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3시, 너울대는 파도를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도착한  독도는 독도아카데미 제20기 훈련단을 갈매기와 함께 맞이해 준다. 거센 바람과 안갯속에서 우뚝 솟아 있는 독도를 보며 사람들의 감탄사가 연신 들린다. 독도는 생각보다 컸다.

▲ 독도에서의 퍼포먼스 - 독도아카데미 20기 훈련단이 독도를 배경으로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 독도아카데미 제공

16일 오후 1시, 국회도서관 대강당이 사람들로 북적인다. 독도아카데미 훈련단이 개회식을 열고 있는 것. 명성황후를 주인공으로 한 퍼포먼스가 한창이었다. 잘 준비된 퍼포먼스가 끝나고, 다양한 지역과 대학에서 온 149명의 학생들은 개회식에서 ▲독도 제반 인프라 구축 ▲신한일어업협정 폐기 ▲독도 영토주권 교육 강화 요구를 골자로 하는 결의문을 낭독하고, 훈련단 스스로 독도 주권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다짐했다. 독도아카데미의 한 관계자는 연단에서 “독도탐방을 여행이 아닌 탐방이라 생각하고 진지하게 임해 주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지만, 학생들은 독도로 떠난다는 생각만으로도 즐거운 듯 보인다.

▲ 명성황후 퍼포먼스 - 개회식 도중, 국회도서관에서 독도아카데미 훈련단이 명성황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독도아카데미 제공

15시간 후, 정동진의 한 모래사장은 독도 수호를 위해 노력하신 선열들에 대해 묵념을 하며 독도수호 동해 해맞이 행사를 진행하는 대학생들과 함께 아침 해를 맞이한다. 서울에서 정동진. 버스를 타고 밤을 새워 상당한 거리를 이동했는데도 학생들은 지친 기색이 없다. 묵념과 함께 애국가를 부르며 독도 수호 의지를 결의했다는 김경주 학생(19, 중앙대 공연예술학부)은 “동해에서 묵념을 하며 독도를 생각하는 마음을 담을 수 있어 좋았다"라고 말한다. 학생들이 떠난 정동진의 앞바다가 유난히 반짝거린다.

같은 날 오전 8시, 울릉도행 여객선에 탑승하기 위해 200여 명의 탐방단이 묵호 선착장에 도착하자, 한산하던 선착장이 순식간에 가득 찬다. 두 줄로 꼬리에 꼬리를 문 훈련단의 행렬이 마치 개미의 행렬처럼 끊임없이 이어진다. 울릉도에 입도하려 하는 관광객은 “표가 매진되어 일행이 둘로 나누어졌다”라며 당혹감을 드러낸다. 선착장 밖으로는 바람에 넘실대는 바다가 보인다. 안내원의 안내에 따라 배 안으로 들어가니 한쪽 창문으로는 바다가 보이고, 반대편으로는 육지가 보인다. 바다와 육지 사이의 경계에 서 있는 것 같아 기분이 묘하다.  

그 기분도 잠시. 바람에 따라 파도가 휘청이고, 파도에 따라 배도 같이 휘청거린다. 배와 함께 위장도 흔들리는 느낌이다. 울렁거리는 속을 부여잡고 억지로 잠을 청한다. 곳곳에서 멀미로 앓는 소리가 들린다. 어느새 잠이 든다. 눈을 떠보니, 눈앞에 들어오는 것은 작은 섬. 넘실대는 파도를 넘어 도착한 울릉도는 상상 이상으로 아름답다. 처음으로 울릉도에 와 봤다는 유사림학생(24, 고려대 사학과)은 “울릉도에 오니 8월 1일 김포공항에서 일본 중의원 독도 방문 반대 퍼포먼스를 한 경험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라고 말했다. 4주간의 교육의 영향일까. 울릉도의 아름다운 풍경이 먼저 보이는 기자보다는 더 나아간 생각을 하고 있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것은 수많은 인파. 그 인원을 뚫고 보이는 것은 형형색색의 현수막들이다. 겹겹으로 걸린 현수막에서 유독 하나의 현수막이 돋보인다. 빨간 바탕에 검정 궁서체. 해병대의 현수막이다. ‘말 안 듣는 개에게는 몽둥이가 약’이란다. 해병대라는 말에 잠시 독도에 해병대를 배치해야 한다는 모 정치인의 생각이 언뜻 들지만, 울릉도의 풍경은 그 생각을 허락하지 않는다. 울릉도의 경계를 따라 산책로가 펼쳐져 있고, 곳곳에서는 엿과 오징어를 판매하고 있다. 이어지는 해안절벽의 까끌까끌한 암석들이 검정으로 빛나고, 바다는 오묘한 청록색을 띤다.

부두에서 진동하는 오징어 굽는 냄새를 뒤로하고, 단체로 식당으로 이동한다. 울릉도에 왔으니 해산물을 먹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지만, 탐방단과 함께 먹은 것은 백반 정식. 울릉도를 나가기 전, 회도 한 점 못 먹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가 끝난 후, 훈련단이 바쁘게 움직인다. 무슨 일이 있나 해서 따라가 보니, 독도에서 진행할 퍼포먼스가 한창이다.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더니, 숨 돌릴 틈도 없이 바로 독도행 여객선에 승선이다.

