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팔 문화과학대학 교학팀장

 

 우리가 아는 우화 중에‘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토끼와 거북이가 땅에서 달리기 시합을 하는 중에 토끼가 자신의 실력만 믿고 잠을 자다가 거북이에게 뒤졌다는 내용이다. 우리는 이 이야기에서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노력을 통하여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다, 또는 실력을 과신하고 노력을 하지 않으면 실패한다는 지극히 교훈적인 교육을 줄곧 받아왔고 이를 당연한 것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똑같은 이야기를 외국인 학생들에게 들려준 결과 그들의 반응은 달랐다. 즉, 거북이가 토끼가 자는 상황을 이용해 경주에서 이겼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거북이는 Fair Play가 아닌 Foul Play를 했다는 것이다. 물론, 앞에 서 말한 Fair Play를 했다면 거북이는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토끼에게 졌을 것이다.
 이러한 우화를 통해 우리는 아래와 같은 여러 가지 논쟁을 할 수 있다. ▲경쟁에서 이기려고 타인의 어려움을 이용하여 승리를 쟁취해야 하는가 ▲지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Fair Play만을 강조해야 할 것인가 ▲자기의 실력만 믿고 자만에 빠진 경우에도 Fair Play를 적용해야 할 것인가 ▲과연 Foul Play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가벼운 Foul Play는 인정할 수 있는가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논쟁을 위해 교내에서 발생하는 아래의 몇 가지 사례를 들어 분석해 보고자 한다. 그 예로는▲통행 금지된 잔디밭 통행으로 잔디밭 파손 ▲무질서한 벽보 부착으로 미관 및 벽 훼손 ▲ 강의실 무단 사용으로 시설 파손 및 정규 수업 방해 ▲공공비품의 절취 ▲자동차의 지정구역 외 무단 주차 등이 있다. 먼저, 1번 사례에 대하여 보면 인간의 기본 심리는 편한 것을 추구하는 속성이 있다고 볼 때 우회하여 가는 것보다는 직선으로 빨리 원하는 위치까지 가고자 할 것이다. 물론 애써 조성한 잔디밭이 파손될 수는 있지만 모든 도로가 이러한 인간의 속성을 고려해 만들어진다면 이러한 문제점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다. 내가 가 본 미국의 어느 대학에서도 큰 잔디 원형 광장에 직선 도로가 많이 만들어진 것을 볼 수 있었다. 따라서 교내 잔디밭에 흙이 드러난 도로는 예산을 투입하여 조속히 제대로 된 도로를 만들어주어야 할 것이다.
 다음, 2번 사례에 대하여는 매학기 초가 되면 각종 벽보로 건물 벽이 온통 도배되어 학교라는 느낌은 들지만 같은 벽보를 연속으로 부착한다든가, 지정 구역이 아닌 곳에 부착한다든가, 게시 시한을 넘겨 방치되어 흉물이 되어버린 다거나, 접착테이프 자국이 벽에 남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이 경우에도 부착자는 이러한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도록 온갖 노력을 경주해야 하고, 관리자도 게시 지정구역을 확대하거나, 사후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또한, 3번 사례에 대하여는 개인적 학습 또는 동아리 활동을 위하여 강의실을 공식, 비공식으로 사용하는 경우인데 전자 강의 장비를 무분별하게 사용 또는 파손하여 다음날 수업에 지장을 주거나, 혼자서 냉ㆍ난방기를 가동하거나, 퇴실 후 소등 및 전원 차단을 하지 않는 경우이다. 이 경우에도 사전에 공식 사용 승인을 받고, 문제가 발생할 때 책임 소재를 분명히 밝히며, 장비의 훼손은 본인과 동료의 수업에 지장을 줄 수 있고, 또 에너지 낭비는 본인 부모님의 세금이 낭비될 수도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어야 한다.
 다음, 4번 사례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건 안 주건, 가격의 높고 낮음을 떠나서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양심을 저버리는 범죄 행위이며, 학교의 구성원으로서의 자질에 대한 판단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곧 땀과 노력으로 획득한 타인 또는 공공 소유물을 아무런 대가 없이 탈취하는 파렴치하고 비도덕적인 행위이다. 아울러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각종 안전장치 설치와 보수를 위한 예산이 추가로 소요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5번 사례에 대하여는 본인의 편의를 위해 지정 구역이 아닌 곳에 주차하는 경우인데 이 경우 화재 시 소방차가 출입할 수 없거나, 환자 이송을 위한 구급차가 접근할 수 없거나, 장비 이동을 위한 화물차를 세우지 못하거나, 급한 용무가 있으나 출입로가 막혀 낭패를 보는 등 공익을 해치는 결과가 발생한다.
 이러한 사례 분석은 성격이 다른 사례 또는 비중이 높은 사례에도 가능하나, 이상의 분석을 통하여 여러 유형의 Foul Play를 볼 수 있었으며, 또한, 이러한 Foul Play가 다양한 역기능을 가져오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Foul Play만 지적하고(오히려 방관하는 때도 많지만) 그 해법을 제시하지 않으면 이러한 사례는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될 것이다. 또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적극적 상생 또는 타협의 자세가 없으면 이러한 문제는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Foul Play의 문제점만 부각시키는 것보다는, 또 Fair Play만 강조하는 것보다는 Foul Play를 Fair Play로 변화시키는 훈련 또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 다. 행위자는 자신의 행동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숙지하고, 관리자는 행위자의 편의를 위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한다면 이러한 문제점은 자연히 해소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혹자는 학교에서의 학사, 석사, 박사의 구분을 단지 학문의 깊이와 더불어 학문과 인생의 자립도의 차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직장에서는 승진에 따라 직급이 높아질수록 복도 구석의 하찮은 쓰레기도 달리 보여야 한다고 말한다. 성숙하고 건강한 캠퍼스로, 완료형이 아닌 진행형의 캠퍼스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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