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공민왕 때 문익점은 붓대를 소중히 품에 안고 원나라에서 귀국했다. 그의 붓대에는 목화씨앗이 들어 있었고, 이렇게 몰래 반입한 목화씨로 백성의 겨울을 따뜻하게 해줄 수 있었다. 경제적 가치가 엄청난 종자를 불법으로 밀반출시킨 사건인 셈인데, 이로써 종자의 가치와 종자 주권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금보다 비싼 종자

 2002년 우리나라가 국제식물식품보호협회에 가입하면서 협회에 등록된 식물은 허가 없이 반출하거나 품종개량을 하는 일이 불가능하다. 물론 등록된 식물을 사용할 때는 로열티를 내야한다. 그런데 문제는 외국계 종자회사가 시장을 과점하면서 우리나라가 막대한 로열티를 지급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농민들의 경우, 종자가 비싸더라도 더 인기가 있고 병충해에 강한 종자를 기르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에 다른 방법이 없다. 현재 파프리카 씨와 토마토 씨 1g의 가격은 10만 원 전후로 폭등한 금 가격보다 2배 정도 비싸다.

종자시장에서 공룡과의 싸움

 우리나라는 종자의 특허를 위해 국제식물식품보호협회에 가입했으나, 국내 종자시장의 상황은 형편없다. 특허에 무관심했던 옛날에는 외국계 회사나 개인이 우리나라 품종을 몰래 등록하기도 했다. 이런 대표적인 예는 ‘미스 킴 라일락’이란 이름으로 등록되어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관상수 라일락이다. 우리나라 토종 털개회나무의 종자개량 상품이지만 오히려 로열티를 내야한다. 고유의 육종기술을 가지고 있던 국내 종자회사도 외환위기 당시 외국 거대 종자회사에 인수되었다. 또한, 종자 개발은 돈과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시장 과점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

작전명, 황금씨

 종자시장은 식품뿐 아니라 의료, 에너지 시장과 맞물리면서 꾸준히 성장해 695억 달러 규모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고작 1.5%. 종자주권을 지키고 거대한 종자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정부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이에 정부는 내년부터 10년간 8,140억 원을 투자해 수출할 품종과 이상기후를 견딜 수 있는 품종, 식물공장용 고부가가치 품종을 육종하는 것을 목표로 ‘골든 시드(golden seed)’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그러나 황금씨를 찾는데 정부의 지원보다 중요한 것은 종자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다. 문익점이 목화씨를 꼭 가지고 오겠다고 마음먹은 것처럼, 미스 킴 라일락이 지천으로 널린 흔한 꽃이 아니라 아름다운 관상수라는 그런 생각 말이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