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과 진실 사이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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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과 진실 사이의 거짓말
  • 장다현 기자
  • 승인 2011.11.07 0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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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나무인형 ‘피노키오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피노키오는 유명한 이탈리아의 동화인 <피노키오의 모험>의 주인공이다. 작가 클로디는 피노키오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어 냈을까? 사실 그 모티브는 우리 주변에 있다. 대부분의 사람 자신도 ‘피노키오’처럼 매우 많은 거짓말을 하고 살며, 거짓말을 할 때는 ‘지금 거짓말 중’이라는 것을 몸이 다 드러내고 있다

우리는 거짓말을 하며 산다

 거짓말의 사전적 정의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상대방에게 이것을 믿게 하려고 사실인 것처럼 꾸며서 하는 말’이다. 하지만 심리학에서는 좀 더 포괄적으로 ‘사실을 의도적으로 왜곡시켜 전달하는 것’으로, 잘 모르는 척과 은폐를 포함한다. 어떤 심리학자의 주장에 따르면 사람은 하루에 300번에 가까운 거짓말을 한다. 하루에 300번이나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과장된 감이 있지만, 사람이 생각보다 매우 많은 거짓말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거짓말, 인간만의 능력

동물도 위장 따위의 속이기를 하지만 이는 거짓‘말’은 아니다. 인류가 진화하면서 듣기 능력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대뇌 심피질이 발달하면서 말하기 능력은 크게 발전했다. 고도의 말하기 능력인 거짓말은 인간만의 특징인 것이다. 사람은 태어난 지 6개월에서 2년 사이에 거짓말을 하기 시작한다. 또 어렸을 때는 거짓말을 나쁜 것으로 인지하다가 점점 도덕관념이 바뀌어 11살이 되면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라고 생각하는 아이는 30%에 불과하게 된다. 거짓말은 사회의 조직과 화술, 처세술의 발전의 자연스러운 결과물이다. 거짓말의 순기능은 서로에게 나쁜 정보를 공개해 대인 관계에서 크고 작은 갈등을 겪는 것을 피하고,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는 각자의 거짓말 경험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거짓말의 색깔

 새빨간 거짓말, 하얀 거짓말 등 유독 거짓말에는 색깔이 있다. 그만큼 거짓말의 성격이 다양하고 분명하다는 의미이다. 심리학에서는 거짓말쟁이에 따라 크게 연기형, 이중인격형, 타산주의형으로 나눈다. 연기형 거짓말쟁이는 마치 인간관계라는 무대에서 연기하는 배우가 된 것처럼 자신의 언행을 조절한다. 이중인격형 거짓말쟁이는 권력관계를 파악해 사람을 가리고, 아첨하는 부류다. 타산주의형 거짓말쟁이는 이해관계에 따라 자신에게 유리한 거짓말을 한다. 또 악의적 거짓말에 대한 죄책감이 적다.

 거짓말의 성향에 따라 사람의 성격도 비슷하다. 일반적으로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은 거짓말에 대한 죄책감과 대가, 거짓말을 하게 된 동기가 약해 손실보다는 이익을 추구한다. 한편으로는 처세술에 능하기도 해서 크게 성공하는 사람도 있다.

거짓말에 속는 이유

 최근 뉴스들을 보면 참 대단한 거짓말쟁이들이 많다. 이런 거짓말들을 보고 있으면 ‘왜 거짓말을 하는 수준만큼 거짓말을 잘 알아채지 못하는 걸까’하는 의문이 든다. 이에 대한 설명은 문화적 배경에서 이유를 찾는다. 프랑스 혁명 이전의 사회에서는 개인의 존엄성이라는 개념이 없어서 프라이버시라는 개념도 없었다. 그리고 상품의 유통구조가 단순해서 사회생활에서 숨길 수 있는 것이 적었다. 그래서 거짓말을 할 필요가 적었고, 거짓말을 알아챌 능력을 기를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프라이버시라는 개념이 생겨나고 화폐의 유통이 활성화되었다. 화폐 경제가 발달하면서 상품의 유통구조가 고도로 복잡해졌고, 숨길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아졌다. 현대 사회에서 거짓말의 효용성이 증가했고 그만큼 거짓말이 일반화되게 된 것이다. 그에 비해 이를 파악하는 능력은 길러지지 않았다.

 이 외에도 ‘사람이 의심하기보다는 신뢰하기를 선호해서’, ‘간혹 거짓말을 사실이라고 믿고 싶어서’, ‘사실을 알면 민망하거나 부정적일 때 은폐에 동의하기’ 등의 이유로 거짓말에 속는다.

