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학위수여식에 이명박 대통령이 방문했다. 2004년 학위수여식에 노무현 대통령이 왔다가 간 후로 5년 만이다. 우리 학교의 온라인 전기자동차를 탑승하고 졸업식장에 등장한 이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우리 학우들의 졸업을 축하하고, 학우들과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국가 원수인 이명박 대통령이 우리 학교에 아주 귀한 손님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졸업생들이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 졸업식에서, 이번 졸업식의 주인공은 졸업생들이라기보다는 이 대통령에 가까웠던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대통령이 오는 것에 따른 졸업생과 축하객이 겪는 불편이 컸기 때문이다.
 졸업식이 열린 27일, 행사장에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었다. 졸업생을 비롯해 행사장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은 사전 신청 후 모두 신분증을 지참하고 신원확인을 받고 나서, 행사장에 30분 전까지 들어가야 했다. 게다가, 졸업생 한명당 두 명의 축하객밖에 행사장에 들어갈 수 없어, 졸업생을 축하하러 온 가족과 후배 중 일부는 행사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기계공학동 테니스장 옆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으로 졸업식을 지켜봐야 했다. 학교의 도로에는 검은 옷을 입은 경찰이 배치되었고, 이명박 대통령이 전기자동차로 지나갈 길은 어떤 차도 지나갈 수 없었다. 기계공학동에 가려는 택시는 먼 길을 돌아가야 했다.
 우리 학교는 졸업식 3주 전부터 전기자동차 시연시설을 설치하고자 본관 전면도로를 노란색 선과 표지판으로 차단하고 과속방지턱을 없앴다. 그런데 갑자기 졸업식 1주일 전에는 사전 공지 없이 본관에서 노천극장으로 가는 쪽의 큰 도로도 차단되고 과속방지턱이 사라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온라인 전기자동차를 타고 졸업식장으로 가길 원해 당초에 본관 전면도로 50미터로만 예정되어 있던 시승 구간이 졸업식장까지로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대통령이 다녀가고, 어느새 큰길에는 없어졌던 과속방지턱이 다시 나타났다.
 행사장 입장객 확인과 차단, 도로 통제 등은 국가 원수의 안전을 지키려는 조치이기에, 우리가 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 대통령 한 사람이 오는 것 때문에 졸업생과 축하객이 큰 불편을 겪은 것도 사실이다. 좀 더 적극적인 사전 공지와 배려가 아쉬웠던 대목이다. 졸업생의 가족으로 확인된 사람만이라도 모두 들어갈 수 있도록 했으면 더 졸업식의 의미에 맞지 않았을까.
 한편, 당초에 본관 전면도로로 예정되어 있던 전기자동차 시승을 졸업식장까지로 변경하고, 과속방지턱까지 없앴다가 다시 만든 것은 확실히 논란의 소지가 있다. 과속방지턱을 없앤 것이 이 대통령의 승차감을 고려한 조치가 아닐까 하는 비판에 대해서, 학교에서는 전기자동차의 고장을 우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과속방지턱을 없앤 이유를 떠나서, 대통령의 말 한마디 때문에 과속방지턱을 없앴다가 다시 만드는 일이 꼭 일어나야만 했는지 하는 의문이 든다. 대통령에게 전기자동차의 고장이 우려되기 때문에 경로를 변경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솔직히 말할 수는 없었을까. 대통령 한 명을 위해 과속방지턱을 없애고 다시 만드는 데 예산이 얼마나 들어갔을까. 한 신문의 보도에 나온 한 학우의 말마따나, 우리 졸업식에 대통령이 오는 것인지 대통령 오는 날에 졸업식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서남표 총장은 취임 초기부터, 졸업식이 형식적인 행사 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졸업식의 위상과 권위를 높이고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방문으로 졸업생과 축하객이 불편을 겪었고, 졸업생이 주인공인 학위수여식의 의미가 퇴색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내년부터는 졸업생과 축하객이 더 큰 기쁨과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학위수여식이 열리길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