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겸 가수 양진석 씨 인터뷰

 

 Y그룹 대표이사인 양진석 씨. 그는 중년의 나이에 건축과 음악을 함께 즐기고 있다. 5장의 정규앨범을 낸 가수가 건축을 하는지, 실력이 뛰어난 건축가가 음악을 하는 건지 헷갈렸다. 건축과 음악, 남들이 보기엔 동떨어진 분야 같지만 양진석 씨는 두 분야 모두 깊이 빠져들었다. 또한, 과거 ‘러브하우스’의 건축가로서 활동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의 눈물을 선사했다. 건축가이자 가수인 양진석 씨를 만나 그의 생각을 엿보고 왔다

요즘 어떻게 지내나요

 너무 바빠서 어느 날은 점심을 못먹기도 하지만, 제가 즐거워하는 일로 일상이 바빠지는 건 큰 축복인 것 같아요. 바쁘지만 기자님과 함께하는 시간도 즐거울 거 같아 시간을 냈어요.

음악을 좋아하게 된 계기

 어린 시절에는 당시의 환경 상 취미생활을 선택하는 데 있어 매우 한정적이었어요. 그나마 음악은 쉽게 접할 수 있었죠.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그 당시에 어떤 음악을 들었는데 ‘아, 세상에 이렇게 나를 편안하고 행복하게 해주는 음악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음악을 해봐야겠다는 생각했고, 음악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어요. 여러 악기를 다루어 보기도 했죠.

▲ 잠실 더샵스타파크 주상복합

전공을 건축으로 택한 이유

 전공을 건축으로 정하게 된 것은 중학교 때였던 것 같아요. 그때는 호기심이 많아서 막연하게 창의적이거나 남들과는 차별화되는 것을 하고 싶었어요. 아버지께서 종종 여러 직업에 대해서 설명해주셨는데, 그 중에서 건축과 자동차 디자인이 가장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자동차 디자인은 미대를 가야 한다고 들어서 포기했어요. 그림이랑 저는 맞지 않는 것 같아서요. (웃음) 그래서 건축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사실, 지금 생각하면 어렸을 때 저는 문과에도 적성이 맞았던 것 같아요. 글쓰기나 독서를 좋아했거든요. 그래서인지 아직도 책을 놓고 있지 않네요.

건축과 음악을 같이 하는 이유

 지금도 사람들은 음악과 건축은 별로 상관없는 분야라고 생각하고 있고 옛날에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오히려 옛날은 음악과 건축을 동시에 하기보다는 하나만 해야 한다는 사회의 압박이 심했죠. 그래서 그런 사회의 편견을 깨고 싶었어요. 대학을 들어가서도 악기를 다루고 밴드에 들어가서 공연을 하기도 하는 등 음악을 포기하지 않았어요. 심지어 건축을 열심히 하려고 유학까지 갔다 왔는데 음악은 계속하게 되더라고요.

만약에 건축이랑 음악 중의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그 질문은 저에게는 의미가 없어요. (웃음) 왜냐하면 그런 전제자체가 저에게는 의미 없기 때문이에요. 저에게는 건축과 음악은 아버지, 어머니와 같은 존재이거든요.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둘 중 한 분을 선호할 수도 있겠지만 똑같은 가치가 있듯, 건축과 음악 중의 하나만 선택하라는 것은 있을 수 없어요.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기에는 돈벌이가 되는 건축이 더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는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음악이 제 직업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어요. 음악과 건축에 모두 저의 열정을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 강남구 신사동 사거리 신사미타워

과거 ‘러브하우스’에 출연하게 된 계기

 아는 사람을 통해 섭외를 받았는데, 제가 음악을 해서 다른 건축가들보다는 대중과의 호흡이 맞는다는 이미지 덕분에 섭외가 된 거 같아요. ‘러브하우스’에 출연하기 전에 제가 SBS에서 진행하는 FM라디오 DJ를 하고 있었는데, 이것도 섭외되는데 많은 이바지를 한 것 같아요. 방송사 입장에서는 건축만 하는 사람보다는 대중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이 더 편하고 설득력 있었을 거에요.

방송활동을 갑자기 중단한 이유

 ‘러브하우스’를 통해서 제가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게 됐어요. 그 당시에 뜨는 사람을 대중에게 더 많이 알리고 띄워주는 것이 대중매체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 이미지라는 것이 나중에는 갉아 먹히고 추락하면서 결국은 저 자신이 너무나도 허망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많은 사람이 제가 방송에 나오기를 원했지만, 그때는 활동을 중지해야 하는 때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2001년에 모든 방송활동을 그만두었죠. 그리고 나서는 제 본연의 일을 찾아갔어요.

지금까지 건축, 음악이나 방송활동을 하면서 잊지 못할 일들

 ‘러브하우스’에서는 매번 저를 감동하게 하는 일들뿐이었어요. 눈물도 많이 흘렸죠. ‘앞으로도 사회에 많은 봉사를 해야겠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8년 만에 앨범을 냈는데 그때 많은 콘서트를 맡았어요. 작년 연말에는 배우 박신양 씨와도 같이 공연을 하기도 했고요. 많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찾아와주신 팬들과 관객들이 있는 그 자리가 저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감동 그 자체였어요.

▲ 5집 장소찾기 프로젝트 앨범 자켓

건축가가 갖추어야 할 자질, 후배들을 위한 조언

 건축가는 기술인이자 아름다움을 다루는 디자이너라고 생각해요. 갑과 을을 동시에 다루는 것이 건축가의 기본 자질이라고 생각해요. 갑이 의뢰하는 것을 전문적인 지식을 살려서 설계하고, 을이 불평하는 것까지 반영해 건축을 구현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업무에요. 또한, 건축가는 우리 사회와 도시의 환경을 누구보다도 고민을 많이 해서 보다 좋게 만들 수 있어야 해요. 그리고 그것이 나의 직업으로서든 봉사활동으로서든 그런 역할이 나에게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후학들에게는 냉혹한 현실은 있지만, 그 냉혹한 현실은 버틸만한 현실이니 너무 비관적으로도 낭만적으로도 보지 말고 정확하게 현실을 직시하는 눈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네요. 또, 건축의 어원을 보면 으뜸의 기술이라는 뜻이 있듯이 항상 자기가 으뜸이 되겠다고 다짐하고 건축의 원리부터 알아가라고 말하고 싶어요.

건축하면서 힘든 점

 건축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생활에 고충이 있을 수 있어요. 예를 들어, 공부를 굉장히 많이 해서 사회에 나왔음에도 사회에서는 건축가를 그렇게 필요로 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건축이라는 것이 항상 필요 한 것이 아니고 건물을 짓거나 특수한 경우에만 필요한 것이라 산업 자체가 크지 않아요. 그래서 다른 직업보다는 생활이 넉넉하지 않을 수 있어요. 그런데 학문으로서의 건축은 매우 매력적이에요. 평생 공부를 하고 학문을 통해서 건축을 연구하겠다는 것은 충분히 매력 있는 일이죠.

앞으로 특별히 하고 싶은 일

건축과 음악은 다르고, 음악과 연기는 다르지만, 연기도 해보고 싶네요. 10년 전에 이미 영화 ‘산책’에서 연기를 했지만 좀 더 확실히 연기가 하고 싶어요. 아마, 제 속에 모든 걸 하고 싶은 호기심이 아직도 남아 있나 봐요. (웃음) 배우로서의 또 다른 삶을 한번 살아보고 배우가 연기하는 그 감정을 가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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