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와이어 이용해 빠르고 극명하게 온도 차 형성, 손쉬운 나노단위 제어 실현

 혈소판보다 작은 로봇이 혈액을 따라 이동하며, 세포의 작용을 마음대로 조절하고 병든 세포를 치료한다는 내용은 공상과학 영화의 단골 소재다. 이러한 로봇을 빠르고 정밀하게 개발하는 데 필요한 원천기술이 기계공학전공 박인규 교수 연구팀에 의해 개발되었다.

 이 연구결과는 나노과학 분야의 저명한 학술지 <나노 레터스> 10월 3일 자 온라인판에 게재되었다.

나노기술의 시대… “빠지는 곳 없네”

 스마트폰, 유독가스의 제어, 반도체, 태양전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나노기술이 핵심적으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같은 성분으로 이루어진 물질이라도 큰 덩어리로 존재할 때와 그것을 나노미터 단위로 잘게 나누었을 때의 성질은 크게 다르다. 이는 입자의 크기가 작아지면 전자들이 가지는 에너지 준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때 나노구조만의 특성을 이용하면 특정 성능이 굉장히 뛰어난 물질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

 더 효율적인 메모리(memory) 소자의 개발도 나노기술을 이용한 ‘핫 이슈’다. 패턴을 작고 조밀하게 만들수록 같은 면적에 더 많은 정보를 넣을 수 있다. DNA 이중나선의 한 부분을 풀거나, 특정 위치에만 단백질을 합성하는 등의 작업도 나노기술을 이용하면 선택적으로 가능해 바이오칩에도 활용된다.

나노와이어를 이용한 나노단위 제어

 수십 나노미터 이하의 두께로 조밀하게 만들어진 나노와이어에 전위차를 가하면 줄 발열(Joule Heating, 도체에 전류가 흘러 열이 발생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가열되는 나노와이어는 굉장히 가늘어 열용량이 작기 때문에, 2마이크로초 안에 가열되고 식는다. 게다가, 주변을 열전도성이 낮은 물질로 구성하면 수십 나노미터 수준의 위치에만 열을 가할 수 있다.

 이전까지는 전압을 가하면 나노와이어가 곧바로 끊어진다는 것이 학계의 ‘상식’이었다. 박 교수팀은 마이크로와이어부터 시작해 점차 굵기를 줄였다. 일 년을 시도한 끝에 연구진은 나노와이어를 섭씨 수백 도까지 가열하는 데 성공했다.

 나노와이어의 가열이 중요한 이유는 선택적인 화학반응을 위해서다. 거의 모든 화학반응은 양의 활성화 에너지가 필요하며, 이 장벽을 넘도록 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빛에너지나 열에너지를 가한다.

 그동안 레이저를 이용해 시도한 실험에서는 빛을 쬐는 부분을 수 마이크로미터까지만 좁힐 수 있었다. NSOM(근접광주사현미경)을 사용하면 수십 나노미터까지도 좁힐 수 있지만, 장비가 비싸고 과정이 복잡해 연구가 어려웠다. 반면, 박 교수팀의 원천기술은 NSOM 수준의 좁은 반응부위를 구현하면서도 빠르고 쉽게 가열할 수 있다.

 이 기술이 발전하면, 단백질이나 DNA의 선택적 탈·부착이 가능해 고성능 바이오칩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반도체에 초미세 패턴을 그릴 수도 있다. 세포막을 국부적으로 열면 약품을 주입하고 자극해 치료할 수도 있고, 암세포를 파괴하는 것도 가능하다.

국부 가열 이용한 응용 실험도 성공

 박 교수팀은 나노와이어의 줄 발열과 더불어, 이를 이용하면 나노분자를 신속하고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음을 실험을 통해 보였다.

 먼저 연구진은 고분자의 열경화를 이용해 패턴을 형성했다. 열경화할 수 있는 고분자를 전체적으로 덮은 뒤 적정 온도로 국부 가열하면 해당 부위만 경화된다. 이를 용매에 넣으면 경화된 부분만 남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용해된다.

 이보다 온도를 상당 수준 더 높이자, 국부 가열된 부위의 고분자가 분해되어 사라지고 나머지 부분만 남아 열분해를 이용해서도 패턴을 형성할 수 있음을 보였다.

 또한, 고분자를 나노와이어로 열분해한 뒤 나노입자를 도포하고, 충분히 말린 뒤 고분자를 벗겨내자 열분해한 자리의 나노입자만이 가늘고 균일하게 남았다. 이 때 나노입자들은 결정의 ‘씨앗’이 되어, 나노와이어의 공급원이 되는 화학물질을 공급하면 기존의 나노입자들을 따라 공급한 입자가 달라붙는다. 나노와이어가 화학적으로 합성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을 이용하면 나노수준의 위치 정밀도를 가지고 선택적인 위치에 나노와이어를 합성, 배열하는 것이 가능하다.

 연구진은 마지막으로, 나노와이어의 공급원이 되는 화학물질을 공급한 채로 국부적 열을 가했다. 그 결과, 가열된 부분만 열에너지가 공급되어 나노와이어가 합성되었다.

 단백질 및 유전자의 조작, 바이오칩, 메모리, 세포 조절 등은 향후 활발한 연구가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박 교수팀의 연구결과는 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그 적용을 입증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박 교수는“이러한 메모리 소자 및 생체 세포로의 확장을 계속 연구할 계획이며, 수 년내에 적용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 나노와이어를 이용한 국부적 가열과 그 응용사례= 세밀한 온도조절(좌)과 이를 이용한 국소적 열경화(중앙) 및 나노와이어 합성 사진(우) /박인규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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