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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인’이 할 수 있는 것
[317호] 2009년 04월 08일 (수) 김은희 기자 hou-hou@kaist.ac.kr

김선재 제23 KAIST 학부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우리 학교는 공대입니다. 나아가 우리 나라에 있는 대학 중에서 가장 뛰어난 평가를 받는 학교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 학교에 다니는 우리 학교 학우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바로 세상을 더욱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과 우주에 대한 끝없는 수수께끼를 풀어가고, 사람들의 생활과 환경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새로운 기술들을 개발하면서, 우리는 세상을 더 행복한 곳으로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이 것이 바로 공대생이자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에서 미래를 만들어 가는 ‘KAIST인’들이 할 수 있는, 그리고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일들을 혼자서 해 나가기는 분명히 힘들 것입니다. 개인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날지라도, 혼자서 이룰 수 있는 성과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정말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어 가고, 바꾸어 가려면 여럿이 뭉쳐 서로의 능력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혼자보다는 여럿이 모였을 때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고, 더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음은 분명합니다. 그러면 단순히 사람이 여럿 모이는 것으로는 세상이 바뀔 수 있을까요? 아니라고 봅니다. 사람 수는 분명 세상을 바꾸는 데 중요한 요소이지만, 결정적인 요소는 아닐 것입니다. 이때까지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고 해서 그렇게 쉽게 세상이 바뀌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더 중요한 요소는 바로 그 사람들 간의 신뢰와 애정 그리고 관심과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맹목적 호의와도 다른 의미입니다. 공동체와 개인 모두를 염두에 두고, 서로 선을 추구하는 사이에서 일어나는 깊은 의미의 감정교류입니다.

아쉬운 것은 우리 학교 학우들 사이에서 이런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들이 많이 부족하지 않았는가 하는 점입니다. 더욱이 가슴 한편에서는 우리 학교 학우들이 일종의 악순환에 빠진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마저 들곤 합니다. 2008년 포카전이 끝나고 아라 게시판이 자조의 목소리로 가득 찼을 때, 학교 당국이 내놓는 갑작스러운 정책의 변경에도 학생들은 수동적으로 수용해야만 했을 때, 큰 사건이 터지고 나서도우리가 나선다고 뭐 바뀌겠어?’라는 푸념이 곳곳에서 나올 때 저는 개인적으로 너무도 아쉽고 슬펐습니다.

이렇게 학습 된 무기력증은 처음에 학생들 사이의 신뢰를 잃어버리게 했습니다. 누군가 나서도 변하지 않는 현실에 점점 신뢰를 거둔 것으로 생각합니다. 서로에 대한 관심도 점차 사라졌습니다. 같은 학생 중 누군가가 곤란을 겪어도, 함께 축제를 열어도 항상 관심이 부족하다는 내부적 목소리가 흘러나오곤 했습니다. 감정의 교류가 없어지고 곧이어 사람들이 여럿 모인 모임들도 파편화되어 갔습니다. 결국에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는 꿈과 자신감도 조금씩 잃어 갔던 것은 아닐까요?

이러한 흐름 속에 총학생회가 있습니다.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의사를 모아서 주변을 바꾸고 세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모임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총학생회에서 나섰지만, 세상에 영향을 줄 수 없을 때 학생들은 깊은 좌절을 맛보았습니다. 총학생회가 활동했지만 실질적인 변화가 없을 때 우리는 패배감에 빠졌습니다. 모든 문제의 원인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론은 총학생회가 제 역할을 제대로 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학생들의 의견이 모이고 그것이 요구되고 결국에 작은 것이라도 학생들의 뜻대로 바뀌어 갈 때, 비로소 악순환이 선순환으로 슬

며시 바뀌어 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변화, 작은 성취감, 작은 승리감들이 우리에게는 필요합니다. 우리 학교 학우들이 작지만 무엇인가를 해 냈을때, ‘아 뭔가 하면 되는구나라는 감정의 교류가 생길 것이고 이는 결국 학교를, 나아가 세상을 보다 행복하게 바꾸어 나갈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우리 학교를 사랑하는 보통의 학생입니다. 다만, 우리 학교 학우들 속에 있는 패배감의 악순환이 자신감의 선순환으로 변화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우리가 자신감을 느끼고 더 당당하게 세상을 맞이할 때, 우리는 단순한 방관자가 아닌 창조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주변부터 먼 곳까지 차근차근 세상을 더 행복한 곳으로 창조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여러분께 평범한 학생으로서 제안 드립니다. 이런 즐거운 변화들을 함께 만들어보지 않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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