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우리 학교는 다사다난한 한학기를 보냈다. 우리는 이를 전환점으로 삼아 과거를 통해 잘못된 것은 반성하고 잘된 것은 더욱 개발해 새로운 시대를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올해 비전2025 선포 등 새로운 개혁의 신호탄이 터진 가운데, 모두 함께 미래를 생각해야 할 때다.  40주년 특별기획 마지막 연재는 보직교수와 동문, 학우를 만나 지금까지 살펴 본 우리 학교의 역사를 되짚어 보고 우리 학교의 미래를 이야기해본다                           
 

개교 초기에 그린 KAIST와
40년이 지난 지금의 KAIST

우리 학교의 초기 설립 목적은 당시 부진했던 우리나라의 과학기술과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었다. 우리 학교는 목적을 달성하기위해 많은 혜택을 받았고 이에 힘입어 훌륭한 인재들을 양성해 냈다. 40년간 우리 학교가 배출한 3만 3천여 명의 졸업생들은 우리나라 이공계의 기반을 닦고 경제를 일으키는 원동력이 되어왔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수준은 눈에 띄게 발전했고 우리 학교는 초기 설립 목적을 달성했다고 인정받았다.

그러나 21세기를 이끌어갈 주역을 만들기위해 우리 학교는 이제 새로운 청사진이 필요하다. 우리 학교는 지난 5월, ‘비전 2025’를 발표해 새로운 목표를 내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공청회에서 일부는 다소 추상적인 계획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이균민 교무처장은 “개교 후 지금까지 ‘고급 인력 향상’이라는 목적을 잘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새로운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학교의 개혁을 주장했다.

새로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교육방침이 학교를 이끌어야 한다. 이승섭 학생처장은 “더 이상은 전문지식만을 공부하고 산업체에 보탬이 될 인력 키우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학교가 큰 틀을 통해 학생들을 관리했다면 앞으로는 학생 한명 한명에 집중해서 그들이 어느 자리에서나 리더로 설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필요하다. 다시 말해서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를 키워내는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라고 말하며 앞으로의 교육방침을 내비쳤다. 
 

▲ 서남표 총장과 오명 이사장이 새로운 개혁을 꿈꾸며 전진의 북을 치고 있다


학내 개혁,  기억해야할 득과 실

개교 후 40년 동안 14명의 총장을 거쳐가면서 학교에는 다양한 개혁이 있었다. 그중 가장 성공적이었던 개혁과 실패한 개혁에 대해 들어보았다.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이자 본교 초빙교수인 이민화 교수는 성공적인 개혁으로 입학 사정관 제도의 도입을 꼽았다. 반면, 실패한 개혁으로는 장학금 회수 제도를 꼽았다. 그는 이 제도가 창업을 저해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벤처 창업의 요람이던 우리 학교 학생의 신규 창업이 90년대의 수십 분의 1로 격감했다”라며 이에 따라 학교와 산업계의 거리도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같은 결과가 신규 창업의 아이디어 창고를 비우게 했다고 말한다. 또한, “학점을 받기 위한 과도한 경쟁과 강제 영어교육은 캠퍼스에서 재미와 열정을 사라지게 하였다.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협력을 배우지 못하는 일률적 경쟁이 창조성을 키울 수 있을까”라며  치열한 학업 경쟁을 유발하는 제도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전 KIST 식품과학연구원이자 전 KIST & KAIST 식품공학 통합 연구부장인 권태완 박사는 KIST와 KAIST 합병, 분리 과정에서 실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합병했다가 단지 반발이 많다는 이유에서 둘로 분리되었다. 급한 불끄기 방식으로 진행된 분리는 양쪽 구성원에게 많은 피해를 주었다. 처음부터 너무 다른 KIST와 KAIST를 합병하려 한 것도 실이 된 개혁이지만 역설적으로 무분별하게 이 들을 분리한 것 또한 실이 되었다”라고 주장했다.

▲ 1984년 이전에 KAIST는 대학원 과정 밖에 없었고 캠퍼스는 홍릉에 위치했다


벤처의 요람에서 연구중심으로
앞으로의 방향은

90년대에 우리 학교는 벤처의 요람으로 불리며 우리나라의 벤처산업을 이끌었다. 이민화 교수가 우리나라 최초의 벤처기업인 ‘메디슨’을 창업한 것을 시작으로, 박현제 동문(전산학과 박사)이 멀티디어 기업 ‘솔빛미디어’를 창업했다. 이후 온라인 게임회사 NEXON, 인터넷 포탈 사이트 NAVER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많은 벤처기업이 탄생했다.

반면 최근에는 학교가 연구에 주력하면서 연구중심대학으로 치우치고 있다. 교수와 대학원 학우들이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학술지에 오르며 훌륭한 이공계 연구대학으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하지만 연구로 치우치게 된 학교에 대해 다소 소홀해진 산업 분야에대해 우려를 표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박현제 동문은 “산학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 학교는 개교 초기부터 국비로 공부하는 과학원이기 때문에 산업 부분을 강화해서 국가에 다시 기여해야 한다. 기초연구보다는 산업과 연계되어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산학협력이 더 중요하다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권태완 박사는 중도적인 입장이다. 그는 “둘 중 뭐가 좋고 나쁘다 할 수 없다. 기관내의 구성원의 성향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구성원들의 성향에 따라서 40년 동안 여러 변화를 겪으며 KAIST는 기초과학 연구에 무게를 두게 된 것이고 KIST는 산업연구에 중점을 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민화 교수는 “이제는 두 개의 균형을 맞추어 가야 한다고 본다. 초기의 벤처 요람에서 부족했던 학문 역량이 보완되었다고 보고, 이제는 다시 학문 역량을 바탕으로 창업의 최일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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