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우리 학교 노천극장에서 2009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이 열렸다. 이날 학위를 받은 졸업생까지 우리 학교는 설립 이래 총 36,677명의 과학 기술 인재를 배출했다. 각고의 노력으로 영광 스러운 졸업장을 받은 졸업생들에게 우리 학교 구성원 모두는 진심 어린 축하의 마음을 전한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가 한창인 이때 교문 밖으로 나서는 졸업생들의 앞날이 늘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때로는 위기도 겪을 것이고, 때로는 좌절하고, 때로는
상처받을 일도 있을 것이다. 대학에서 배운 지식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난제와 마주칠 일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고난과 시련을 겪고 난 후에야 진정한 성취의 기쁨을 얻을 수 있음을 명심하고, 슬기롭게 어려움을 해쳐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는 졸업생 모두가 사회에 나가 자신이 꿈꿔왔던 모든 일들을 성취하기를 바란다. 좋은 직장을 얻고, 단란한 가정을 꾸미고, 학문의 영역에서건 사업의 영역에
서건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가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우리가 더욱 바라는 것은 졸업생들이 단지 자신과 가족만을 위한 삶이 아니라 국가와 인류를 위해 기여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 학교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학교다. 국가의 지원이 없었더라면, 졸업생들은 우리 학교의 수준 높은 교육을 통해 자신 을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수많은 학생들이 우리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단지 1년에 수백 명의 학생들만이 우리 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졸업생들은 우리 학교에 입학을 허가받지 못한 다른 모든 학생들의 꿈을 함 께 이루어 줄 필요가 있다.
 국가와 인류를 위해 기여한다는 것과 국가와 인류를 위해 희생한 다는 것은 다르다. 자신이 맡은 바 책임과 사명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은 자신의 발전을 도모하는
길이면서 국가와 인류를 위해 기여하는 길이기도 하다. 다만, 양심에 어긋나는 일이라면, 자신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도 거부할 수 있는 정의로운 인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와 인류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는 것도 물론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러한 숭고한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우리가 졸업생들에게 바라는
것은 자신의 능력과 재능을 계발하고 발휘해 국가와 인류에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줄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는 것이다. 졸업생들은 지금까지
사회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아왔고, 앞으로도 더 많은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사회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았으니까 사회에 더많은 기여를 해야 하는 것이다.
 다시 한 번 1,976명의 졸업생들에게 축하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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