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가을 학기가 시작되었다. 석 달 동안의 긴 여름방학 동안 학생들은 사회 경험을 쌓고, 부족한 능력을 보충하고, 국내외 각지를 여행하는 등 학문적으로, 인격적으로 한층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지난 봄학기에 이어, 지난 여름방학 동안에도 간간이 슬픈 소식이 들려오곤 했지만, 석 달 동안의 재충전 시간을 가지고 다시 맞는 가을학기는 지난 봄학기의 슬픔과 혼란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느낌이다. 지난 봄 학기의 슬픔과 혼란은 세계적인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한 마지막 진통으로 여기고 각자 서 있는 자리에서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가을 학기가 되었으면 한다.

지난 봄 학기의 슬픔과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 학교, 교수, 학생 대표가 참석하는 혁신비상위원회(이하 혁신위)가 구성되었고, 석 달 동안의 논의 끝에 26개 개선 안건이 의결되었다. 혁신위가 구성되고, 출범될 당시 서남표 총장과 교수협의회의 합의에 따르면 혁신위에서 논의되고 결정된 사항은 반드시 수용되고 즉시 실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주요한 제도 개혁의 경우 이사회의 의결이 있어야 함으로 몇몇 안건의 경우 이사회 이후로 시행이 미뤄진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문제는 지난달 25일 임시이사회가 열려 혁신위의 26개의 개선 안건이 보고되었지만, 몇몇 안건의 경우 여전히 시행이 미뤄지고 있으며, 몇몇 안건의 경우 시행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혁신위 출범 당시의 합의 정신에 따르자면, 26개 개선 안건은 즉각 시행되는 것이 옳다. 그러나 혁신위의 개선 안건이 학교의 개혁을 후퇴시키거나 학교 구성원 대다수의 의견과 상치된다면, 공론의 장에서 재검토되는 것은 용인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달 25일 임시이사회에서는 ▲ 대학평의회 발족 ▲ KAIST 이사 선임절차 개선 ▲ 명예박사학위 수여기준 제정 등 세 가지 안건이 보류된 것을 제외하면 20개 안건이 보고되었고, 3개 안건이 통과되었다. 보류된 세 가지 안건이 이사회의 의결을 필요로 하는 안건이라면, 가급적 차기 이사회에서 시행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며, 학교에 위임된 나머지 23개 안건의 경우 하루빨리 시행 여부가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학사 제도 개선은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혁신위의 개선 안건은 ‘즉각 시행’을 전제로 논의된 것이다. 원칙적으로 혁신위에서 안건이 통과되는 순간 시행되었어야 하는 사안인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학내 구성원들은 학사 제도의 개혁 방향이나 개혁 여부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사 제도 개혁이 늦어지면, 기껏 안정을 찾은 학교가 다시 혼란스러워질 우려가 있다. 학교본부는 하루빨리 학사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한 결론을 내려야 하며, 만약 혁신위 개선 안건 중 수용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 그 근거를 제시해 공론의 장에서 재평가 받아야 할 것이다. 불필요한 혼란과 갈등을 야기하지 않으려면, 학사 제도 개혁 작업은 서둘러 마무리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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