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벚꽃이 예뻤던 올봄, 너무 더워서 영영 지나가지 않을 것만 같았던 올여름과 낙엽 부서지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던 가을도 완전히 지나가고, 이제 눈꽃이 피는 한겨울이 다가왔다. 거리를 수놓는 반짝이는 트리와 함께 울려 퍼지는 캐럴, 그리고 구세군의 종소리. 당신은 그 종소리를 들으며, 찬바람 새는 단칸방에서 떨고있을 우리네 이웃을 떠올려 본 적이 있는가?

 마음은 있는데 돈이 없어서, 혹은 시간이 없거나 절차가 까다로워서 아무것도 나누지 못했다면, 돈 한 푼 없이 손가락만으로 할 수 있는 온라인 기부에 대해 알아보자

 

영어 공부와 기부를 동시에, 프리라이스

 온라인 기부 문화의 대표적인 예는 바로 프리라이스(FreeRice)다. 프리라이스는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 웹 사이트로 UN의 세계식량기구에 의해 운영된다. 이 사이트에서는 여러가지 유형의 게임이 제공되는데, 사용자가 문제 하나를 맞힐 때마다 10알의 쌀이 기부된다. 게임의 종류는 영어 어휘 맞추기, 사칙연산하기, 영문법 맞추기뿐만 아니라 화학 기호, 지리, 명화 맞추기 등으로 다양하다. 불어, 독일어, 이탈리아어의 어휘 게임도 제공된다. 모든 문제는 사지선다형 객관식이며, 사용자가 얻은 총점은 쌀의 양으로 표시된다.

 이 사이트의 목적은 모든 이에게 무료로 교육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굶주린 이들에게 식량을 제공해 세계 기아를 극복하는 것이다. 실질적인 쌀 기부는 세계식량기구의 예산과 함께 이 웹 사이트에 광고를 실은 여러 후원 업체들의 투자로 이루어진다. 올해 타임지에서 선정한 ‘최고의 웹 사이트 50’ 중 하나인 프리라이스는 매년 꾸준히 그 기부량이 늘어나고 있으며, 지난 10월에는 총 938억 알 가량의 쌀이 기부되었다. 잠깐의 시간을 투자해 이 웹 사이트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맞히면 세계 어딘가의 굶주린 누군가는 밥을 먹을 수 있다.

 

후원콩으로 시린 마음에 온기를 심으세요

 ‘콩 한쪽도 나눠 먹으라’라는 옛말을 온라인 상에서 실현한 사이트가 있다. 바로 ‘네이버 해피빈’이다. 해피빈은 (주)NHN에서 운영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중화된 온라인 기부 포털로, 우리나라 온라인 기부 문화의 선두주자라고도 말할 수 있으며 지난 2009년에 비영리재단 ‘해피빈’이 설립되었다.

 초기 해피빈은 기부에 대한 피드백을 정확하게 해주는 개념으로 시작되었는데, 다수 사람의 무관심으로 기부 사업이 잘 진행되지 않았다. 극한 사연을 접할 때만 지갑을 여는 우리나라 기부 문화의 기저를 바꾸고자 해피빈 재단 대표 권혁일씨는 ‘콩’이란 매개체를 통한 기부 커뮤니티로 해피빈 사업을 전환했다고 한다.

 해피빈에서 ‘콩’은 100원의 가치를 지니는 기부 가능한 포인트와 같은 역할을 하는데, 직접 결재해서 얻는 충전콩과 네이버 포털 활동으로 얻는 후원콩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후원콩은 메일을 보내거나 블로그나 카페에 글을 쓰는 것, 네이버와 해피빈 곳곳의 배너를 클릭하는 것 등 약 10가지 방법으로 얻을 수 있다. 단, 후원콩은 유효기간이 있어서 기간 내에 기부하지 않으면 사라진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주제 선정에서 모금까지 앞장서서 할 수 있는 희망해

 ‘다음 희망해’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온라인 기부 포털 중 하나이다. 희망해가 다른 기부 포털과 차별화되는 점은 기부 주제 선정에서부터 실제 모금까지의 전 과정이 네티즌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지는 ‘희망모금’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소외계층 지원에서부터 환경, 공익이슈까지 다양한 모금을 제안할 수 있으며, 네티즌 500명이 모금에 공감하는 서명을 하면 심사를 거쳐 모금이 시작된다.

 ‘희망모금’은 휴대폰, 신용카드, 계좌이체 등을 통해 네티즌이 직접 기부하는 방식과 다음 포털 활동으로 간접 기부하는 방식 두 가지가 있다. 간접 기부는 댓글 달기, 위젯 퍼가기 등으로 참여 할 수 있으며 이 활동에 따라 다음은 100원에서 1000원까지 후원금을 대신 기부한다.

 다음은 ‘희망후’ 코너를 통해 모금 집행 내역, 모금 후 수혜자와의 인터뷰 등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모금의 신뢰도를 높였다.

 지난달 24일부터 오는 30일까지 다음에서는 ‘2011 따뜻한 대한민국을 희망해’ 캠페인을 진행하는데, 다음 메신저 ‘마이피플’로 스티커를 보내면 회원 1명당 최대 4,600원까지 다음이 네티즌의 이름으로 기부를 한다고 하니 눈여겨볼 만하다.

 

모두가 사이좋은 따뜻한 세상을 만들자

 ‘싸이월드 사이좋은세상’ 역시 국내 온라인 기부 포털의 큰 축 중 하나이다. 사이좋은세상만의 특징적인 사업은 작년 가을부터 연간으로 진행하고 있는 ‘온기훈훈’이다. ‘온기훈훈’은 문화체육관광부와 MOU를 체결해 소외계층이나 소시민을 위한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캠페인이다. 또한, 사이좋은세상의 가장 오래된 서비스는 ‘봉사’ 사업으로, 단체와의 협약 등으로 온라인으로 봉사 인증서를 발급하고 취업 사이트 인크루트와 연계해서 봉사 인증서 자동 등록 시스템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해피빈이나 희망해와 달리 활동으로 얻는 ‘기부 포인트’ 시스템은 사이좋은세상에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 사이좋은세상에서 현금 없이 기부하기 위해서는 포털 서비스 홍보 차원의 행사에서 무료로 배포되는 ‘도토리’를 얻거나, 단발적으로 열리는 댓글을 달면 사이좋은세상이 100원을 대신 기부하는 캠페인에 참여하는 방법이 있다. 사이좋은세상도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기부 포인트’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똑똑한 기부 자세 필요해

 앞서 얘기한 여러가지 간접 기부 서비스를 보면, ‘왜 일정 금액을 그냥 기부하지 않고 댓글 하나에 100원이라는 조건을 달아 기부를 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이는 간접 기부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털 역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기부 포털에서 네티즌의 간접 기부가 가능한 것은 대부분 포털의 예산이나 연계된 업체의 지원금이 있기 때문이고, 이것이 회사 및 포털 이미지 향상을 위한 마케팅의 일환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온라인 기부는 나의 응원 한마디로 누군가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전달되고,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직접 결재를 통한 기부에 겁을 내는 사람들이 많다. 얼마 전 한 자선단체의 비리 폭로 이후 있었던 설문에서 다수가 ‘기부할 마음이 사라졌다’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믿고 기부할 곳이 없어서 고민이라면, 돈은 없지만 마음으로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면, 인터넷과 손가락만으로 할 수 있는 온라인 기부부터 시작해 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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