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학자들과 정책 입안자들, 그리고 많은 시민들이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의 많은 것이 바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업들은 비대면 소통을 강화하고 있으며, 우리 학교도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교과목들을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하였다. 감염병 확산으로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경기가 침체되자 각국 정부는 경제의 흐름을 되살리기 위해 적극적인 재정 및 통화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기본소득, 고용보험의 확대 등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다양한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최근 6개월간 우리가 겪었던 엄청난 충격을 생각해 보면 코로나19 이후 많은 것이 바뀔 것이다. 모두가 변화와 혁신을 논의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변화와 혁신이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해 한번쯤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상 코로나 이후의 사회에서도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는 크게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감염병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실업 및 빈곤 문제 등이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불평등과 양극화의 심화는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의 확산과 함께 시작된 문제이고 코로나19의 확산 이전부터 많은 연구자와 정책입안자들이 고민해 왔다. 자동화와 비대면 서비스의 증가 또한 이전부터 예측되어온 현상으로 자동화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수십년 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한 대학교육의 혁신 또한 새로운 담론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영어권의 유수의 대학들을 중심으로 개방형 온라인 강좌들이 시작된 것이 이미 오래이다.

결국 양극화의 완화, 자동화에 대한 대응, 비대면 서비스의 확산 등은 이른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담론이 아니며, 이전부터 우리가 고민해 오던 사안들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계기로 우리가 이와 같은 문제들을 보다 빠른 속도로 체감하게 되었고, 정부, 기업, 그리고 대학은 이 문제에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미래 사회의 문제들이 우리의 문제로 문득 다가온 것이다. 코로나19의 심리적 충격에 다소 적응된 지금의 시점에서 우리는 사회적으로 논의되는 변화와 혁신의 장기적 방향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모두가 일자리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보다 평등한 공동체는 우리가 오랫동안 추구해온 가치이다. 자유로운 교육과 연구의 공동체로서의 대학 또한 우리 대학인들이 원해오던 목표이다. 코로나19에 대한 우리 사회의 대응은 이와 같은 목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가? 

정부는 비대면 비즈니스의 확대를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내 놓았고, 대학은 비대면 수업을 확산시켜 대학 교육의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이와 같은 해결책들이 위기 국면에서 취약계층이 더욱 큰 비용을 부담하게 되는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하고, 학생들에게 질높은 수업과 보다 열린 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것인가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근래의 변화와 혁신에 대한 논의들이 단기적 미봉책에 그치지 않도록 관심과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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