몸으로 말해요

 거짓말이 일반화되고 정교해져도 거짓말은 거짓‘말’일 뿐, 행동은 거짓을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거짓말에 쉽게 속아도 머리부터 발 끝까지 거짓말이 완벽하진 않다. 그러므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의 행동에 주목하면 거짓말인지 아닌지를 파악할 수 있다.

 얼굴의 미세한 근육들은 수십 가지 감정에 따라 다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그냥 웃고 있다 하더라도 그 종류는 수십 가지에 이른다. 또 억지로 미소지을 때는 눈 주변의 근육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 얼굴에 있는 불수의근은 감정에 의해서만 조절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실한 표정과 인위적인 표정에는 구분할 수 있는 차이가 존재한다. 이를 잘 이용하면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판별할 수 있다.

 그리고 말을 할 때 하는 손짓 등의 설명 동작(gesture)은 거짓말을 할 때 불안함을 감추기 위해 억제된다. 또한 다리를 떠는 것을 감추기 위해 다리를 꼬기도 한다. 거짓말을 할 때 설명 동작은 억제 되지만 거짓말을 할 때만 나타나는 ‘상징 동작’이 있다. 상징 동작은 특정 심리 상태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동작으로 불수의적인 근육에 의해 조절된다. 이 동작은 불수의적이지만, 후천적으로 습득하는 것으로 사람마다 상징 동작을 안 가질 수도 있고 모두 다른 상징 동작을 가질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거짓말을 할 때 눈동자를 왼쪽으로 움직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눈썹을 움찔하기도 한다.

거짓말 탐지기

 일반적으로 거짓말 탐지기라고 알려진 것은 ‘폴리그래프(poly-graph)’다. 거짓말을 할 때에는 죄책감이나 탄로 날 때 치러야 하는 대가에 대한 중압감을 느껴 자율신경계가 활성화된다.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동공이 커지고 땀이 많이 난다. 폴리그래프는 땀을 흘리는 정도에 따라 몸을 통해 흐르는 전류가 달라지는 것을 이용한 장치다. 그러나 취조당하는 환경 자체가 큰 긴장요소가 될 수 있어 오판의 여지가 있다. 오판을 줄이기 위해서 수사와는 관계없는 질문을 하기도 한다. ‘당신은 지금까지 한 번이라도 물건을 훔친 적이 있습니까?’라고 질문하면 결백한 사람은 의심을 살까 봐 훔친 적이 없다고 거짓말을 한다. 일부로 거짓말을 유도해서 거짓말을 할 때와 진실을 말할 때의 긴장 정도를 비교해 판별하는 것이다. 그러나 폴리그래프는 감정의 변화가 없는 사이코패스나 뛰어난 거짓말쟁이를 탐지할 수 없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범인들을 조사할 때 쓰는 ‘유죄지식검사법’이 있다. 유죄지식검사법은 범인만이 알 수 있는 구체적인 정보를 제시하며 반응을 살피는 것이다. 훔친 돈의 구체적인 액수나 범죄 현장의 사진을 제시하면 검사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다른 거짓말탐지법들이 개발되었는데, 뇌파와 뇌의 활성을 조사하는 방법이다. 올해 초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사이코패스 김길태를 조사할 때 사용한 방법은 P300-뇌파 탐지 검사법이다. 유죄지식검사법을 사용하면 범인은 뇌의 ‘범행에 관한 인지’를 하며, 이때 P300파가 발생한다. 즉 P300파의 검출을 이용하면 범인을 찾을 수 있다. fMRI를 이용해 거짓말을 탐지하는 방법도 있다. 뇌에서 거짓말을 할 때 활성화되는 부분, 진실을 말할 때 활성화되는 부분이 달라서 fMRI로 활성화 정도를 살피면 거의 정확하게 거짓말을 탐지해 낼 수 있다.

 앞서 거짓말 탐지의 방법들을 소개했지만, 폴리그래프의 정확도는 80%에 불과하고 더 정밀한 거짓말 탐지기들도 100% 정확하지는 않다. 타고난 거짓말쟁이들은 철저히 논리적이고 완벽한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평범한 사람이라면 저지를 만한 실수를 저지르면서 거짓말을 한다. 또 표정은 연기자들이 우는 연기를 할 때 슬픈 기억을 떠올리는 것처럼 감정이입을 통해 자연스럽게 연기한다. 행동 동작도 적절히 하고 상징 동작은 가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심문에 대한 중압감과 거짓말에 대한 죄책감이 적어 폴리그래프도 무용지물이다.

 첨단의 거짓말탐지법들이 있지만, 아직 뇌에 대해 잘 몰라서 거짓말을 완벽하게 판별할 수 없다. 심리학자 마크 플랑크는 ‘거짓말을 완벽히 탐지할 수 있다고 한다면 새빨간 거짓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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