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파 알 맨사우어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

천둥번개가 휘몰아치는 밤, 확신에 찬 한 남자가 각종 실험 기기에 연결된 시체에 다가간다. 높은 전류의 전기를 가하자 시체가 벌떡 일어나 움직이기 시작한다. 조각난 시체 부위를 꿰매어 탄생한 존재는 자신의 창조주에게조차 괴물이라 불리며 모두를 공포에 떨게 했다. 생명을 창조한 빅터 프랑켄슈타인과 그가 만들어 낸 괴물의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기며 사랑받고 있는 최초의 SF 소설이다. ‘현대판 프로메테우스’라고도 불리는 소설 <프랑켄슈타인>의 작가 메리 셸리의 이야기가 영화로 각색되었다.

문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메리는 어머니의 묘 옆에서 고딕 소설을 읽으며 습작한다. 언젠가 사람들의 피를 끓게 하고, 심장이 뛰도록 하는 작품을 내고자 하는 그는 아버지의 제자인 시인 퍼시 비시 셸리와 사랑에 빠진다. 무신론을 부르짖다 옥스퍼드 대학에서 퇴학당한 퍼시는 엄격한 규율에 반대한다는 점에서 메리와 이상을 공유한다.

하지만 퍼시가 유부남이었기에 둘은 2년간 주변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생활고를 겪어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몸이 약했던 첫째 아이가 병으로 죽고, 퍼시와 불화를 겪는 등 불행한 일이 연속으로 생기자 메리는 외로움과 슬픔을 가득 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시인 바이런 경의 초대로 스위스에 있는 바이런의 별장에서 여름을 보내게 되고, 몇 주째 계속되는 폭우에 지쳐가던 날 무서운 이야기를 지어보자는 바이런 경의 제안에 전부터 품어왔던 외로운 괴물의 이야기를 꺼낸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첫 영화감독인 하이파 알 맨사우어가 감독을 맡아 <프랑켄슈타인>을 탄생시키기까지 메리 셸리의 삶을 묘사했다. 2012년 제작된 감독의 데뷔작 <와즈다>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단독으로 촬영된 첫 영화라는 이유로 화제가 되며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3관왕을 달성했다. <와즈다>는 여성이 자전거를 타는 것이 금지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자전거를 갖기 위해 퀴즈 대회에 나가는 열 살 소녀 와즈다의 이야기로, 영화의 흥행을 계기로 2013년 4월 이슬람 율법이 수정되어 여성들도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는 결과를 불러오기도 했다. 이슬람 골수 세력의 살해 및 테러 협박에도 꿋꿋이 영화 촬영을 마친 감독의 언어로 듣는 메리 셸리의 이야기이기에 메리의 슬픔과 간절함이 밀접히 와 닿는다. 메리가 오롯이 겪어야 했던 외로움과 비난을 담담히 좇는 연출은 감독이 고독한 괴물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메리의 심정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프랑켄슈타인>의 작가로만 알려진 데 반해, 메리는 그의 저서에서 계몽주의 정치론을 주장하며 개인주의가 팽배했던 당시의 낭만주의를 비판했다. 영화는 여권운동가이자 철학자였던 메리의 어머니 메리 울스턴 크래프트와 정치철학자이자 작가였던 메리의 아버지 윌리엄 고드윈의 업적을 조명해 메리의 정치적인 사상을 강조했다.

<프랑켄슈타인>은 독자들에게 소름이 돋는 공포를 선사하지만, 책장을 덮고 난 뒤 몰려오는 전율은 괴물이 겪는 슬픔과 고독에 대한 공감의 결과이다. 메리는 첫째 아이를 잃은 슬픔과 사랑하는 이에게 외면당한 경험을 토대로 태어나자마자 창조주로부터 버려진 괴물의 외로움을 그려냈다. 영화는 굴곡진 메리의 인생을 가감 없이 기록해 각자의 아픔을 겪고 있을 관객에게 이해의 포옹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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