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처럼 정치가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온 시기도 드물다. 이렇게 정치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정치의 꽃인 선거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수많은 언론사가 여론조사를 발표하지만, 조사를 수행한 회사나 언론사마다 결과가 달라 유권자에게 큰 혼란을 주고 있다. 선거 미리 보기인 여론조사, 여론조사는 왜 이렇게 결과가 서로 다르게 나타날까

여론조사, 남의 생각을 묻다

 사람들은 언제나 남의 생각을 알고 싶어한다. 이러한 욕구가 대중을 상대로 실현된 것이 여론조사다. ‘다른 사람은 누구를 지지할까?’라는 질문을 여론조사 기관이 나서서 해결해 주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다수의 생각을 바탕으로 자신의 의견을 강화하기도 하고, 마음을 바꾸기도 한다.

표본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여론조사는 ‘잘 뽑은 표본은 전체를 대변한다’는 통계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시행된다. 어떤 집단의 평균 연령을 알아내기 위해 조사를 시행할 때 60대 이상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표본을 추출하면 전체 집단의 실제 평균 연령보다 표본 집단의 평균 연령이 높아질 것이다. 또, 천만 명의 평균 연령을 구하기 위해 표본을 한 사람만 추출한다면 그 한 사람이 나머지 전체의 평균 연령을 대변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표본을 잘 추출했다는 것은 특정 집단에 편중되지 않고 적절한 숫자의 표본을 뽑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표본을 잘 추출한다면 만 명당 한 사람만 조사해도 수천만 명의 의견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신뢰도를 위해 표본추출 방법도 변화해

 표본을 추출하기 위해 다양한 기준이 제시되었다. 전화 여론조사의 경우 기존에는 KT에 등재된 전화번호부에서 추출한 표본으로 여론조사를 시행해왔다. 그러나 KT 미등재 전화번호가 증가하면서 이 방법은 표본 전체에 대한 대표성을 잃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RDD(Random Digit Diali-ng) 방식이다. RDD 방식은 컴퓨터가 전화번호를 무작위로 생성해 여론조사를 시행하는 방법으로, 무작위로 전화번호를 생성하기 때문에, KT 미등재 전화번호도 포함한 조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RDD 방식으로 추출한 표본도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바로 휴대전화 때문이다. 유선전화를 사용하지 않고 휴대전화만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젊은 연령층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어, RDD 방식을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표본의 연령대가 전체 연령대에 비해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요즘은 표본에 휴대전화를 일정부분 할당해 신뢰도를 높이려는 방안이 시도되고 있다.

선거 전 여론조사와 다른 출구조사

 선거 당일에 시행되는 출구조사는 계통 표출(systematic sampl-ing) 방법을 이용한다. 계통 표출 방식은 투표를 마치고 투표장을 나오는 사람의 숫자를 세어 몇 번째 사람마다 물어보는 방식이다. 선거인 명부에서 무작위 추출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채택한 방법이지만 제법 높은 신뢰도를 보인다. 출구조사는 그 특성상 투표를 이미 마치고 나온 사람들에 대해 조사하다 보니,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기 보다는 결과 발표 직전까지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오락의 성격이 짙다. 또한 여론조사 발표와 실제 선거 결과 발표 사이의 시간적 간격이 짧기 때문에 더더욱 신뢰도에 민감하다.

컴퓨터를 이용한 효율적인 여론조사

 현재 전화를 통한 여론조사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전통적인 전화 여론조사는 CATI(Compu-ter Assisted Telephone Inter-viewing, 전화면접조사)로, 면접원이 직접 설문조사를 수행하되, 그 외에 전화 걸기, 응답체크, 감독 및 검증 등의 거의 모든 과정을 컴퓨터와 프로그램을 이용해 수행하는 시스템이다. 전산화가 쉽고, 면접원이 실수할 가능성도 줄어들 수 있다. 전화도 중복되지 않게 자동으로 걸어주기 때문에 조사의 시간적 효율도 증대된다.

 ARS(Automatic Response Syst-em, 자동 응답 시스템)는 면접원이 응답자와 대화하면서 조사가 진행되는 일반적인 여론조사와 달리 녹음된 성우의 목소리를 통해 질문하고 수화기의 버튼을 눌러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성우의 목소리를 녹음해 이용하기 때문에 면접원을 고용할 필요가 없다. 덕분에 비용이 적게 들며, 면접원에 상관없이 같은 음성이 응답자에게 전달되므로 면접원에 따른 편차나 부정 가능성이 없다. 응답자가 버튼을 눌러 표기하는 응답이 바로 데이터 파일로 저장되기 때문에 CATI보다 전산화도 쉽다.

CATI와 ARS의 신뢰도 논쟁

 그러나 ARS를 통한 여론조사는 신뢰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녹음된 음성이 거부감을 유발해 응답률이 매우 떨어지기 때문이다. 정치에 관심이 없거나 젊은 연령대의 사람들은 대부분 녹음된 음성을 듣자마자 전화를 끊는다. 이렇게 표본이 편중되면 자연히 ARS의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선거 결과와 여론조사 결과를 비교해 보면, CATI 방식의 여론조사보다 ARS 방식의 여론조사가 높은 신뢰도를 보여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는 유권자들이 자신의 표심을 제삼자에게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므로 면접원이 직접 조사하는 CATI보다 ARS가 유권자의 진솔한 표심을 알아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출구조사에서 면접원이 직접 묻지 않고, 응답지를 작성하는 방식을 통해 조사를 했을 때 정확도가 상승한 예가 이를 뒷받침한다.

여론조사도 알아야 바로 읽을수 있어

 따라서, 여론조사가 발표되면 언론의 보도를 곧이곧대로 믿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어떤 기준으로 표본을 추출했으며 어떠한 방식으로 조사를 했는지에 따라 여론조사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심이 곧 천의라 했다. 여론조사는 단순히 흥미나 호기심으로 수행되는 것이 아니라 민심을 읽기 위한 도구로서 이용되어왔다. 후보 지지도 여론조사는 각 후보에게 자신의 공약이나 활동을 되짚어보고 앞으로의 계획에 반영하기 위해서 시행된다. 하지만 반대로 대중의 표심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악용하는 경우도 종종 나타난다.

 계속 새로운 여론조사 방법과 표본 추출 기준이 개발되고 있다. 다양한 여론조사 방법을 적절히 이용한다면 앞으로는 더 정확한 예측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어떠한 여론조사도 완벽하게 실제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여론조사를 접할 때, 현명하게 판단하고 분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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