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이 직접 편집하는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백과’의 서남표 총장 비판 항목을 총장 비서실 직원이 통째로 삭제해 학우들이 반발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필명 ‘그래.’를 사용하는 ARA의 한 이용자는 지난달 24일 “위키백과에서 총장 비서가 ‘vandalism(공공시설의 파괴)’을 저지르고 있다”라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이글은 순식간에 100건이 넘는 추천 수를 기록했다. 해당 직원이 언론사 게시판에 쓴 댓글도 표현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서 총장에 비판적인 내용 반복해서 삭제

지난달 18일부터 일주일 간 한국어 위키백과 ‘서남표’ 항목과 영문 위키백과 ‘Suh Nam Pyo’ 문서를 한 누리꾼이 대폭 수정하고, 바뀐 부분을 다른 누리꾼들이 원상복구하는 상황이 십여 차례 되풀이되었다. 서 총장에 대한 평가를 다룬 항목 중 비판적인 부분이 ID ‘Clampee’를 사용하는 특정인에 의해 전부 혹은 일부 삭제된 것. 이 누리꾼의 신원을 확인한 결과 총장 비서실의 직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직원과 누리꾼들 사이의 마찰은 한국어판 ‘평가와 비판’항목과 영문판 ‘Controversy’ 항목을 중심으로 일어났다. ‘평가와 비판’의 과거 원문을 보면, 서 총장의 대표적 개혁 정책인 전면 영어강의와 차등 수업료, 교수 영년직 심사 강화 등과 관련해 엇갈리는 대내외적 평가를 다수의 언론 보도에 근거해 서술하고 있다. 또한, 지난 겨울과 봄에 각각 발생한 ‘명예박사 학위 수여 논란’과 ‘카이스트 사태’ 역시 <경향>과 <한겨레> 보도를 근거로 수록되어 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학우들은 ARA와 트위터 등을 통해 “위키백과의 취지와 윤리에 어긋나는 무단 삭제 행위는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라며 해당 직원을 비판했다. 일부 학우들은 직원 개인의 행위를 넘어 비서실장이나 총장 등 윗선의 지시 의혹까지 제기했다.

해당 직원은 “지시는 없었으며, 개인적 판단에 따라 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거듭된 삭제에 대해서는 “총장에 대한 비판 내용은 아직 인과관계에 대해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이고, 자칫 명예훼손의 가능성도 있어 삭제했다”라며, “당시에는 문서를 수정하면 곧바로 반영되는지도, 이러한 행위가 위키백과의 윤리에 반하는지도 몰랐으며, 삭제 행위를 한 것을 사과드린다”라고 해명했다.


자살한 학생들을 ‘우둔한 학우’로 표현

같은 직원이 ‘카이스트 사태’ 당시 한 언론사 게시판에 올린 댓글도 뒤늦게 물의를 빚었다. 애도기간이 선포되고 전면 휴강과 학과별 간담회가 열린 지난 4월 12일, 해당 직원은 ‘조선일보 토론마당’에 수차례 서 총장을 지지하는 내용의 댓글을 올렸다. 이 중, 자살한 네 명의 학우에 대해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그런 우둔한 학우들을 애도하며…. (후략)”라는 표현을 쓴 것이 밝혀진 것이다.

학우들은 발끈했다. 일부 학우는 비서실의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이 직원은 문제가 된 글을 수정했다. 해당 직원은 “차분히 마음의 상처를 보듬고 있는 학생들도 많이 있다는 것을 전달하고자 했던 글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잘못된 단어를 써서 문제가 발생했다”라며 “옳지 못한 표현으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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