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은 항상 인류의 기술 발전과 함께 했다. 석기도구의 등장으로 농업이 탄생한 신석기혁명이 그러하고, 산업혁명의 배경에는 17-18세기 유럽의 농업혁명이 있다. 20세기 후반에는 산업혁명을 바탕으로 비료 사용과 농업의 대형화로 녹색혁명이 일어났다. 그리고 현재, 이상기후 문제와 함께 인류는 새로운 첨단 농업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21세기의 농업기술, 식물공장을 소개한다

이제 식물도 공장에서 기른다

 식물공장이 무엇을 뜻하는 말인지 바로 와 닿지 않는다. 기존의 재배 방식인 비닐하우스와 비슷한 것 같지만, 비닐하우스는 식물공장이 아니다. 아직 식물공장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최적화된 환경을 조성해 줌으로써 질 좋은 식물을 빨리 기를 수 있는 시설 또는 시기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식물을 계획생산 할 수 있는 시설’을 식물공장이라고 한다.

 최초의 식물공장은 1957년 덴마크의 크리스텐센 농장이다. 파종실, 발아실, 육성실 및 출하실을 갖추고 태양광과 고압 나트륨램프를 광원으로 이용했으며, 컨베이어시스템으로 작물을 운반했다.

 식물공장은 1957년부터 꾸준히 연구되었는데, 1970년대에는 몇몇 기업체에서 완전제어형 식물공장 생산 시스템을 개발했으나 수익성 악화로 상업화에 실패했다. 인공적으로 환경을 제어하고, 재배시설을 자동화해서 최고품질의 작물을 생산해도 노지에서 재배된 작물보다 재배비가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식물공장에 대한 연구는 꾸준히 진행되어온 편이지만 경제적인 측면 때문에 외면받다가 최근에야 주목받기 시작했다.

미래형 녹색기술, 식물공장

 식물공장은 최근 폭우나 폭염 같은 기상이변으로 노지의 작물재배가 이제는 안정적이지 않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그 대책 중 하나로 비치게 되었다. 또한, 농약을 쓰지 않는 친환경 제품과 홍삼, 약용 버섯과 같은 고부가가치 작물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면서 식물공장의 효용성이 재고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녹색기술 종합 대책’에 식물공장을 포함하기도 했다.

 식물공장의 형태는 공간효율을 최대화하기 위해 층층이 단을 쌓아 올리고 영양액과 인공 광원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정확한 정의가 없는 만큼 형태는 다양하다. 파종과 발아를 담당하는 공간을 따로 가진 공장도 있고, 발아된 식물을 가지고 와 기르는 공장도 있다. 식물의 성장도에 따라 위치를 자동으로 바꿔주는 컨베이어시스템을 가진 공장도 있지만, 하나하나 손으로 위치를 옮기기도 하고 아예 옮기지 않기도 한다. 온도, 이산화탄소 농도, 바람 등의 환경 조절, 태양광의 사용 여부도 제각각이지만 유독 빛에 까다롭다는 공통점이 있다.

빛 조절이 핵심

광원을 사용하는데 전기료가 많이 들고 식물생장에 빛 영향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빛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만 한다. 식물은 파장에 따라 광합성에 이용하기 위해 흡수하는 정도가 다르며, 비춰주는 파장에 따라 씨앗의 발아, 잎과 줄기의 생장, 광주기성, 음지 회피성, 개화 등의 광형태형성이 달라진다. 빛의 세기와 지속시간도 영향을 미친다. 또 광형태형성은 종은 물론 품종에 따라서도 차이가 난다.

고부가가치 작물의 명품화

 식물의 광형태형성을 잘 파악하면 특정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거나 크기가 큰, 최고품질의 식물로 기를 수 있다. 요즘은 화장품으로도 쓰이는 인삼은 약용 성분인 사포닌 함량을 최대로 끌어올려 부가가치가 상당한 상품을 식물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러한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허브나 버섯을 기르기도 한다. 또 장미나 튤립 같은 고급 화훼류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어디서나 걱정 없이 싱싱한 채소를 먹자

 고부가가치 작물을 기르는 것 외에도, 식물공장은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먼저 식물을 기를 수 없는 환경에서 식물을 기르는데 쓰인다. 이는 식물공장이 등장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북부지방에 있는 유럽 국가들은 겨울철 추운 날씨로 기를 수 없는 채소류를 모두 수입에 의존한다. 그런데 전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 규제가 강화되면서 비행기를 이용한 유통 비용이 점점 커질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유럽국가는 식물공장으로 식량 자급력을 높이려 한다. 이와 비슷하게 남극 세종기지에도 신선한 채소류를 공급하고자 컨테이너형 식물공장을 설치했다.

 국내에서도 이상기후 때문에 농작물 피해가 심각해지면서 농작물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그래서 식물공장에서 생산되는 작물이 단가가 다소 높더라도 농산물 가격 폭등을 억제하는 위험 관리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 세종기지 식물공장. 농촌진흥청은 남극 세종기지 대원들에게 채소류를 공급하기 위해 컨테이너형 식물공장을 설치했다 (좌:외부, 우: 내부)

 

도심형 농업으로 활용해

산업용 식물공장은 내부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두껍고 불투명한 단열재를 사용해 벽을 만든다. 그러나 이렇게 답답한 벽이 아닌 투명한 유리벽으로 보기에 시원한 식물공장이 도시 속에 등장하고 있다. 이런 ‘생활밀착형’ 식물공장이 최초로 등장한 곳은 롯데마트 서울역점이다. 작년 7월 설치된 식물공장의 유리벽 너머로 알록달록한 LED 조명과 푸릇푸릇한 상추가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기서 재배된 상추는 유기농 상추보다 조금 더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롯데마트에 이어서 식물공장을 설치한 곳은 샐러드와 샌드위치를 파는 카페와 음식점이다. 식물공장에서 재배한 채소를 바로 음식재료로 사용해 신선한 먹을거리를 판매한다는 전략과 식물공장이라는 볼거리로 많은 사람의 발길을 끌고 있다. 도시 속에서 청량감을 주며 깔끔하게 채소를 기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최근에는 한 아파트 단지에 설치되기도 했다. 도심형 텃밭으로도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 서울역 롯데마트 내에 설치된 식물공장. 매장 내에 설치된 식물공장은 상추를 길러 판매하는 것 뿐 아니라 상추에 어린아이들의 이름표를 붙여주어 교육의 장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식물공장은 이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다양한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지만, 아직 설비비와 전기료가 많이 나온다는 비용문제가 남아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아마 조명 기술 등의 기술 발전과 함께 해결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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