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조나노기공부터 마이크로나노기공까지 크기조절 가능해져

 우리 학교 화학과 유룡 교수팀이 특수설계한 계면활성제를 이용해 ‘육방정계 구조규칙적 위계나노다공성 제올라이트’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 지난달 15일 자에 게재되었다.

촉매로 사용되는 제올라이트

 제올라이트는 결정형 물질로, 주로 규소산화물로 구성되며 종류에 따라 일부가 알루미늄산화물로 치환된 경우도 있다. 결합 방식이나 구조에 따라서 현재 200가지가 넘는 종류의 제올라이트가 알려졌다. 제올라이트는 구조적 특성 덕분에 화학 산업 전반에 사용되고 있는데, 그 중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가 고체촉매다.

 고체촉매는 화학반응에서 일반적으로 반응물과 생성물이 기체, 액체이므로 반응 후 분리가 쉬워 많이 사용된다. 그중에서도 4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제올라이트다. 제올라이트에서 규소가 알루미늄으로 치환된 부분은 음전하를 띠게 되는데, 수소이온과 결합해 강산이 되어 산 촉매로 사용되곤 한다. 제올라이트 결정구조에서 나타나는 빈 공간에 다른 금속촉매를 넣어 사용하기도 한다. 금속촉매를 그대로 이용하면 반응 중에 서로 뭉쳐 표면적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세대별 제올라이트의 제법

 화산지대에서 주로 발견되던 제올라이트는 주로 나트륨의 수화물을 둘러싼 규소와 알루미늄 산화물들이 결정을 형성해 만들어진다. 이때 틀이 되는 나트륨 수화물을 구조유도체(Structure Directing Age-nt, 이하 SDA)라고 한다. 연구실에서도 이를 모방해 제올라이트를 만들어 왔는데, 이를 1세대 제올라이트라고 한다. 2세대 제올라이트는 유기화합물을 이용해 만들어진다. 암모늄 이온에서 수소를 알킬기로 치환한 유기 암모늄을 SDA로 이용해 제올라이트를 합성했다.

계면활성제 이용해 제올라이트 만들어

 계면활성제는 머리가 친수성을, 꼬리가 소수성을 띠는 물질이다. 계면활성제를 물에 녹이면 소수성인 계면활성제의 꼬리 부분이 서로 모여서 구 형태의 미셀을 형성하는데, 이를 이용하면 기존의 SDA로는 만들 수 없었던 커다란 나노기공을 형성할 수 있다.

 규소산화물과 알루미늄산화물은 전하를 띠므로 친수성인 계면활성제의 머리 부분에 달라붙어 마이크로나노기공을 만든다. 그리고 마이크로나노기공이 미셀을 둘러싸면서 일반적으로 형성되는 기공에 비해 훨씬 큰 메조나노기공을 형성하게 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제작된 제올라이트는 커다란 메조나노기공과 작은 마이크로나노기공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구조를 띠게 된다.

계면활성제를 조작해 다양한 제올라이트를 마음대로

 계면활성제를 잘 이용하면 다양한 종류의 제올라이트를 나노기공의 크기를 조절해 제작할 수 있을것이라 예상된다. 계면활성제를 설계할 때 머리 부분의 모양에 따라 제올라이트가 형성되는 구조가 결정된다. 또한, 계면활성제의 꼬리 부분이 길어질수록 미셀은 커진다. 따라서, 꼬리 부분의 길이를 조작하면 메조나노기공의 크기를 조작할 수 있다.

촉매기능을 증대시키는 메조나노기공

 메조나노기공과 마이크로나노기공의 규칙적인 배열은 이상적인 도시계획과 같다. 큰 도로와 작은 도로를 적절히 배치하면 교통체증을 최소화할 수 있듯이, 메조나노기공과 마이크로나노기공이 규칙적으로 배열되면 확산 효과가 커져 촉매기능이 탁월해진다. 또한, 기존의 마이크로나노기공에 담을 수 없었던 큰 촉매분자도 메조나노기공에 담을 수 있어 더욱 다양한 방면에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몇 가지 종류의 제올라이트만 계면활성제를 이용해 제조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다른 종류의 제올라이트도 같은 방법으로 제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유룡 교수는 “2009년에 나노판상형태의 초박막 제올라이트 물질을 합성할 때에도 이와 같은 방법을 이용했다”라며, “이번 연구는 입체적인 구성이 불가능해 판상형태로밖에 제조할 수 없었던 기존의 방법을 입체적이고 훨씬 안정적인 구조로 만들 수 있게 발전시켰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다”라고 말했다.

 

▲ 그림1. 계면활성제를 이용해 제작한 제올라이트 결정사진. 각 사진은 제올라이트 결정 사진을 주사전자현미경(Scanning Electron Microscopy)를 이용해, 다양한 배율로 찍은 사진이다. 3.5nm의 메조나노기공이 육방정계 벌집 모양으로 배열되어 있으며 그 벽에 0.55nm의 마이크로나노기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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