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자라서 오히려 시 쓰기 즐길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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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자라서 오히려 시 쓰기 즐길 수 있어”
  • 송민성 기자
  • 승인 2011.09.06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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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공학동의 시인’ 항공우주공학전공 박승오 교수

나비는/ 아예 꽃잎 되어,/ 꽃에 앉아서/ 노동(勞動)도 하고/ 휴식도 한다// 햇살 너무 따갑다 싶으면/ 살짝,/ 꽃그늘에 숨어들어/ 눈 뜬 채 잠들며/ 그늘을 만끽한다 (시집 <소주를 마시며> 중 <나비>)


▲ 박승오 항공우주공학전공 교수 /박승오 교수 제공

기계공학동 한 켠에 자리 잡은 공기역학연구실. 그 곳에는 특별한 시집이 하나 있다. 바로 항공우주공학전공 박승오 교수가 쓰고 제자들이 만들어 완성된 시집, <소주를 마시며>다. 박 교수는 자신이 ‘시인’으로 비춰지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그러면서도 연구와 학생 지도는 물론 시를 쓰는 것까지 자신의 모든 일에 대한 열정을 숨기지 않았다.


시집을 출간하게 된 과정은

제가 가끔 시를 쓰고 모으거든요. 올해 제가 회갑회를 가졌는데, 졸업생을 비롯해 스승의 날에 모인 제자들이 저를 위해 시집을 만들어 주겠다는 거예요. 제가 시를 조금씩 쓰고 있다는 것을 제자들도 알고 있었거든요.

표지 디자인부터 시작해서 인쇄까지 제자들이 거의 다 해줬어요. 저는 원고만 갖다 주고 시집 제목만 지어줬어요.


언제부터 시를 쓰셨나요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 글을 잘 쓴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고등학교 때는 문예반 활동도 했고요. 교수가 되고 나서, 학생처장을 맡고 있던 1995년부터 시를 조금씩 쓰기 시작해 15년 이상의 세월 동안 틈틈이 이어갔어요.

물론, 제가 할 일을 소홀히 했다는 것은 결코 아니에요. 사실 이렇게 ‘시’를 쓰는 것은 정말 별게 아니거든요. 세월에 비해 많이 쓰지도 못했고요. 저는 직업 시인이 아니니까요. ‘그냥 취미’라고 할 수 있는 거죠. 


’시’는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저에게 쌓인 정신적인 피로를 나타낼 때도 있고요, 주위 사람들이나 제가 처한 환경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시의 형태를 빌려 풀어놓는 거죠. 시는 길이가 짧아 특히 좋아요. 금방 쓸 수가 있고요. 소설은 길기 때문에 오래 걸리잖아요. 개인적으로 그런 건 별로 쓰기를 좋아하지 않아요. 또, 논문을 작성하는 것과 비교해 부담도 적고 편안하게, 내 맘대로 쓸 수 있으니까 좋은 거죠. 직업시인이었으면 오히려 이렇게 즐기지 못했을 수도 있지요.


기억에 남는 자신의 시는

<길>이라는 시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 그 시를 쓸 때가 학생처장을 역임하고 있을 때였어요. 학생들이 힘들어하고 피곤에 지친 모습을 보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죠. 그럴수록 학생들이 쫓기기만 하면서 살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던 무렵 <길>을 쓴 거죠.

또 기억에 남는 것은, 시집의 마지막에 수록된 <세월>이라는 시인데, 이건 제일 최근에 쓴 것 같아요. 그 시는 ‘세월을 살다 보니 이렇더라’라는 생각을 적은 거예요.
 

시집을 선물한 제자들에게

그저 고마운 마음이에요. 제자들이 아니었으면 정말 나오지 못했을 시집이에요. 제 성격으로는 도저히 제 돈 들여서 만들 일이 없을 텐데, 굉장히 고맙죠. 그냥 제자들이 각자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은데, 이번에 이렇게 출간까지 해 준 것에 대해서는 고맙다는 말밖에 할 얘기가 없네요.


취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은

무엇이 진정 중요한지에 대한 생각을 해요. 요즘 학생들을 보면 너무 시간에 쫓겨 달리는 것 같은 느낌을 계속해서 받아요. 그동안 틀에 박힌 교육을 받아 왔고, 지금도 틀에 갇혀 힘들게 사는 것 같아요. 여유롭게 자신에 대해 발견해 나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취미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취미는 어디까지나 ‘취미’로 끝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취미 때문에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면, 그 때는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길을 바꾸는 게 좋을 수도 있어요. 본업을 망가뜨리지 않으면서 자신을 도와주는 그런 것이 좋은 취미죠. 우리 학교 학생들도 하고 싶은 것을 여유롭게, 하지만 지나치지 않게 발굴하고 실행했으면 좋겠어요.


학생들에게 당부의 말을 해 주신다면

우선 무엇보다도 게으르지 않되 자기를 발견해가면서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또 급박하게 생각하면서도 살지 않았으면 해요. 마지막으로는 뭐가 중요한지를 알고 뭐를 버려할지를 깨달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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