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타 거윅 - '작은 아씨들'

“선물 없는 크리스마스가 무슨 크리스마스야.” 투덜거리면서도 이웃을 돕기 위해 크리스마스 아침 만찬을 양보하고, 매일 싸우면서도 아버지로부터 온 편지 내용을 듣기 위해 모여 앉는 네 자매를 보고 누가 미소 짓지 않을 수 있을까. “고난이 많았기에 즐거운 이야기를 쓴다”라던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의 말처럼, 비슷하면서도 너무나 다른 마치 자매의 이야기 <작은 아씨들>은 전 세계의 독자들을 19세기 미국으로 소환해 즐거움을 선사했다. 그리고 <레이디 버드>로 골든 글로브 영화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던 그레타 거윅 감독이 마치 가의 소식을 올해 다시 전해왔다.

자매의 어린 시절을 다룬 책 1부가 잘 알려진 것과 다르게, 영화는 성인이 된 자매의 생활에 초점을 맞추었다. 둘째이자 활발한 작가 조는 자신의 작품에 있어 고집스러운 태도를 보이지만 등장인물을 사랑에 빠지게 하라는 편집자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등 세상과 타협을 맺으며 살아간다. 실제로 루이자 메이 올컷은 책의 판매를 위해 <작은 아씨들>의 인물들을 결혼시켜야 했던 점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가 작가를 반영한 인물이라 알려진 것과 달리 루이자 메이 올컷의 인생과 성격은 네 자매 모두에게서 드러난다. 첫째 메그는 어릴 적 그대로 자매들과 함께 살고 싶어 하는 조와 반대로 결혼을 택한다.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일이 자신의 꿈이며, 조의 꿈과 다르다고 해서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당당히 말하는 그에게는 작가의 용기가 투영되었다. 음악을 사랑하는 내성적인 셋째 베스에게서는 스스로뿐 아니라 주변 사람을 지탱하는 내면의 강인함이 돋보인다. 철없는 막내로 종종 그려지는 에이미는 최고의 화가가 되고 싶어 하는 야망을 간직한 한편 자신의 입지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통찰력 있는 성인의 모습이 표현되었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 이전에 두드러지지 않았던 인물의 다양한 면모를 강조하기도 했다. 까탈스럽고 무서운 이미지로 알려진 마치 대고모는 당시 여성에게 주어진 현실적인 선택지 안에서 자매를 위한 최선의 길을 조언해 주는 인물이다. 로라 던이 연기한 네 자매의 어머니 메리 마치는 외로움을 느끼는 조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동시에, 노예제가 존재했던 과거를 부끄럽게 여기는 모습을 보였다. 감독은 “루이자 메이 올컷의 어머니 애비 메이가 노예제 폐지와 페미니즘 운동에 앞장섰다는 사실을 조명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92회 아카데미 의상상을 받은 영화답게 등장인물들의 다채로운 의상이 돋보인다. 영화 안에서 네 자매는 각자를 대표하는 색의 옷을 입는다. 자매의 어린 시절 장면에서는 네 가지 색이 어우러져 따뜻한 가족의 모습을 만들어냈다. 영화는 가까운 친구인 조와 로리가 서로의 옷을 바꿔 입고 나오는 장면을 통해 두 인물의 내면이 상당히 닮았음을 암시했다.

<작은 아씨들>은 1868년 출간된 이후 이미 수많은 영화 및 드라마로 각색되었다. 그러나 감독은 <작은 아씨들>을 다룬 작품이 계속해서 등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50여 년 전 쓰인 작품임에도 메리의 조언이나 조와 에이미의 대화가 놀랍도록 현대적인 것처럼, 현대의 시선에서 다시 바라본 고전은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모든 고전은 다시 들려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레타 거윅 감독의 <작은 아씨들>은 고전 속에 현대의 시각을 담아낸 일기이자, 세계 곳곳의 마치 자매에게 보내는 인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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