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5일에 발행된 346호 카이스트신문에서 필자는 “우리 과 기층기구회계는 얼마지?”라는 제목으로 학부 총학생회가 각 학과로 배분하는 기층기구예산에 학우 개개인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썼다. 당시 본지 지면에는 ‘학부 과학생회 지원 예산 규모 확대’라는 제목의 기사로 각 학과가 배분받은 기층기구회계가 정리되어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학우들이 ‘지켜봐야’ 할 기층기구회계는 상반기 내내 존재하지 않았다. 지난 3월 6일 상반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의결된 예산이 지난달에야 지급된 것이다. 그동안 과 사업의 예산은 어떻게 충당했을까? 한 과회장은 “사비를 털어서 메꿨죠, 뭐”하며 씁쓸하게 웃는다. 필자가 만난 몇몇 과회장들도 같은 처지였다. “상반기에는 지출해야 할 예산이 많아 가을 학기에나 줄 수 있다고 했다”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 이들이 여유 자금을 많이 끌어올 수 있어서 각 학과의 학우를 대표하는 자리에 출마한 것은 아닐 텐데 말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 지난 2월 15일에 발행된 344호 카이스트신문을 보자. 필자는 당시 낙마했던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예를 들며 학부 총학생회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강조했었다. 당시 학부 총학생회는 전체학생대표자회의서 감사위원회 세칙을 의결했고, 필자는 감사위원 후보자를 중앙운영위원회의 추천을 통해 모집하는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었던 것이다. 그러나 감사위원회 또한 발족은커녕 감사위원이 모아졌는지조차 깜깜 무소식이다. 예산자치위원회 등에 대한 세칙들도 함께 통과되었지만, 마찬가지 상태다. 상황이 이에 이르니, 필자의 사업에 대한 독려 혹은 비판이 무색해질 정도다.


총학생회 집행국의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학기, 우리 학교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 안에서 학부 총학생회는 학우들의 의견을 모으고자 전체학생총회를 개최하는 등 많은 일을 치렀다. 그러면서 물리적인 한계로 계획되었던 여러 사업의 진행은 우선순위에서 밀렸을 가능성이 높다. 당시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하면 무리도 아니다.


그러나 어느덧 우리 학교의 싸늘했던 봄은 가고, 여름이 왔다. ‘카이스트 사태’를 해결하고자 모인 혁신비상위원회의 안건들도 이사회 통과만을 남겨두고 있다. 또한, <우리누리> 총학생회의 임기도 반 이상 흘러갔다. 11월이면 다음 총학생회의 선거전이 벌어질 것을 고려하면, 레임덕 따위의 용어를 쓰지 않더라도 남은 임기는 정말 짧다. 이 임기 동안 어떤 일을 얼마나 잘 하는가가 <우리누리>가 어떤 총학생회로 기억될지를 결정할 것이다. 총학생회 홈페이지(student.kaist.ac.kr)는 일주일째 ‘페이지를 찾을 수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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