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교수협의회는 임시총회를 개최해 서남표 총장의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혁신비상위원회 의결사항 중 핵심 내용을 조속히 시행하지 않고, 독단적인 리더십을 지속하고 있으며, 학내 구성원과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데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26~28일 사흘간 교수협의회에서 실시한 전자투표에는 회원의 70.6%인 369명이 참여해 이 중 63.4%인 234명이 서 총장의 퇴진요구에 찬성했다. 교수협의회의 견해가 우리 학교 구성원 전체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우리 학교 전체 교수의 40% 이상이 서남표 총장의 퇴진을 요구한 것은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혁신비상위원회는 지난봄 우리 학교에서 연이어 터진 비극적 사고를 타개하기 위해 보직교수, 평교수, 학생대표가 참여해 발족한 임시기구다. 혁신비상위원회 출범에 앞서 서남표 총장은 독단적인 리더십에서 벗어나 학내 구성원들과 소통을 중시하는 새로운 리더십을 보이겠다고 천명했고, 혁신비상위원회의 결정 사항을 즉시 시행할 것을 약속했다. 지난봄 이후 학내 의사결정 방식에 변화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교수협의회에서 총장 퇴진이라는 극단적인 요구를 하고 나선 것을 보면, 총장의 리더십 변화가 아직은 미흡해 보인다.

혁신비상위원회 결정사항 중 아직 시행 여부가 불투명한 사안은 세 가지이고, 교수협의회에서 즉각 시행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대학평의회 구성이다. 대학평의회의 구성에 대해 아직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설령 구성한다 하더라도 추가적인 준비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차기 이사회가 개최될 때까지 기다리자는 식의 대응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보직교수, 평교수, 학생대표가 함께 참여한 혁신비상위원회에서 결정한 사안이라면, 시행 여부를 포함한 모든 과정을 이해 당사자가 모두 참여해 공개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이다.

교수협의회는 대학평의회 구성 문제와 함께 전기자동차와 모바일하버 사업과 관련된 총장의 특허 문제, 학교기금 운영 손실 문제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이 두 가지 사안은 이번에 처음 제기된 문제가 아니라 지난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였다. 이러한 문제가 더 이상 우리 학교 개혁의 발목을 잡지 않게 하려면, 이번 기회에 한 점의 의혹도 없이 해명해 털고 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총장 퇴진 요구와 같은 중차대한 문제가 외부 언론을 통해 학내 구성원들에게 알려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 문제에 대해 교수협의회에서도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아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학교의 리더십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면, 총장의 퇴진 여부를 떠나, 그동안의 리더십에 대해 다시 점검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번 문제의 해결 방법은 어쩌면 단순할 수도 있다. 지난 봄 서남표 총장이 약속했던 학내 구성원들과 소통하는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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