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디즈니 만화 속 주인공들은 우리에게 늘 친숙한 존재이다. 80년이란 긴 시간동안 전 세계의 어린이들과 동심을 갈망하는 어른들은 월트디즈니의 애니메이션과 늘 함께 해왔다. 그 기억이 현실로 다가서는 특별한 기회인 이번 전시에서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비밀의 문이 드디어 열렸다. 이번 전시는 총 9개의 전시관으로 이루어지며, 각각의 전시관에서는 애니메이션 제작과정을 한눈에 살필 수 있다.

 

만화로 보는 동화책, 초기 단편 애니메이션들
 입구에 들어서면 먼저 1930년 초기 인기 단편영화 모음 전시관이 보인다. 이 전시관에는 아기돼지 삼형제, 미운 아기 오리, 골든터치, 마적, 자이언트랜드 등의 단편만화 시리즈가 전시되어 있다. 이 전시관에 전시된 드로잉 원화를 보면 애니메이션에 출연하는 캐릭터가 동화책의 캐릭터와 비슷한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이는 월트디즈니가 어린 시절 동화책을 매우 좋아해 유럽 전역에서 동화책 300여 권을 모았던 것이 영향을 끼친 것이다. 드로잉 원화뿐 아니라,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 전 전반적인 분위기를 알려주는 그림인 컨셉아트와 배경 그림도 작품별로 전시되어 있다.

 

귀여운 생쥐, 미키와 콩나무
 다음 전시관으로 가면 귀여운 생쥐 여러 마리가 보인다. 바로 디즈니의 대표 캐릭터인 ‘미키마우스’다. 이곳부터 전체 줄거리를 몇 개의 그림으로 나타내는 스토리 스케치, 캐릭터의 외형과 크기를 나타낸 모델 시트가 등장한다. 그리고 한국전에 특별 추가된 작품으로, ‘헨젤과 그레텔’의 드로잉 원화가 전시되어 있다. 이 작품이 개봉되지 않은 이유는 월트디즈니가 헨젤과 그레텔의 작품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 한다. 이는 기획했으나 제작되지 않은 유일한 작품이며, 한국전에서 최초로 공개된 작품이다.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다음은 ‘백설공주’ 전시관이다. 이전 전시관의 작품들은 모두 상영 시간 10분 정도의 단편 애니메이션이었으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부터는 2시간 분량의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이 전시관에서는 자세한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이 전시되어 있는데, 컨셉아트와 캐릭터별 모델 시트, 그리고 배경 그림이 매우 정밀하게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셀 작업’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셀룰로이드 판에 아크릴로 채색해 하나의 셀을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셀들을 짧은 시간 간격으로 보여주면 부드럽게 움직이는 영상이 된다. 또한, 개봉작에서 삭제된 장면도 전시되어 있는데, 이는 이번 전시의 특징이다. 난쟁이들과 다람쥐가 도박하는 장면과 같이 어린이들에게 유해하거나, 작품성을 떨어뜨리는 장면들이 그 예이다.

 

예술적이고 화려한 색채, 신데렐라
 다음 전시관에서는 ‘신데렐라’의 화려하고 예술적인 색채를 감상할 수 있다. 신데렐라를 탄생시킨 사람은 디즈니의 유명 아티스트 메리 블레어다. 그는 파스텔 톤의 색과 선을 많이 사용해 캐릭터를 표현했다. 때문에, 신데렐라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기존의 만화 캐릭터들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또한, 이 작품에는 예술적인 배경과 셀 원본 여러 장이 합쳐져 완성되는 멀티플레인(multiplane) 카메라 기법이 새롭게 등장해, 더욱 완성도 높은 애니메이션이 탄생했다.

 

최고의 작품성,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다음 전시관으로 넘어가면 예술 작품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 그림들이 있다. 바로 잠자는 숲 속의 공주에 등장하는 배경 그림들이다. 당시 월트디즈니는 배경을 상당히 중요시해 높은 작품성을 추구했다. 그는 당시 최고의 컬러 스타일리스트였던 아이빈드 얼에게 배경 작업을 맡겼다. 그는 중세시대의 고풍스러운 건축과 그림을 토대로 예술적인 배경을 만들었다. 전시관 중앙에는 과거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아티스트들이 사용했던 애니메이션 데스크와 백그라운드 데스크가 전시되어 있다.

 

음악과 영상의 아름다운 조화, 인어공주
 다음 전시관으로 넘어가니 푸른 바다 배경이 눈을 시원하게 해주는 ‘인어 공주’ 작품들이 등장한다. 인어 공주의 아티스트는 삽화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케이 닐센이다. 그는 고무를 수채화 그림물감에 섞어 그림으로써 불투명 효과를 내는 과슈 기법을 사용해 새로운 느낌의 컨셉 아트를 그려냈다. 이번 전시관에서도 마찬가지로 컨셉 아트 및 스토리 스케치, 셀 셋업, 캐릭터 모델 시트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다른 전시관과 다른 점은 음악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상황에 맞게 여러 클래식 음악을 사용함으로써, 음악과 영상의 조합으로 뮤지컬 같은 극적 효과를 만들어낸다.

 

내면의 아름다움, 미녀와 야수
 일곱 번째 전시관의 작품은 남부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미녀와 야수’다. 원작은 전략결혼을 지지하는 내용이었으나, 월트디즈니는 사람의 내면이 중요하다는 내용으로 어린이에 알맞게 각색해 제작했다. 이에 맞게, 야수의 캐릭터 또한 무시무시한 모습에서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사자로 바뀌었다. 전시관에는 애니메이션의 시작에 등장하는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로 표현된 컨셉 아트와 파스텔, 잉크, 크레용, 마커, 색연필, 과슈, 수채화 등 다양한 소재로 그려진 컨셉 아트가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고전적인 방식과 디지털 방식을 혼합해 제작된 최종 프레임 이미지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근현대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이 작품이 바로 컴퓨터 그래픽 에니메이션의 시작이다.

 

인종차별은 그만, 공주와 개구리
 이번 전시관에는 흑인 공주가 등장한다. 바로 ‘공주와 개구리’에 등장하는 티아나 공주이다. 공주뿐 아니라, 라틴계 유색 인종의 왕자도 등장한다. 이는 당시 만연하던 인종차별을 없애려는 디즈니의 새로운 시도였다. 이 전시관에는 캐릭터 모형이 전시되어 있는데, 애니메이터들이 캐릭터를 쉽게 그릴 수 있도록 제작한 것이다. 이 작품은 전작들보다 더욱 발전된 디지털 애니메이션 기술로 1920년대 뉴올리언스 재즈 시대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재현해 냈다.

 

새로운 기법의 3D 애니메이션, 라푼젤
 마지막으로, ‘라푼젤’ 전시관이다. 명암법의 대가 렘브란트의 영향으로 제작된 라푼젤의 그림들은 선명한 색채와 CG 조명들로 옛 명화처럼 보인다. 전시관에서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중 처음으로 3D 기법을 이용한 라푼젤의 특징인 긴 머리의 탄생 과정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최신 작품인 만큼 현실감이 살아 있는 배경그림과 2D의 기법을 3D에 활용해 얻어낸 새로운 기법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는 세기의 명작으로 남은 월트디즈니의 작품들 뒤편의 숨겨진 제작과정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제작과정을 보며 아티스트들의 노력과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이다.

 

월트디즈니 특별전

장소 :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동 700

기간 : 2011년 5월 14일(토) ~ 9월 25일(일)

시간 : 11:00 ~ 20:00

요금 : 성인 14,000원

문의 : 02-580-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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