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9월, 런던의 거리는 창조와 영감으로 화려하게 물든다. 런던 시내 곳곳에서 크고 작은 디자인 행사가 열리고 도시는 후끈 달아오른다. 세계 각국으로부터 온 다채로운 디자인들의 잔치,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 2011에 우리 학교 산업디자인학과 배상민 교수팀이 작품을 선보이고 돌아왔다

폐품에 새 생명을 불어넣다, Reuse project

 지난 봄 학기, 산업디자인학과 석사과정 수업인 ‘디자인 프로젝트1’에서 석사과정 1년 차 학우들로 이루어진 9개의 팀이 배상민 교수의 지도로 재활용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프로젝트의 목적은 폐품을 직접 사용하거나 그것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새로운 디자인 제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디자인 프로젝트1 수업에서 재활용 중심의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은 작년부터로, NGO ‘아름다운 가게’의 도움을 받아 진행되었다. 봄 학기 종강 후 작품 수정 및 준비를 거쳐 지난 9월 22일부터 25일, 4일에 걸쳐 열린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의 텐트 런던 쇼에 전체 9팀 중 6팀이 참가했다.

세계 디자인의 트렌드가 한곳에, 텐트 런던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은 밀라노, 뉴욕 디자인 페스티벌과 함께 세계 3대 디자인 페스티벌로 불리는 대규모 행사이다. 배 교수팀이 참가한 텐트 런던(Tent London)은 ‘100% 런던’과 함께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의 주요 쇼 중 하나로, 올해는 약 9만 명이 방문했다. 텐트 런던은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쇼로 주목받고 있으며 전 세계 디자이너들이 한데 모여 영감을 주고받는 집결지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디자인 회사들과 신예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The Stands’에 배 교수팀의 작품들이 ‘Rebirthday’라는 제목으로 전시되었다.

 

▲ Automatic Calendar

평생 쓸 수 있는 달력

 이 작품은 자전거 바퀴, 카메라 렌즈, 나무판, 삼각대가 재사용된 벽걸이형 영구 달력으로, 수동으로 작동하는 기존의 영구 달력과는 달리 내장된 서보 모터들에 의해 자동으로 날짜가 옮겨진다. 작품의 주인인 김환 학우는 아름다운 가게에 방문하기 전에는 테니스 라켓의 프레임을 이용한 조금 다른 방향의 영구 달력을 계획했다고 한다. 하지만 작품을 더 구체적으로 구상하는 단계에서 구현성, 작품의 존재감 등을 고려해 자전거 바퀴로 재료를 변경했고, 이 작품을 탄생시켰다.

 

▲ Ventlight

바람으로 빛을 내다

 Ventilight는 Ventilation과 light의 합성어로, 바람으로 불이 켜지는 모듈형 조명이다. 나누리, 손보경 학우가 함께 만든 이 작품은 산업쓰레기로 많이 버려지는 전자석과 컴퓨터 팬, LED가 재활용되었다. 바람이 팬을 회전시키고, 그것이 전자석을 통해 전기로 바뀌어 LED에 빛을 내게 한다. 이 작품으로 보기 흉한 지하철 환기구를 공공디자인 요소로 발전시킬 수 있다. 나 학우는 “작품을 시험할 때 대전 지하철 환기구의 바람이 약해 불이 켜지지 않아 서울까지 가야 했다”라며 “게다가 장마철이어서 작품을 시험해 보기가 더욱 힘들었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 Puzzle Furnirture

모양이 자유자재로 변하는 장난감, 기억하시나요?

 Puzzle furniture는 빨래건조대에 쓰이는 스테인리스 스틸 봉에 천과 실을 덧붙여 재활용한 작품이다. 이 작품을 만든 이혜립 학우는 장난감 MAGIC CUBE에서 영감을 얻었는데, 연결 부분이 안전하면서도 필요에 따라 분리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의자, 침대, 서랍 등 사용자의 의도에 따라 여러 가지 모양으로 변형할 수 있는 이 가구는 크기가 커서 런던 전시를 위해 배송할 때 두 개로 나누어 가져가야 했다고 한다. 이 작품은 세계 4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Reddot concept award를 수상했다.

 

▲ Penc:∥

연필에 도돌이표를 달다

 이은정 학우와 잔수 아카수(Cansu Akarsu) 학우가 함께 개발한 Penc:II은 평생 쓸 수 있는 연필로, 나무 대신 양초 왁스로 만들어졌다. 왁스는 50~70도 사이에서 녹는데, 연필 깎기로 연필을 깎으면 연결된 모듈 안으로 조각들이 모이고, 그것들을 뜨거운 물 속에 넣고 녹인 뒤 심을 꽂아 굳히면 새 연필이 탄생한다. 이 작품의 특이한 점은 연필을 깎을 때 심도 함께 갈려 들어가 사용할수록 연필의 색깔이 변한다는 것이다. 이 학우는 다양한 양초들 중, 어떤 것은 구멍이나 심 가까이 기포가 생겨 가장 적합한 양초를 고르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말했다.

 

▲ Dora_Fan

나만을 위한 맞춤형 선풍기

 Dora_Fan은 모듈과 보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모듈에는 버려진 컴퓨터의 팬과 이어폰 소켓이 재활용되었고, 보드는 전류가 흐르는 두 개의 타공 철판에 +극과 -극의 전선이 연결되어 있다. 보드에 전류가 흐르기 때문에 팬을 꽂으면 이것이 돌아가면서 바람을 일으켜 작은 선풍기의 역할을 한다. 원하는 위치에 자유롭게 팬을 꽂아 바람을 즐길 수 있고, 팬의 개수로 바람 세기를 조절할 수 있다. 이 작품을 만든 임지민 학우는 아름다운 가게에 방문했을 때 수많은 컴퓨터 팬, 한쪽이 고장 난 이어폰을 보면서 너무 큰 자원 낭비라 느꼈고, 다시 활용하고 싶었다고 한다.

 

▲ Spin

집에 있는 묵은 물감으로 티셔츠를 재탄생시키자

 Spin은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수동으로 돌려 즐기는 스핀아트 장감으로 커피 그라인더, 미니 삼각대, 밀가루 체, 자수틀이 재활용되었다. 작품 꼭대기의 동그랗고 두꺼운 부분에 천을 고정할 수 있어, 그 위로 페인트를 뿌리면 퍼지는 효과가 나 스핀아트와 같은 미술 작품도 만들 수 있다. 이 작품을 제작한 김경현 학우는 대량 생산되는 공산품이 아닌, 재미를 가지고 무언가를 생산해 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본래 전기를 사용한 자동화를 계획했던 이 작품은 봉과 기어, 손잡이를 연결해 수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작품으로 탄생했다. 김 학우는 유치원에서 이 작품을 시험했는데, 아이들이 많은 관심을 보여 지나치게 사용한 나머지 작품이 고장나기도 했었다고 한다.

재활용 디자인의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다

 재활용은 주제로 한 디자인 프로젝트는 많이 있지만, 소파 천을 이용해 가방을 만들거나 옷을 리폼하는 등 미적인 부분을 강조한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배 교수팀의 프로젝트는 기존의 작품들과는 달리 기술적인 측면이 강조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새로운 방식의 재활용 디자인을 보여준 것이다. 이은정 학우는 “전시를 준비할 때 힘든 점이 많았지만,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어 좋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김경현 학우는 “학교 프로젝트로 텐트 런던에 참가한 것은 우리가 처음인데, 유럽에서의 전시 가능성을 보여준 것 같아 기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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