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4월 7일자 네이처지에는‘얼음 형태의 입자 내로 수소저장’이란 제목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이 논문의 저자는 우리 학교 생명화학공학과의 이흔 교수다. 이 교수의 연구는 수소저장기술의 지평을 넓히는 새로운 저장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최근 수소 분자 대신 수소 원자 저장 가능성을 규명해 작년 7월 사이언스지의 리서치 하이라이트로 소개된 바 있다. 이 교수를 만나 수소저장기술의 현재와 발전 방향에 대해 물었다

수소저장기술은 수소에너지시대의 가장 큰 과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의 수소저장기술 연구 동향에 대해 말해 달라
 수소저장기술은 다양한 방법으로 제시되고 발전해왔다. 현재 주로 사용, 연구하고 있는 저장 방법은 ▲ 압축수소가스 ▲ 액화수소 ▲ 수소저장합금 ▲ 탄소나노튜브 ▲나노구조를 갖는 금속유기복합체(MOF)를 이용하는 등의 다섯 가지이다.
 하지만, 이 방법들은 각각 한계가 있다. 350기압 이상의 높은 압력 또는, 영하 252도의 극저온을 구현해야 하거나, 저장되는 수소에 비해 중량이 지나치게 많이 나가거나, 저장 과정에서 드는 비용이 지나치게 많은 것 등이 그 문제다. 많은 과학자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날마다 분투하지만 아직 기술에 큰 진전이 없어 상당히 지쳐 있는 상태다. 수소에너지시대를 열려면 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저장기술이 발명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얼음 입자에 수소를 저장하는 방법이 기존 수소저 장기술의 한계를 넘는 해결책이라고 보는가
 일단, 우리의 연구는 기존과는 굉장히 다른 새로운 방법이다. 다른 저장방법들과 마찬가지로 이 방법도 나름의 장단점이 있다. 우선 앞으로 극복해야 할 점은, 간단하고 저렴한 방법으로 저장 용량을 늘리는 일이다. 수소 하이드레이트가 실용화되려면 전체 중량의 6% 이상의 수소를 저장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기술로는 전체 중량의 4% 정도만이 저장 가능하다. 매우 복잡한 방법을 통해 6%에 가까운 저장 용량을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실용화를 위해서는 보다 쉽게 저장 용량을 늘릴 수 있어야 한다.
 얼음 입자에 수소를 저장하면 대기압 아래 2~3℃정도의 온도에서도 그 저장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어, 극저온, 고압이 필요한 다른 저장방법과 차별화된다. 또한, 온도를 높여주면 자연스럽게 수소를 추출할 수 있어 여러 분야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수소의 저장고로 물을 사용 한다는 점은 환경적, 경제적인 면에서 큰 경쟁력이다. 이런 장점들로 보아 지속적인 연구로 현재의 문제를 극복한다면 수소 하이드레이트는 수소에너지시대의 주된 수소 저장기술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얼음 입자 속에 수소를 저장할 생각을 하게 되었는가
 메탄 하이드레이트라는 물질이 있다. 흔히 불타는 얼음으로 불리는데, 얼음 입자 사이에 메탄 분자가 들어가 있는 구조다. 전 세계적으로 꽤 많은 양이 매장되어 있어 안정적인 추출 기술만 뒷받침된다면 앞으로 100년 이상 에너지 걱정을 덜어도 될 것으로 예상한다. 나는 지난 십여 년 동안 메탄 하이드레이트를 연구해왔다. 그러던 중, 얼음 입자 사이에 메탄 분자 대신 수소를 저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메탄 하이드레이트에서 영감을 얻어 이른바 수소 하이드레이트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수소 하이드레이트의 원리는 무엇인가
 앞에서 언급했듯이 메탄 하이드레이트처럼 얼음 입자 사이에 수소 분자를 넣는 원리이다. 원리는 간단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많은 연구가 필요했다. 일반 얼음에는 수소를 저장할 수 없다. 물 분자에 있는 수소 두 개를 제외하고는 수소가 자리할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용성 유기물을 이용한다. 물에 미량의 유기물을 첨가해 얼리면 내부에 수많은 작은 공간이 생긴다. 수소 기체는 매우 작고 가벼워 작은 공간만 있으면 비집고 들어가려는 성질이 있다. 때문에, 이 얼음을 마이크론 단위로 잘게 부수어 수소 기체와 닿게 하면 수소 분자가 얼음 입자 속으로 빨려 들어가 자리하게 된다. 이러한 원리로 수소를 얼음 속에 저장할 수 있다.
 최근에는 수소 분자 대신 원자를 이용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γ-선을 이용해 수소 분자를 원자 둘로 쪼개어 단위공간 속에 따로 가둘 수 있다. 이 수소 원자는 반응성이 매우 커서 다른 수소를 잘 끌어들인다. 위 방법으로 한 단위공간에 두 분자의 수소 를 저장하거나, 기존 저장방법에서 수용성 유기물이 차지하던 공간에 수소 분자를 저 장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궁극적으 로 수소저장 용량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 연구의 비전이나 장기 목표를 말해 달라
 수소 하이드레이트가 실용화되면, 수소의 생산, 저장, 이용 과정에서 물만을 사용하고 배출하는 이상적인 에너지시스템이 구현된다. 물에서 수소를 추출해내고, 얼음에 수소를 저장하고, 수소가 연소한 후 수증기 형태로 배출되는 친환경적이고 저렴한 에너지원을 얻게 되는 것이다. 계속되는 연구를 통해 현재 수소 하이드레이트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마침내 이런 이상적인 미래 에너지 시스템에 기여하고자 하는 것이 나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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