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식당에서 식사할 때면 항상 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이렇게 줄이 길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음식을 다 고른 후 계산하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계산하는 데에는 현금과 카드, 1학년 학생들이 사용하는 학자금 카드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이 중 시간이 가장 적게 걸리는 계산 방법은 학자금 카드를 이용하는 것이다. 학자금 카드는 다른 카드처럼 자기정보를 읽는 것이 아니라 리더기에 ‘찍기’만 하면 돼서 학식을 이용할 때 매우 편하다.

 이처럼 ‘찍기’는 생활 속 소소한 불편함을 없애준다. 카드 사용의 불편함은 물론 항상 지갑을 챙겨야 하는 귀찮음을 통째로 없애줄 ‘찍는’기술, NFC를 소개한다.

RFID는 2% 부족해

 NFC 기술은 RFID에서 발전한 기술이다.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는 전파를 이용해 먼 거리에서 정보를 수신하는 기술인데 센서를 연결해 데이터를 수시로 보낼 수 있어 유비쿼터스화를 이뤄줄 것으로 기대받았다.

 전파를 발신하는 태그와 이를 수신하는 안테나로 구성된 RFID는 바코드보다 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다. 또 바코드 시스템과는 달리 태그 자체에서 만들어진 전파를 수신해 판독할 수 있어, 태그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정보를 읽을 수 있고 그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또 RFID는 일련번호를 부여할 수 있어 물류관리에 용이하고, 여권, 신분증 등에 태그를 부착해 개인 정보를 수록, 인식하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RFID는 3-4년 전에 크게 주목받다가 조금 시들해졌다. RFID는 국제적 규격이 없어 호환성이 떨어지고 보안 기능이 취약하다. 신분증에 RFID 태그가 붙어 있으면 같은 주파수를 읽는 위장판독기로도 개인 정보를 읽을 수 있고, 일련번호가 붙은 태그를 제거하지 않은 채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하면 이동 경로를 추적당할 수도 있다. 또 리더기와 같은 인프라 구축도 힘들다. RFID의 여러가지 한계 때문에 다른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NFC, 양 방향 통신이 가능한 RFID 기술

 이런 단점을 보완한 새로운 RFID 기술이 바로 NFC(Near Field Communi-cation)이다. NFC는 RFID의 일종으로 13.56MHz의 주파수를 사용한다. 주파수마다 고유한 특성을 갖는데 13.56MHz는 단방향 정보 전달만 가능한 다른 대역과는 달리 양 방향 정보 전달, 즉 통신에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기존 RFID가 가지는 보안성 문제를 해결하고 표준화 되어 있어 기술 확산에도 유리하다.

 NFC는 RFID 이외에도 적외선 통신이나 블루투스 등 다른 근거리무선통신기술과 비교해도 뛰어나다. NFC만이 RFID와 호환되고, 통신 범위가 10cm 내외로 짧다. 또 통신 설정시간이 0.1초 미만이어서 사용하기 편하다.

다양한 통신 방법-다양한 활용

 NFC는 낯선 용어지만 사실 RFID와 특별히 구분하지 않던 몇 년 전부터 생활 속에서 사용되고 있었다. 교통카드와 학생증처럼 ‘찍어서’사용하는 것은 모두 NFC 기술을 응용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서야 RFID와 구분해 부각된 이유는 스마트폰의 활성화로 NFC 활용이 쉬워졌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에 NFC 칩을 부착하면 간편하게 P2P 통신을 할 수 있고 RFID를 읽고 쓸 수도 있다. P2P 통신으로는 명함교환처럼 간단한 자료를 교환하거나 상대의 스마트폰으로 바로 계좌이체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이는 배달 업종이나 재래시장처럼 카드 결제기를 구비하기 어려운 곳에서의 문제를 해결해 준다. 또한 스마트폰에 담은 개인 정보로 신원확인을 하는 등 개인정보관리에도 활용될 수 있다. 애플에서는 서버에 자료를 저장해 놓고 원하는 단말기에서 자유자재로 불러오도록 하는 클라우드 서비스에 NFC를 활용하고자 한다. 본인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대신 리더기에 스마트폰을 ‘찍어’ 바로 본인인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QR코드보다 더 빠르게, 더 많이

