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물의 참신성과 영향력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방법론 제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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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의 참신성과 영향력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방법론 제시해
  • 박종건 기자
  • 승인 2020.03.17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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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명) Novelty and influence of creative works, and quantifying patterns of advances ... - 'EPJ Data Science'

문화기술대학원 박주용 교수 연구팀이 창작물의 참신성과 창작물의 영향력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방법론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서양 클래식 피아노 작품을 분석하였다. 이번 연구는 지난 1월 30일 <EPJ 데이터 사이언스(EPJ Data Science)>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정보이론과 유사하게 정의된 참신성

창작물의 참신성(Novelty)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그 창작물을 구성하는 요소가 이미 등장한 적이 있는지 혹은 새롭게 만들어진 요소인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새롭게 만들어진 요소가 더 많이 사용되었다면 해당 창작물은 참신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논문, 특허 등 문서 형태의 창작물은 선행연구 또는 발명 인용 정보로 만들어진 네트워크를 분석함으로써 쉽게 참신성을 평가할 수 있지만, 인용 정보가 명시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미술, 음악, 문학 분야의 창작물은 이러한 방법을 적용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기존 작품과 분석 대상을 직접 비교하는 방법을 채택했다. 새로운 창작물은 기존에 존재하던 요소들의 무리(Conventional Pool)와 새로운 요소들의 무리(Novel Pool)에서 요소를 선택하여 조합하는 과정으로 만들어지고, 이때 주어진 요소를 선택할 확률은 그 요소가 무리에 얼마나 많이 존재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창작물의 생성 확률(Generation Probability)은 이를 구성하는 각 요소를 선택할 확률을 모두 곱한 값으로 나타낼 수 있는데, 연구팀은 이 생성 확률의 역수에 로그를 취한 후 이를 요소의 개수로 나눈 평균값을 창작물의 참신성으로 정의했다. 이러한 정의는 정보이론에서 어떤 사건의 예기치 않은 정도를 나타내는 척도인 정보량과 수학적으로 동등하다. 즉, 정보이론의 관점에서 볼 때 창작물의 참신성은 각 요소의 예기치 않은 정도에 대한 평균이라고 할 수 있다.

 

참신해도 영향력 있어야 중요성 커져

그러나 창작물의 중요성이 참신성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위 정의에 따르면 음표를 무작위로 골라 배열한 음악이 가장 참신하겠지만, 당연하게도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은 의미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창작물의 의미는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연구팀은 후대에 많은 영향을 끼친 창작물이 있다면 그 창작물이 더 중요하다는 점에 착안해 창작물의 영향력(Influence)을 정의하였다. 어떤 창작물의 집합 A가 미래의 창작물 B에 끼치는 영향은 A가 포함하는 요소를 B가 얼마나 차용하였는지 여부로 판단할 수 있다. 창작물 그 자체는 새로운 요소를 사용하면서 다른 창작물에는 자기의 요소를 모방하도록 하는 능력이 바로 영향력인 것이다. 

 

클래식 피아노 연주곡에 적용해 분석

연구팀은 이렇게 제시한 정량적 평가 방법을 19명의 음악가가 바로크부터 낭만주의 시대에 걸쳐 작곡한 900곡의 서양 클래식 피아노 연주곡에 적용해 보았다. 연구팀은 하나의 코드워드(Codeword)*에서 연속하는 코드워드로의 전환을 작품의 요소로 설정하고, 이 전환을 1차 마르코프 사슬(First-order Markov Chain)**로 모델링한 후 각 작품의 생성 확률을 계산하였다. 음악의 구성 요소에는 형식이나 템포 등 멜로디 외적인 부분도 많지만, 화음과 멜로디가 중시되는 클래식 음악의 특성상 멜로디 특성을 잘 나타내는 코드워드 전환만으로도 유의미한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음악계의 기존 견해와 일치함을 보여  

분석 결과 얻어진 결론은 음악계의 기존 견해와도 잘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먼저, 낭만주의 음악가들은 시대적으로 가장 최근에 활동하여 기존에 작곡된 음악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높은 참신성을 나타냈다. 또한, 일생 전반에 걸쳐 자신들이 직접 작곡한 곡과의 비교에서도 높은 참신성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기존의 틀을 탈피하려는 의도가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는 낭만주의 음악가들이 오랫동안 전해오던 음악적 관습에서 벗어나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이어갔다는 음악계의 주류 견해와 일치한다. 음악가의 영향력을 서로 비교한 결과도 흥미로웠다. 기존 음악가의 영향력이 쇠퇴하고 새로운 음악가가 각광받는 흐름은 음악사에서의 시대 분류와 일치했다. 예를 들어, 바로크 시대가 끝날 무렵 고전주의 음악가인 스카를라티의 영향력이 바로크의 거장인 바흐의 영향력을 넘어섰고, 곧이어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영향력이 증가하여 헨델의 영향력에 맞먹게 되었다. 고전주의에서 낭만주의로의 전환기에는 베토벤의 영향력이 두드러졌고, 이는 낭만주의로 접어들며 슈베르트, 쇼팽, 리스트에 의해 따라 잡힌다.

시간 순으로 음악가의 영향력 변화를 나타낸 그래프낭만주의 시대가 시작되는 1820년부터 음악가의 영향력을 시간 순으로 나타낸 그래프. 고전주의가 끝나면서 베토벤의 영향력이 점차 감소하는 것이 나타난다.(박주용 교수 제공)
시간 순으로 음악가의 영향력 변화를 나타낸 그래프
낭만주의 시대가 시작되는 1820년부터 음악가의 영향력을 시간 순으로 나타낸 그래프. 고전주의가 끝나면서 베토벤의 영향력이 점차 감소하는 것이 나타난다.
(박주용 교수 제공)

이번 연구는 피아노 연주곡뿐 아니라 다른 여러 종류의 창작물에도 적용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범용성이 크다. 뿐만 아니라 창작물의 요소를 고차원 마르코프 사슬, 인공신경망 등 고도화된 통계적 기법으로 분석하여 더 의미 있는 결론을 낼 수 있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 “창의성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정량화하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현대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인 창의력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첫걸음”이라고 그 의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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