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소통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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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소통할 수 없습니다.
  • 윤아리영 기자
  • 승인 2020.04.14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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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콤 글래드웰 - '타인의 해석'

2015년 1월 텍사스주 위 고속도로에서 백인 남성 경찰관 브라이언 엔시니아가 흑인 여성 샌드라 블랜드의 차를 멈춰 세웠다. 블랜드는 대답하다 담뱃불을 붙였고, 엔시니아는 담뱃불을 꺼 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차에게 차선을 양보하려다 억울하게 정차를 당해 화가 나 있던 블랜드는 자신의 차 안에서 흡연하는 것은 자유라며 거부했다. 그러자 엔시니아는 전기총을 꺼내 차에서 내리라고 협박한 후, 그녀가 내리자마자 수갑을 채워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구금했다. 그리고 3일 뒤, 샌드라 블랜드는 감옥에서 자살한다.

왜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을까? 혹자는 백인과 흑인, 남성과 여성의 사회적 갈등을 탓하고, 어떤 이는 엔시니아의 인간성을 비난한다. 그러나 저자는 근본적인 근거를 제시한다. 우리는 상대를 잘 안다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채 잘못된 의사소통을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타인을 오해하는 이유를 세 가지 원인으로 설명한다. 첫 번째는 ‘진실 기본값 이론’이다. 사람들은 타인이 기본적으로 정직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행동하기 때문에 쉽게 관찰할 수 있는 거짓말의 단서를 놓치고 만다. 두 번째는 타인의 태도가 내면을 투명하게 반영한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얼굴에 모든 감정이 드러나는 것이 아님에도 우리는 표정으로부터 성격 등 많은 것을 예측한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은 행동과 결합하는 맥락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살을 결심한 사람이 어떤 수단으로든 목적을 이룰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자살 수단의 접근성과 자살률은 밀접하게 연관되어있다. 상황과 환경은 때때로 결합하거나 연쇄된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 샌드라 블랜드 사건은 다시 등장한다. 하지만 이제 이 사건이 지니는 의미는 조금 다르다. 범죄가 밀집되어있는 거리에서 차량 수색을 철저히 했을 때, 그 도시의 범죄율이 급감한 결과가 관찰되었다. 상황과 환경의 결합이다. 엔시니아는 그 이야기에 감명을 받았지만, 장소와 범죄와의 연관성까지는 알지 못했다. 샌드라 블랜드 사건은 사회가 낯선 이에게 말 거는 법을 알지 못해 발생한 비극이었다.

심리학에는 근본 귀인 오류라는 개념이 있다. 관찰자가 다른 이에게 일어난 사건을 설명할 때 부정적인 사건은 그 사람의 성격 등 내부에서 원인을 찾고, 긍정적인 사건은 외부에서 원인을 찾는다는 이론이다. 흥미로운 점은 사건의 당사자가 본인일 때는 이와 반대로 귀인을 한다는 것이다. 본인은 복잡하다고 생각하면서, 상대방으로부터 주어진 제한된 단서만으로 그를 완전히 알 수 있다고 믿는다. 어쩌면 타인과 가장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방법은, 우리가 그를 모른다고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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