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반 동안의 신문사 활동을 마무리하며 이 글을 쓴다. 기자로 활동하며, 글을 통해 세상을 티끌만큼이라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었다. 나의 기사가 대단한 영향력을 가질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기사를 씀으로써 나를 둘러싼 작은 세상을 비추는 옅은 빛 정도는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맹목보다는 비판을, 혐오보다는 포용을, 배제보다는 존중을 추구하는 글을 쓰고 싶었다. 이를 통해 KAIST라는 사회가 조금이라도 더 건강해지기를 바랬다. 나의 학교가 실수를 저질렀을 때, 그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고 싶었다. 내 근처에서 힘든 일을 겪는 누군가의 짐을 덜고 싶었다. 무엇보다, 어떤 이유로든 그 존재가 숨겨진 사람들을 나의 글로써 드러내고 싶었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더 잘 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바쁜 마감 일정을 학업과 함께 소화하면서 깊은 고민을 기사에 담아내는 것은 꽤나 힘든 일이었다. 기사를 쓰는 일이 점점 익숙해지며, 오히려 글에 대한 절실함을 잃어갔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바람처럼 불어오는 마감 일정을 마주하면서도 눈을 감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점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느낀다. 기사를 쓰다 보면 ‘글을 완성하는 일’과 ‘글의 질을 높이는 일’ 사이에서 끊임없는 고민을 하게 된다. 현실과 이상의 끝나지 않는 싸움이다. 이 싸움에서 완전한 승리를 거두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지지 않는 것은 가능하다.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이상을 잊지 않는다면, 나는 현실에 패배하지 않는 것이다. 기사를 쓰며 현실과 일상에 항복하지는 않았다고, 감히 스스로를 평가해 본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카이스트신문을 만들어나갈 후배 기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기사를 쓰다 보면 수많은 고민을 마주하게 된다. 바쁜 마감 일정과 잘 풀리지 않는 취재, 버려진 신문지와 학내 구성원들의 무관심은 종종 신문을 만드는 일에 대해 회의감이 들게 할 것이다.

그러나 타인이 내리는 평가나 독자의 숫자가 어떠하든, 세상을 향한 모든 글은 어둠을 밝히는 촛불이 될 수 있다. 어둠으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 우리가 그나마 앞을 볼 수 있는 것은 신념을 가지고 촛불을 켜려는 사람들의 노력 때문이다. 기사를 통해 기록하고, 비판하고, 기억하는 일은 분명 그 노력에 속한다. 이 사실을 부디 자랑스럽게 여겼으면 한다. 당신이 바라는 신문과 기사의 모습들을, 글로써 당신이 이루고자 하는 모든 것들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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