보임은 분명하다. 정보 홍수의 시대, 우리의 사고방식은 분명히 과거와 매우 다를 것이다.

뇌는 훈련으로 만들어진다
1970년대에 머제니치는 뇌에 초소형 전기 프로브를 삽입해 전기 자극을 살펴보는 방식으로 뇌 지도를 작성했다. 머제니치는 원숭이의 두개골 일부를 제거했다. 그리고 초소형 프로브를 원숭이의 손 감각과 연결된 피질에 집어넣어 보면서 뇌가 어떤 신경과 연결되어 있는지 알려주는 마이크로 지도를 그릴 수 있었다. 그는 정상적인 원숭이의 뇌 지도를 그렸다. 원숭이 뇌에서 중지와 연결된 신경의 위치를 찾은 뒤, 원숭이의 중지를 절단했다. 절단 직후에는 여전히 뇌에 중지를 담당하던 부위가 존재했지만, 원숭이는 중지를 인지할 수 없었다. 하지만 몇 달 후, 그 부분은 중지가 아닌 다른 손가락에 연결되어 그 손가락의 감각을 담당하고 있었다. 이는 뇌의 구조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뇌의 기능과 발달 정도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밝힌 첫 실험이었다. 이후 머제니치는 30여 년간의 연구로 당시 성인의 뇌는 고정되어 변하지 않는다는 통념을 깨고, 뇌가 유동적으로 변한다는 가소성을 증명했다. 머제니치 이후로 이어진 연구들은 특정 뇌 부분을 많이 사용하면 그 부분이 발달하며, 쓰지 않으면 퇴화함을 밝혔다.
장시간에 걸친 인터넷에서의 정보 처리 습관은 천천히, 오랜 시간에 걸쳐 정보를 얻는 전통적 방식과는 매우 다르다. 뇌의 가소성을 고려해볼 때 온라인상에서의 우리의 습관은 오프라인에서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수많은 정보로 인한 과부하
인터넷을 더 많이 사용할수록 우리의 뇌는 정보를 더욱 빨리, 효율적으로 처리하도록 훈련되고 이로 인해 지속적인 집중능력과 기억력이 저하된다. 스탠퍼드대 클리포드 나스 교수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빈번히 멀티태스킹을 하는 이들은 쉽게 관련 없는 주변 자극에 의해 산만해지고, 기억력도 뒤떨어졌다. 또한, 특정 업무에 집중력을 유지하는 능력도 뒤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다른 종류의 정보를 받아들이기 위해 주요 업무의 수행과 연관된 부분에서의 희생이 있음을 시사한다.
우리는 장시간 인터넷을 사용하며 빈번히 멀티태스킹을 한다. 하지만 이때 받아들이는 다양한 정보에 집중하지도, 또 그 정보를 오랫동안 기억하지도 않는다. 짧은 시간의 정보 탐색으로 훑어보는 습관이 생기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집중 능력이 저하되고 있다.
집중력 저하에 이은 또 다른 문제는 기억력 저하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뇌가 받아들인 정보가 장기 기억으로 이어지려면 다른 정보를 받아들이지 않은 채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서 다음과 같은 실험이 있었다. 사람들에게 아무런 관련성이 없는 단어 한 세트를 외우게 하고 한 시간이 지난 후 또 다른 세트를 외우게 하면 두 세트를 모두 기억할 수 있었다. 하지만 두 세트의 단어를 외우는 시간 간격이 한 시간보다 적으면 첫 번째 세트의 단어는 기억할 수 없었다. 일반적으로 인터넷 정보를 받아들이는데 충분한 시간 간격을 갖지 않기 때문에 오래 기억하는 습관을 기를 수 없다. 충분한 시간 없이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면 장기 기억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2009년 초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논문에서 발달심리학자인 패트리샤 그린필드는 여러 종류의 미디어가 인간의 지능과 학습 능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50건 이상의 연구를 종합 분석했다. 페트리샤 그린필드는 다음과 같이 결론지었다. 점차 인터넷과 스크린 기반의 다른 기술을 더 많이 사용하면서 이는 시공간적 능력에 대한 광범위하고 섬세한 발달로 이어졌다. 예를 들어 우리는 예전에 비해 머릿속에서의 대상에 대한 방향 전환이 능숙해졌다. 하지만 시공간적 지능에 대한 새로운 강점은 의식적 지식 습득,  상상, 귀납적 분석, 비판적 사고 능력을 뒷받침하는 처리 과정에 대한 능력의 약화와 함께 일어났다. 즉, “모든 미디어는 특정 기술을 희생하는 대신 다른 특정한 인지기술을 발달시킨다”라는 것이다.

기억의 수단에 대한 파이드로스의 기록
플라톤의 저서 파이드로스에 이집트의 왕 타무스와 발명의 신 토트의 대화에 관한 내용이 있다. 토트가 문자를 만들고선 타무스에게 “문자는 이집트인의 지혜와 기억력을 늘려 줄 것이오. 기억과 지혜의 완벽한 보증수표가 될 것이오"라고 말하자 타무스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특정 기술의 개발자가 그 기술의 일차적 이점만을 설명하는 것은 섣부른 일입니다. (중략) 기억하는데 문자를 사용하면 기억력을 사용하지 않게 되어 오히려 더 많이 잊게 될 것입니다. 당신이 발명해낸 것은 회상의 보증수표이지, 기억의 보증수표는 아닙니다. 그리고 문자를 사용하면 적절한 가르침 없이도 많은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것이고, 실제로는 거의 무지하다 할지라도 지식이 있는 것으로 인정받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진정한 지혜 대신 지혜에 대한 자만심으로 가득 차 사회에 짐만 될 것입니다"
문자와 인터넷은 정보를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는 공통점 때문에 토트와 타무스의 대화는 인터넷을 둘러싼 논란과 비슷하다. 현재 인터넷은 그 이점만 부각되고 있다. 토트와 타무스의 진중한 대화처럼, 인터넷 같은 기술적 도구들을 받아들일 때, 그 이면에 대해 생각해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인터넷 검색으로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간편하게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노트북과 스마트폰 등 다양한 디지털 기기들이 보편화 되면서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는 요즘, 단편적이고 일시적인 인터넷 정보들만 지나치게 받아들이면 깊고 진중한 사고를 하기가 어려워진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의 시비는 명확히 결론내릴 수는 없지만, 직접 우리 자신을 살펴보면 타당성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을 바라보면서 산만해져 있는 우리를 발견한다면, 그때는 우리의 소중한 뇌에게 휴식을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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