 요즘 활성화되어 있는 QR코드는 일반적으로 특정 제품에 관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URL 링크에 한정되어 있다. NFC를 활용하면 더욱 정확하고 다양한 정보 전달이 가능하다. 제품의 진품 판정은 물론 생산 과정까지 알 수 있으며 각종 티켓팅과 e-book, 음악 등의 콘텐츠 구매도 바로 연계할 수 있다. 휴대전화를 주문광고 따위에 있는 NFC 태그에 대면 바로 문의, 주문 전화연결을 할 수도 있다.

 지난 2월에는 SKT와 인터넷 쇼핑몰 11번가에서 ‘큐스토어’라는 매장을 선보였는데, 매장에 전시된 상품들에는 QR코드와 NFC 태그를 달아놓았다. 이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11번가로 바로 연결되어 제품정보를 상세히 알 수 있다. 11번가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매해 배송받거나, 큐스토어 매장에서도 바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해 온•오프라인으로 제품을 꼼꼼히 살펴보고 비교해 볼 수 있도록 했다. 큐스토어에서는 아직 NFC로 바로 모바일 결제를 할 수 있게 해놓진 않았지만, QR코드와 NFC 태그로 제품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모바일 결제시장의 승부수

 스마트폰이 NFC 기능을 가지게 된 것은 크게 두 가지를 의미하는데, 앞서 이야기했듯이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게 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간편한 모바일 결제 시장이 열렸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모바일 결제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지난 2010년 약 3억 건으로 집계된 결제 건수가 2014년에는 10배 많아질 것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모바일 결제를 매우 간편하게 하는 NFC 기술에 통신사, 카드사, 단말기사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NFC를 이용한 결제 시스템이 가장 활성화 되어 있는 곳은 일본이다. 카드사와 연계해 결제를 도와주는 ‘FeLiCa’라는 시스템이 있는데, 스마트폰에 FeLiCa에서 제공하는 NFC 칩을 설치하고 교통카드 애플리케이션, 다른 신용카드 애플리케이션 등을 설치하면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다.

 한편, 구글에서는 안드로이드 기반의 카드 결제 시스템 ‘구글 지갑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였다. 구글은 이를 통해 구체적인 소비 패턴을 파악할 수 있는 광고시장을 노리고 있다. 애플에서도 ‘아이폰5’에 NFC 기능을 탑재하고 아이튠즈와 연계한 통합 결제 시스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의 경우, 티머니(T-money)나 캐시비(Cash Bee) 유심 카드를 장착하고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교통카드로 사용하거나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얼마 전, KT가 Touch라는 모바일 지갑을 선보였는데, 자신의 신용카드를 등록하면 휴대전화를 NFC 단말기에 대는 것만으로 결제할 수 있다. 이러한 통합 결제 시스템의 등장으로 간편한 결제뿐 아니라 사용 명세 조회, 마일리지 적립 등 소비 관리 또한 통합될 수 있다.

결제는 습관, NFC는 습관이 될 수 있을 까

 NFC는 통합결제시스템의 도구로 부상하면서 스마트폰의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하지만, 아직 초기 단계라 성공을 확신할 수는 없다. 모바일 결제 분야에서 지갑을 항상 써오던 사람들의 습관은 쉽게 고쳐지는 것이 아니라서, NFC의 확산 속도는 빠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지금 우리의 생활 방식을 완전히 바꿔 놓기까지 4년이 흘렀음을 떠올려보면, 지갑을 없앨 NFC의 혁명은 시간을 두고 귀추를 주목할 일이다. 

▲ 티머니 애플리케이션 (갤럭시S2). NFC 기능이 탑재된 휴대전화에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NFC 단말기가 설치된 시설을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고 이용 내역이나 포인트 조회도 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