독도행 여객선에 승선하니 정동진에서와는 다른 느낌이 든다. 정동진 앞바다의 파도가 부드럽게 미는 느낌이었다면, 울릉도 앞바다의 파도는 세차게 때리는 느낌이다. 밖을 보니 어느새 비가 내리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니 여러 학생이 멀미를 피하려 선박 뒤 펴진 상자에 퍼진 물 주머니마냥 누워 있다. 독도를 못 갈 수도 있다는 걱정도 잠시, 다시 멀미를 피하려 잠을 청한다.

▲ 독도 수호 의지를 다지는 독도아카데미 훈련단 - 독도를 배경으로 송민현 독도아카데미 팀장이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본 오션플라워호는 독도에 도착하였습니다”라는 승무원의 안내방송에 잠에서 깨어 갑판으로 나가본다. 이미 많은 훈련단이 나와 있고, 여러 퍼포먼스가 정신없이 진행된다. 그 사이에 끼어 사진을 찍고 독도를 보다 보니, 절로 즐거워진다. 독도가 눈앞에 있다는 사실에 훈련단들도 신난 모양이다. 파도가 심해 독도에는 입도하지 못했어도 학생들의 얼굴에는 흥분의 기색이 만연하다. “생각보다 크다!”라는 감탄사가 줄지어 나오고, 먹이를 바라는 갈매기의 재롱에 다 같이 즐거워한다. 그 와중에 승무원은 “내려오세요”를 연발하며, 갑판 끝에 올라가 있는 사람들을 끌어내린다. 

독도에 입도하지 못한 탓에, 훈련단은 땅 한번 밟아보지 못한 채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한다. 오는 길에도 역시 파도가 연신 배의 옆구리를 때리며 위장을 힘껏 흔들어 놓는다. 버티지 못하고, 배의 뒷전 상자 위에서 퍼진 물 주머니가 되어본다. 울릉도에 도착하니 어느새 시곗바늘은 6을 가리키고 있다. 훈련단은 간단한 저녁 식사를 마치고 울릉도의 한 호텔에 자리를 잡는다. 2일간의 힘든 행군에 힘들만도 한데, 학생들은 밤에 무엇을 하고 보낼지에 대한 계획 세우기에 여념이 없다. 숙소를 이리저리 구경하다 보니 피곤이 몰려온다.

 

아침에 눈을 떠 보니, 풍랑 탓에 예정되어 있던 울릉도 해안 탐방이 불가능하다는 소식이 들린다. 잠시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독도고시를 보겠다고 한다. 간단한 영상들의 상영이 끝난 후, 앉아 있는 훈련단에 시험지가 배포되고, "옆의 사람 것 보면 안 됩니다!"라는 훈련단장의 커다란 호령이 들린다. 언뜻 시험을 보고 있는 학생의 시험지를 보니 문제의 난이도가 상당하다.

떨리는 침묵의 시험 시간이 끝나고, 훈련단은 점심을 먹으러 출발한다. 자유시간이 조금 주어진다. 해안탐방이 취소된 탓에, 제대로 울릉도를 돌아보지 못한 터라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점심을 먹은 후, 예정되어 있던 해안 길을 잠시나마 걸어 보았다. 곳곳에는 낚시꾼들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대어를 기다리고 있고, 바위와 바위를 연결하는 다리는 바람에 흔들린다. 조금 더 걸어보다 점심시간이 끝나가는 것을 알고, ‘1박 2일’ 팀이 숙박했다는 아담한 펜션 앞에서 발길을 돌렸다.

▲ '독도 고시'를 치르는 학생들 - 독도아카데미 훈련단이 진지한 자세로 독도고시를 보고 있다

점심시간 후에는 독도박물관을 견학하기 위해,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가야 했다. 울릉도의 특성상, 평지를 찾아보기 어려워 비 오는 날에 등산을 하는 기분으로 앞사람을 따라 비에 젖은 고양이 꼴이 되어 독도박물관을 찾아가야 한다. 굽이굽이 작은 골목길을 따라 이리저리 걸어가다 보니 기념비와 건물들이 보인다.

▲ 독도박물관 - 독도박물관 내에서 실시간으로 독도의 상태를 보여주는 영상 앞에서 훈련단이 관람을 하고 있다 / 독도아카데미 제공

독도박물관 견학이 끝난 후, 주어진 자유 시간에 훈련단은 분주하게 움직인다. 울릉도의 돌아다닐 만한 곳에는 어디나 학생들이 있다. 해안 길에도, 횟집에서도 어디서나 학생들을 발견할 수 있다. 잠깐의 자유시간이 끝나고, 다시 만난 학생들의 손에는 오징어, 엿 등이 잔뜩 들려 있다. 울릉도를 뒤로하고 다시 육지로 들어오는 길에서 만난 학생들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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