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나 - '보통의 언어들'

예민한 시인의 다채롭고 생동감 넘치는 언어에서, 냉철한 학자의 직선적인 언어까지. 언어는 쓰는 사람과 상황에 따라서 한없이 달라진다. 우리가 뱉는 말은 누군가의 심장을 저미는 비난이 될 수도 있고, 실의에 빠진 누군가를 다독이는 위로나 연인이 서로에게 속삭이는 밀어가 될 수도 있다. 

이처럼 말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가장 강력한 매개체이면서, 그 표현에 따라 천차만별의 결과를 불러온다. 감정과 생각을 서투르게 표현한 말은 오해를 낳는다. 우리가 단어를 고르고 표현을 신중히 해야 하는 이유이다. <보통의 언어들>의 작가 김이나는 오랜 기간 작사가로 일하며 표현과 언어 속에서 씨름해온 사람으로서,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언어를 색다른 관점으로 설명한다.

저자는 일상 속에 빈번히 등장하는 표현들에 대한 생각을 전달하고, 자신이 그 표현을 사용했을 때의 감정이나 상황을 예시로 들며 독자가 언어를 더 정교하게 파악하도록 이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설명할 때 쓰는 관계의 언어, 삶 속에서 느끼는 순간순간의 심정을 표현하는 감정의 언어,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우리를 바꾸는 자존감의 언어의 세 가지 분류를 통해서 언어를 묶어서 설명한다. ‘사과하다’, ‘소중하다’는 말에서부터 ‘나대다’, ‘외롭다’까지, 다양한 표현에 대한 저자만의 생각을 엿보며 단어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접할 수 있다.

감정과 생각은 우리가 표현하기 전 가슴 속에 눌러앉아 있다. 세상 밖으로 나가지 못한 감정은 우리 안의 비밀로 남아있다가 내일이 되면 흩어진다. 우리가 언어를 통해서 묘사하거나 설명할 때, 모든 감상은 비로소 실체를 가진다. 여행을 가서 본 이국적인 광경에 대한 감탄도, 밤새 과제를 하면서 지친 마음으로 하는 푸념도, 사랑을 하며 느끼는 새콤달콤한 감정도 모두 적합한 표현을 찾을 수 있을 때 시간에 흘려보내지 않고 간직할 수 있다. 이 모든 삶 속의 섬세한 감상을 ‘멋지다’, ‘짜증난다’ 등과 같은 단편적인 언어로 넘겨버린다면, 아무리 값진 경험이라도 단조롭고 공허한 몇 개의 기억만 남길 것이다. 

김이나 작가의 <보통의 언어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즐겨 사용하는 말과 그런 표현을 쓰는 우리의 감정을 풀어내면서 어휘의 미세한 차이점을 부각한다. 책은 우리 일상에 존재하는 보통의 언어들을 탐구하면서 독자가 어휘를 다채롭게 하고, 표현에 생생한 색채를 입히도록 돕는다. 언어는 세상과 소통하는 창이다. 익숙한 표현으로 가득 찬 우리의 사전에 신선하고 낯선 주석을 넣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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