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진로에 진출한 KAIST 졸업생을 만나다 -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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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진로에 진출한 KAIST 졸업생을 만나다 - ②
  • 유신혁 기자
  • 승인 2020.03.17 1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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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는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이다. 많은 학생이 연구자, 혹은 이공계열 진로를 꿈꾼다. 교육 커리큘럼이나 학교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대부분 연구자를 양성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다른 꿈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도 분명 존재한다. 이공계 산업 혹은 연구에 초점이 맞추어진 환경에서 다른 진로를 꿈꾸는 일은 때로 힘겹고 고민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본지는 이미 이공계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직업인의 길을 걷고 있는 우리 학교 졸업생들을 인터뷰했다. 본 인터뷰는 크게 두 가지 의의를 지닌다. 첫째로, 연구자 이외의 진로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둘째로, 연구자의 길을 걷고 있는 수많은 졸업생에 가려져서 눈에 띄지 않았던,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KAISTian’의 존재를 드러낼 것이다.

고급 과학기술 인력을 키우기 위한 지원을 받은 학생들이 연구자 이외의 진로를 택하는 것에 대한 논쟁도 분명 존재한다. 본 기사의 역할은 해당 논쟁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것보다, 가려져 있었거나 그동안 접근하기 어려웠던 정보들을 드러내는 일이라고 판단한다. 선택과 고민의 순간들을 직접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선을 제공하길 기대해 본다.

기자와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졸업생의 목소리를 들어본 지난 호(471호)에 이어, 이번 호(472호)에서는 치과의사와 변호사가 된 졸업생의 이야기를 만나 보자.

 

카이스트치과의원 주현성 원장

주현성 원장
주현성 원장

간단히 본인을 소개한다면

전산학부 00학번 졸업생이다. 경기도 수원에서 카이스트치과의원이라는 치과를 개원했다. 원장과 사장을 겸하는 개원의로서, 환자 진료와 병원 경영을 동시에 하고 있다.

 

대학생 시절을 어떻게 보냈는지

원래는 수학과 혹은 물리학과에 진학하고 싶었으나 몇몇 과목을 들어보니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느껴져 그만두었다. 이산수학, 알고리즘 같은 과목이 적성에 맞는다고 느꼈고, 시기적으로도 벤처 붐이 일고 있어 전산학부를 선택했다. 로켓 동아리, 천체 관측 동아리, 컴퓨터 동아리, 정보 보안 동아리 등에서 활동했다. 3학년 때는 휴학을 하고 2년 반 동안 IT 벤처회사 네오위즈에서 병역특례 대상자 자격으로 프로그래머 일을 하기도 했다.

 

치과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계기는

전산학 전공자로서 전산학이 활용될 수 있는 분야를 찾아보았다. 전산학과 너무 가까운 분야는 이미 IT 기술이 많이 적용되어 있으니 조금 먼 분야를 찾아보고 싶었다. 그러다가 아주 먼 분야인 치의학에 도전하기로 했고, 치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했다. 가장 뛰어난 프로그래머가 되지는 못해도, 치과의사 중에서 가장 뛰어난 프로그래머가 될 수는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다양한 일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막상 도전해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도 학문 간의 거리가 멀어 공부할 게 너무 많고, 연결 고리를 찾기도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지금도 치과의사라는 단일한 정체성을 가지고 살기보다는, 공학과 치의학, 혹은 생명공학을 복수 전공한 사람이라는 정체성으로 살고자 노력 중이다. 

 

현재 우리 학교에서는 다양한 진로에 진출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인데

KAIST 출신이 진출하지 못할 곳은 없다. 다만 KAIST 안에 있을 때는 연구자인 교수님들과 대학원생 선배들에게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다른 분야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 수 있다. 그럴 때는 직장 생활, 모임 등을 통해 학교 밖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면 새로운 경험을 해볼 수 있을 것이며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KAIST가 자유롭고 좋은 대학인 것은 맞지만, 학교 밖으로 시야를 넓혀 보는 것도 좋다. KAIST 대학원에는 해양생물학과, 천문학과 등의 학과는 없기 때문에 다른 학교의 대학원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KAIST 졸업생이 의료계로 진출하는 것에 대해 다양한 시각이 있다

이공계 졸업생의 의료계 진출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세상의 학문들은 서로 완전히 분리되어 있거나 배타적인 것이 아니다. 예를 들면 치의학전문대학원을 준비하며 공부했던 생물학이나 유기화학 등의 과목들이 전산학, 수학 등과 모두 연결되어 있다. 의료인이 환자의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과정은 프로그래머가 프로그램을 디버깅하는 과정과 닮았다. 바이러스가 생체에 침입하고 활동하는 과정은 해킹과 비슷하다. 

따라서 다양한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훌륭한 의료인으로 성장해서 여러 일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의료인은 사람을 살리고, 건강한 삶을 돕는 사람이다. 그것을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수단과 방법 중에는 공학도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공학적 지식과 기술, 도구가 의료인의 일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다양한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학교에 다닐 때는 학과의 이름, 과목의 이름으로 진로가 정해져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공부를 열심히 해서 다양한 도구와 실력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세상의 길은 전공이나 과목에 한정되지 않는다. 진로는 무한하고, 본인이 만드는 길이 새로운 길이 될 수도 있다.

