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생활을 한 지 2년이 다 되어가던 작년 가을, 겨울 방학을 위해 세워 두었던 모든 계획을 내려놓고 이번 겨울 방학은 집에서 보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평소 집에 자주 가지 않는 편이라 집이 그리웠다. 한편으로는, 계절학기나 인턴 등으로 방학을 채우다 보면 앞으로 집에서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많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두 달만 예정되어 있던 나의 집 생활은 코로나로 인해 뜻하지 않게 연장되어 벌써 5달이 넘어가고 있다. 동네 친구들을 만나기에도 조심스러워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만 보낸다.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강제 집순이 생활이 답답하고 불편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혼자 생각할 시간이 많아진 탓인지 여태까지 너무 당연하게 여겨서 놓치고 있던 것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매일 가족들과 한 테이블에 앉아 밥을 같이 먹고, 가끔은 밤에 인생을 안줏거리 삼아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시간인지를 새삼 느끼고 있다. 매일 밥 한 끼 같이 먹는 것만으로도 이런 행복을 느낄 수 있는데,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이런 행복을 놓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가족뿐만 아니라 친구들도 나에게 힘을 주는 소중한 존재였음을 느낀다. 요즘은 친구들을 잘 만나지 못하니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고, 밥을 먹고, 함께 놀면서 받았던 에너지의 크기를 실감하고 있다. 이런 에너지가 없으니, 쉽게 무기력해지는 것 같다. 나에 대해서도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일기를 쓰며 집에서의 심심한 시간을 이겨내고 있다.

메뉴 개발을 하면서 이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음식점 주인을 보며, 아이들과 그동안 남기지 못했던 추억을 남기는 회사원을 보며, 다들 각자의 방법으로 이 힘든 시기를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도 내 주위를 둘러싼 여러 가지에 대해 고민하고 감사하는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기는 하지만, 이 시기도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좋은 의미를 찾아내기는 했지만, 그래도 지금은 모두에게 여러모로 답답하고 힘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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