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474호의 발행일은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전날입니다. 저는 학교 기숙사에 잔류하고 있으므로,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 기준으로 다음날 학교 근처 투표소로 사전투표를 하러 갈 생각입니다. 원래는 투표하는 김에 본가로 잠시 가볼까 했었는데, 아직은 지역 간 이동을 하기엔 리스크가 있어 포기했습니다.

올해 22살이 되는 저는 투표를 하는 게 처음입니다. 지금까지 했던 투표들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며 수도 없이 참여했던 반장 선거, 학생회장 선거 정도고, KAIST에 입학하고 나서는 총학생회장단 선거를 포함한 온갖 선거에 참여했습니다. 사실 총선, 대선하고 비교하기엔 민망할 정도로 무게감 차이가 있는 선거들이죠.

이제 첫 투표를 하는 제가 한 표의 의미를 알고 있다고 하기는 좀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런저런 선거를 거치고 친구들과 얘기도 나누며 든 생각이 있습니다. 투표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것은 우리가 던지는 한 표가 어떤 결과가 되어 돌아오는지 실감이 안 난다는 점이었습니다. 어쩌면 제 일상에 가장 눈에 띄는 결과를 정하는 투표는 반장 선거였을 겁니다. 당장 선생님 오시면 자리 앉으라고 소리치는 사람, 청소 검사하는 사람을 결정하는 투표였으니까요.

우리 학교에서 선거가 있을 때마다 저는 어지간하면 참여하는 편이지만, 참여하지 않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이유는 대부분 ‘나랑은 별 상관도 없는 일인데, 굳이 해야 하나’였죠. 이번 총선에 대해 얘기할 때도 비슷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별로 관심도 없고 누구를 뽑는다고 우리 동네는 뭐가 변하는지도 모르겠는데 꼭 해야 할까?” 저도 가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은 너무 아깝습니다. 우리가 선거를 외면할수록 우리도 외면받을 것이고, 우리가 실감할 수 있을 선거 그 이후가 더욱 찾아오기 힘들 것입니다. 우리는 그저 우리에게 주어진 선거권이라는 추상적인 이유에, 우리가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변화를 부르는 시도임을 더해야 합니다. 정치인도 자신이 맡은 바를 다하고, 그 투표의 힘을 실감한 유권자들이 선거에 더 적극적으로 임하는 사회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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