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 국면에서 비례대표 투표용지가 주목받고 있다. 35개의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낸 결과 상당히 긴 투표용지가 만들어진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정당이 ‘난립’한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정당이 너무 많아 유권자들의 혼란을 초래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필자는 조금 다른 목소리를 내고 싶다. 먼저 비례대표 제도의 취지와 역사부터 알아보자.

비례대표 제도는 소선거구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각계각층을 대변하는 사람들의 국회 진출을 가능케 한다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비례대표제는 1963년 처음 시행되었으며 현재와 같은 1인 2표제가 시행된 것은 2004년 총선부터이다. 우리나라 헌법의 ‘국회의원의 선거구와 비례대표제 기타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는 조항이 비례대표제 실시의 헌법적 근거다.

지난해 이루어진 선거법 개정은 비례대표제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부분적인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각 정당의 정당 득표율에 비례하는 의석수를 비례대표 의석 배분을 통해 보장해 주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국민의 정당 지지 의사를 의석수 배분에 최대한 반영한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지난해 도입된 선거 제도는 연동 비율을 50%로 하고 연동형으로 배분되는 의석을 30석으로 제한한, 부분적인 연동형 비례대표제이다.

현재 거대 정당의 위성정당 창당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는 상당 부분 훼손되었다. 국민을 닮은 국회를 만들고자 도입된 제도가 왜곡된 형태로 이용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러나 다원적인 국회를 지향한다는 제도의 본래 도입 취지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의 여러 목소리가 국회에 더 잘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이 맥락에서, 비례대표 투표용지가 길어진 것을 정당 ‘난립’이라고 표현하는 것에 반대한다. 소수 의견을 반영하는 정당들을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다양한 의견의 국민들이 존재한다면 이를 대변하는 정당 역시 다양해야 한다. 또한, 21대 국회에서는 이미 여러 한계를 드러낸 현행 선거법에 대해서는 보완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국민의 목소리를 더 잘 반영하는 동시에, 국민을 기만하는 꼼수를 허용하지 않는 선거법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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