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대한민국 최고의 화두는 두말할 것도 없이‘소통’이었다. ‘정부와 국민 소통의 부재’는‘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로 사회로 표출되었다. 또한, 학교 안에서는‘학교와 학생 소통의 부재’가 큰 문제가 되었다. ‘소통’을 위해서 열린 작년 3월 11일에 있었던 총장-학생 간담회는 학생과 학교의 반목을 여실히 드러내 주었고, 그 이후로도 계절학기비 인상과 계절학기 폐지, 연차초과자에 대한 여러 가지 제한과 학생자치권 침해 등 학교와 학생의 의견은 곳곳에서 충돌하였고 뚜렷한 결론 없이 평행선을 달려왔다.
 그렇다면 2009년 3월인 지금은 어떠한가? 과연 학내 소통은 나아졌을까? 단언컨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작년에 제기된 수많은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학생 고소 사태, 재수강비 및 계절학기비 재인상 등의 크나큰 문제가 발생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학생들의 생각은 어떠할까? 개혁안의 직접적 대상인 07학번으로써, 다른 동기들의 말을 들어보면 꽤나 충격적이다. 한 친구의 말을 빌리면, “어차피 학교가 우리의 말을 듣는 것도 아니고 이제는 그냥 포기하고 빨리 졸업이나 하겠다. 내가 졸업해서는 단 100원도 기부를 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더욱더 큰 문제는, 이러한 생각을 가진 학생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문제다. 공동체 의식은 실종되었고, 학교의 구성원 간의 반목은 오히려 더 증폭되고 있는 것이 편실이다.
 얼마 전에 학과장님을 만나 뵐 기회가 있었다. 앞에 써놓은 이야기들을 말씀드리니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셨다. 그리고 ‘대학원 연구환경 실태 조사’의‘사회 진출 후에 KAIST에 기부할 의향이 있습니까?’항목의 답변을 언급하시면서, “교수로서 학생들이 학교에 대한 기부 의향이 매우 낮게 나타난 것을 보고 솔직히 말하면 배신감을 느꼈다.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는 학생들을 지도할 의욕이 나겠는가”라고 말씀하셨다. 한편, 학생들은 이러한 소통의 단절과 혐교심의 근원은 모두 학교 당국에 있다고 말한다. 과연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양쪽의 말이 모두 맞으면서 틀리다고 할 수 있다. 소통의 부재는 비단 학교 정책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KAIST라는 공동체에 속해있다는 의식마저 흐리게 만든 것이다. 누구의 탓도 할 수 없는 부분이며, 공동의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부분은 한시바삐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같은 집단으로 보지 않는데 논문 인용지수와 국제화 지수, 타임즈 대학 랭킹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겉으로는 발전하는 것처럼 보여도 속에서부터 썩어가는 것이다.
 과연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다시 소통이 이루어지고 공동체 의식을 되살리면 되는 것이다. 작년의 총장-학생 간담회와 같은 일회성 행사를 넘어서서 정기적으로 학생과 학교 사이의 소통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나아가 학교의 학생 대상 정책 입안 과정에 학생대표가 참여함으로써 민주적인 공동체 구축을 위한 포석을 다져야 할 것이다. 또한, 학내의 모든 구성원이 개인주의적인 생각을 버리고, 타인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고 서로 배려할 필요가 있다.
 상호 간의 신뢰 구축과 우리는 하나라는 의식을 통해 KAIST는 더욱 높이 비상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 없는 학교도, 교직원 없는 학교도 없다. KAIST라는 한 깃발 아래서 결국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들을 이루려면 먼저 우리 모두가 화합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07학번 수리과학과 이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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