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5일 혁신비상위원회(이하 혁신위)가 해산한 이후, 딱 세 달이 흘렀다. 학내외 뜨거운 관심을 모으며 '반드시 수용' '즉시 실행' 조건으로 시작한 혁신위는 3개월 여 활동 기간 동안 수많은 개선안을 쏟아냈다. 학우들은 줄곧 혁신위의 활동을 지지했고, 혁신위 최종보고서는 대다수 학우들에게 그대로 적용될 '룰'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번에 대두된 인문사회선택과목(이하 교양과목) 영어강의 최소이수요건 문제는 그러한 학우들의 기대를 저버린 듯하다. 혁신위는 지속적으로 학생사회가 문제를 제기한 교양과목 영어강의 최소이수요건을 폐지하라는 안건을 냈다. 그러나 수강변경기간을 한참 넘긴 지난달 23일, 교과과목심의원회는 11학번을 대상으로만 해당 요건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많은 학우가 반발했다. ARA에는 계속해서 '말이 되느냐'라며 항의하는 글이 올라왔고, 학부 총학생회도 학교의 주장이 말이 되지 않는 이유를 서술하며 강경하게 대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혁신위 안건은 학내의 크고 작은 문제를 세세하게 짚고 있어, 시행 과정에서 여러 변화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혁신위 최종보고서가 제출된 이후, 세 달 동안 시행 완료된 7개의 안건과 현재 추진 중인 안건 4개를 다 훑어도, 이제 막 담당 위원회를 통과한 교양과목 영어강의 최소이수요건만큼 뜨거운 논란을 불러온 안건은 없었다. 그 이유는 왜일까.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크게 꼽을 수 있는 것은 바로 혁신위의 '원안'과 다소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시행되었고, 시행 중인 안건들은 혁신위의 안건을 그대로 실행에 옮겼다. 그러나 이번 안건에서는 적용 대상을 11학번으로 축소해 그동안의 정책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비록 혁신위 최종보고서에서 적용 대상을 명시한 것은 아니나, 전 학생에 소급 적용되었던 다른 정책과 비교할 때 이번 정책에만 새로이 이러한 제한을 둔다는 점은 쉽사리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번 논란의 본질은 새 시행책이 얼마나 합리적인지와는 약간의 거리가 있다. 그동안 학교 본부는 '모든 권한을 귀고 있는' 이사회에 보고하고,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모은다며 사실상 '즉시 실행'을 미뤄왔다. 이제 조건 없이 '반드시 수용'하겠다는 약속 또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배신감이 이 들끓는 여론의 이유가 아닐까.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