본인은 현재 의료인으로 일하고 있지만 우는 아이를 달래는 유치원 선생님 같은 역할도 하고, 노약자를 돌보는 간병인 역할도 하고, 누군가의 진로 상담을 도와주는 상담가가 되기도 한다. 냉철한 경영인이 되어 면접을 보기도 하고 의료장비를 수리하는 기사 역할도 하고 있다.

직업의 이름이나 사전에 적힌 직업에 대한 설명 등으로 진로가 정해지지 않는다. 직업의 이름이 같더라도 각자가 하는 역할은 모두 다르다. 수많은 사람들은 모두 조금씩 다른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본인만의 분야를 찾아내면 그것이 진로가 되는 것이다.

 

보리움법률사무소 박의준, 장지현 변호사

박의준 변호사, 장지현 변호사
ⓒ유신혁 기자

현재 하고 있는 일은

박의준 변호사(이하 박): 변호 사업과 소프트웨어 개발업, 두 가지를 하고 있다. 주로 진행하는 일은 법률 소송 시스템을 자동화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서 운영하는 일이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웹 사이트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소송 중에서는 법원에서 원고와 피고가 다투는 경우도 있지만, 돈을 빌려주었는데 못 받은 경우, 임금을 지불받지 못한 경우 등 다툴 필요가 없는 것들도 있다. 그런 경우에는 지급명령이라는 단순화된 절차를 이용할 수 있다. 재판을 진행하지 않고 서면으로만 이루어지는 절차이다. 필요한 정보를 입력하면 이 절차를 자동으로 처리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문서 생성 등은 자동으로 진행되고, 법원에 연동되는 시스템도 어느 정도 마련되어 있다. 민사 소송을 자동화하는 시스템도 개발했으며, 머신 러닝이 적용된 가압류 자동화 시스템 등 더욱 복잡한 경우에 대한 소프트웨어도 개발하고 있다. 이 시스템에서는 특정 사안에 대해 가압류가 결정될 확률 등을 계산해서 보여준다. 

또한, 실제 소송도 진행하고 있으며 회사 등에 대한 법률 자문 역시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직접 개발도 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법률 지식을 이용해서 시스템을 설계하고 개발자에게 전달하는 일을 주로 하려고 한다.

 

대학생 시절을 어떻게 보냈는지

박: 전기및전자공학과와 물리학과를 복수전공했다. 학교에 열심히 다녔으며 운동을 많이 했던 것 같다. 평범하게 학교를 다녔다. 전공에 관심이 많아서 수업을 많이 들었다. 법이나 의학 등 다른 분야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당시의 전공이 가장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장지현 변호사(이하 장): 원래는 대학원에서 박사까지 할 생각이었다. 바이오및뇌공학을 전공했으며 부전공으로 전산학을 공부했다. 통기타 동아리 여섯줄에서 활동했다. 

 

법조인이 된 계기는

박: 삼성에서 표준화 관련 일을 하다가 잘 진행되어서 미국에서 특허 관련 일을 하는 변호사들과 일을 했다. 그러다가 변호사들이 법과 관련된 직업을 가져볼 것을 제안했다. 공학자로서 보람 있는 일들을 이미 해봤다는 생각도 들었고, 공학자로서의 전문성을 버리지 않으면서 새로운 일을 해볼 수 있겠다는 마음도 생겨서 지금의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장: 대학원에 진학했는데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느꼈다. 전문연구요원 등으로 일하면서 근로계약, 임대차계약 등 여러 계약을 실제로 겪으며 법에 관심이 생겼다. 그래서 로스쿨에 입학했고, 법조인의 길을 걷게 되었다.

 

학교에 다닐 때 학생들은 주로 어떤 진로로 진출했나

박: 본인은 96학번이다. 당시 대부분 대학원에 진학했다. 다들 전공에 따라 공부를 이어가는 분위기였다. 의대에 진학하는 친구들도 일부 있었지만 흔하지는 않았다.

장: 본인 학번(09학번) 위아래로 전문대학원에 많이 진학했다. 의학전문대학원, 법학전문대학원에 모두 많이 진학할 때라서 못해도 30~40% 정도는 전문대학원에 진학했다. 당시에는 부정적인 여론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 시기에 굉장히 많은 학생들이 의료와 법조 관련 진로를 선택해서, 이후 이러한 상황을 지적하는 기사가 나오기 시작한 것 같다. 

 

법조인이라는 진로가 가지는 특성

장: 법조인들은 보통 글을 많이 쓴다. 대부분의 일이 글 쓰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진로를 가질 계획이라면 생각하는 것보다 글을 많이 쓰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 좋다. 

또한, 아주 다양한 일들을 할 수 있는 직업이다. 로펌에 취직하거나 사무실을 개업하는 일 말고도 공공기관에 자문위원으로 취직할 수도 있고, 리걸테크(Legal Tech) 관련 일을 할 수도 있다. 변호사 자격증을 가지고 법조 기자로 일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듯 법에 대한 지식을 기반으로 할 수 있은 일이 매우 다양하다.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박: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은 좋지만, 다양한 전문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기회가 있을 때 이러한 지식과 경험을 쌓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장: 원하는 진로에 적극적으로 도전했으면 좋겠다. 학부를 졸업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니, 하고 싶은 일에 망설임 없이 도전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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