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준엽(무학과 11)


 나는 가끔 진흙탕 속을 뒹구는 나를 상상한다. 거기엔 세상의 모든 음란과 문란과 혼란이 있고, 나는 그 질척거리는 진창에서 나굴면서 즐겁다. 그렇게 이따금, 더러울 대로 더럽게 나를 굴린다. 세상의 모든 놀량패 놀음을 신둥부러지게 해치워 보는 일이다.
 그러나 내가 너절한 것은 아니다. 항상은 연(蓮)이고 싶다. 내 갈빛 몸뚱이는 저 밑바닥에 처박아두고 물 밖에는 대궁만 내민다. 꽃으로 피지 않아도 좋다. 때때로 물방울을 궁굴리면서도 젖지 않을 뿐이면.

 아마 수심은 익사할 정도는 될 것이다. 사람들이 몸을 사려 밑바닥엔 찾아오지 않고 다만 꽃·줄기로 족하면 그뿐이다.
 그리고 나는 또 그 언젠가 가끔, 고스란히 진흙탕을 나뒹구는 꿈을 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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