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여러분, 훌륭한 KAIST 취재기자가 되고 싶다고요? 그거, 어렵지 않아요. 훌륭한 기자가 되려면 세 가지 자질을 갖추면 되는데, 언론인의 양심, 기자의 영혼, 그리고 사람들과의 친분이에요.

어떤 사람들과 친분을 쌓게 되면, 학생커뮤니티 ARA에 글 하나가 올라왔다면서 이걸 읽으라고 연락이 올 텐데, 연락을 받았으면 기사를 쓰면 돼요. 물론, 어떤 쪽에 유리한 글만 알려줘요. 그 글 하나로는 분량이 안 나온다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ARA의 다른 글도 모두 읽고 나서, 기사에 넣을 글을 공정하게 선정하면 돼요.

이 때 총학의 여론조사를 비판하는 글이 있다면, 작성자의 의도를 살리기 위해 그대로 실어줘요. 이를 반박하는 글이 올라왔다고요? 높은 추천수를 기록했다고요? 시간이 없으니까 그건 무시해요. 설문 문항이 편향되었다는 점을 지적하는 기사가 정작 편향되었을 리는 결코 없어요.

이렇게 공정한 기사를 작성해 올리면 기사가 세 군데에 뜨게 되는데, 언론사 홈페이지, 포털사이트 메인화면, 그리고 학생커뮤니티 ARA에 뜨게 돼요. 아무도 ARA에 기사를 안 올리면 어떡하냐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아까 친분을 쌓았던 사람들이, “이런 기사도 있네요”라면서 올려줄 거예요.

이렇게 기사 몇 개로 정국의 흐름을 바꿨다면, 이제 투표나 여론조사 같은 것의 결과를 보도하게 되는데, 통계에 자신이 없다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문학만 잘 해도 돼요. ‘개혁 실패를 인정할 것을 요구한다’가 찬성 49% 반대 37%면, “학생들은 개혁이 실패했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거부했다”고 작문(作文)하면 돼요.

만약 ‘퇴진을 요구한다’가 찬성 63% 반대 9%면 어떡하냐고요? 이 때는 찬성 63%에 투표율 71%를 곱해서, “과반이 안 되는 교수만 찬성했다”라고 쓰면 돼요. 어떤 경우라도 결과를 공정하게 전할 수 있어요.

이렇게 기사를 쓰고 나면, 아까 친분을 쌓았던 사람들에게 연락을 해서 견해를 말해 달라고 하면 되는데, 이 한마디 앞에 “KAIST의 한 구성원은”이라는 구절을 붙여 기사를 마무리하면 돼요. “조사에 대표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라고 덧붙이는 것도 잊지 마세요.

어른이 여러분, 너무 쉽죠? 이렇게 잘 따라해서, 담론을 선도하는 공정하고 양심적인 기자가 되기를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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