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발 맞춰 나아가는 법
상태바
반려동물, 발 맞춰 나아가는 법
  • 윤아리영 기자
  • 승인 2020.03.17 18: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혜수 기자

2017년 1월 개봉한 영화 <베일리 어게인>의 주인공이자 사랑스러운 반려견‘베일리'는 생을 마감할 때마다 또 다른 강아지로 태어나게 된다. 떠돌이 개의 삶을 살기도 하고, 개 사육장에서 생을 마감하기도 하고, 집안의 반대로 평생을 목줄에 묶여있다가 끝내 유기되기도 한다. 인간의 이기심에 따라, 베일리의 모든 삶은 너무나도 쉽게 변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원망하거나 그리워하지 않고, 이번 생의 주인을 오롯이 사랑하는 베일리의 모습에 우리는 눈물을 짓는다. 그의 한결같고 사랑스러운 모습이 우리의 모든 반려동물을 투영하기 때문일 것이다. 평생 헌신적이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반려동물들을 위해, 우리는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그동안 외면해온 불편한 진실에도 눈을 떠야 할 것이다.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

반려동물과 인간의 관계는 오랜 시간을 거쳐 변화해왔다. 인간은 수 세기 전부터 유용성이 아닌 친밀함을 목적으로 동물들을 길들였다. 최초의 애완동물인 개는 약 15,000년 전부터 사냥을 목적으로 길들였다. 사냥꾼은 파트너인 개와 친밀한 관계를 발전시켜, 반려와 사냥 두 가지 역할을 모두 수행하게 했다. 로마와 아스테카 제국에서는 야생에서 새를 잡아 길렀고, 이집트인은 고양이를 숭배의 대상으로 곁에 두었다. 로마인들은 애완동물이 사후에도 주인을 따라간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주인이 죽으면 애완동물도 함께 죽이는 경우도 있었다. 동양권에서는 정원에 관상용 물고기를 풀어놓았고,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은 딩고와 왈라비를 애완동물로 길렀다. 

비교적 최근까지 동물들은 애완의 목적으로 우리의 곁에 있었다. 애완동물은 사랑 애(愛), 희롱할 완(玩)을 사용해 ‘인간이 즐거움을 위해 사육하는 동물’이라는 의미였으며, 애완동물을 지칭하는 ‘Pet’은 15세기 영국에서 ‘버릇없는 아이’를 의미하는 단어였다. 1983년 10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국제 심포지엄에서 애완동물(Pet)이 아닌 반려동물(Companion Animal)이라는 단어가 처음 제안되었다. 반려는 짝 반(伴), 짝 려(侶)로, 더불어 살아가는 동반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동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느리지만 꾸준히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다.

 

반려동물 시장의 확장

그리고 현재, ‘반려동물 천만시대’에 도달했다. 사람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1인 가구의 급증과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반려동물 보유 가구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18년 통계청 인구 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반려견을 양육하는 가구는 454만 가구, 반려묘를 양육하는 가구는 112만 가구로, 둘을 합하면 전체 2,000만 가구의 4분의 1이 넘는다. 고슴도치, 도마뱀, 곤충 등 다양한 반려동물을 보유한 가구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반려동물용 제품 및 서비스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반려동물 시장의 규모도 매해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17년 2조 3천억 원을 기록했으며, 2027년에는 6조 원에 다다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가장 큰 미국의 경우, 지난해 약 80조 원의 규모에 육박했다. 
관련 제품 및 서비스의 범위 또한 점점 확장되고 있다. 초반 반려동물 산업은 사료, 약품, 우리 등의 기본적인 제품으로부터 시작했지만, 현재는 미용, 보험, 호텔, 장례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에 걸쳐 폭넓게 이루어지고 있다.

 

네가 있어서 행복해

사회적 고립감과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반려동물은 훌륭한 정서적 동반자가 되어준다. 오늘날 많은 학자들이 반려동물의 긍정적 영향에 찬성하지만, 비교적 최근까지만 해도 반려동물과의 상호작용이 인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었다. 동물행동학의 창시자 콘라트 로렌츠는 반려동물을 ‘사회적 기생충’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반려동물이 인간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귀여운 얼굴로 진화했으며, 우리는 이들을 우리의 욕망대로 의인화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연구 결과는 반려동물이 인간에게 신체·심리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말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 병원에서 심장병 환자 76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도우미견과 함께한 그룹의 불안감, 스트레스, 맥박, 혈압 등이 큰 폭으로 개선되었다. 2018년 한국펫사료협회의 설문에 따르면 반려동물이 소유주의 외로움이나 스트레스 감소 등에 도움을 주며, 반려동물 소유주의 75.6%가 생활에 있어 가장 기쁨을 주는 대상이 반려동물이라 답했다.

학자들은 반려동물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이유를 밝히기 위해 몰두했다. 그 결과 몇 가지 이론을 발전시켰는데, 생물학자인 에드워드 윌슨이 1984년 도입한 생명애 가설은 인간과 동물이 본능적으로 서로에게 끌린다고 주장한다. 이 가설은 인간과 반려동물 간의 유대감의 이유와 인간의 문학, 예술 등에서 동물이 큰 역할을 차지했던 까닭 또한 설명한다. 1994년 돈 드레넌 갈라가 주장한 사회적 지지 이론은 우리에게 사회적 접촉에 대한 욕구가 있기에 결혼, 교회, 사회단체 등의 사회활동이 만족감을 준다는 이론이다. 이에 따르면 반려동물 간의 상호작용이 우리의 사회적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책임 앞에 등을 돌리다

위의 가설이 맞다면, 우리는 반려동물을 진심으로 대해주는 것만으로도 정서·사회적 지지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반려동물 보유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반려동물이 가져오는 긍정적인 효과에만 치우쳐 충분한 지식과 책임감 없이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바쁘거나 귀찮다는 이유로 분리 불안 장애를 겪고 있는 반려견을 하루 10시간 이상 홀로 방치하거나, 잔혹하게 학대하고 유기하기도 한다. 

유기되는 반려동물 수는 해마다 증가하여, 우리나라에서는 해마다 10여만 마리, 미국에서는 매년 600만~800만 마리의 개와 고양이가 유기되고 있다. 우리나라 동물보호법 제20조 1호에 따르면, 유기동물이 공고한 날로부터 일정 기간이 지나면 지자체로 소유권이 이전되며, 안락사 처리가 가능하게 된다. 이렇게 유기된 동물이 주인을 다시 찾는 비율은 약 20%에 불과하고, 절반가량이 자연사하거나 안락사당한다. 안락사 처분을 받은 동물 중 절반 이상이 한 달 이내에, 17%가량이 일주일 내로 생을 마감한다. 

또한, 많은 동물이 주인의 폭력으로 생을 마감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4년부터 5년 동안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이 3.3배 증가하였다. 일부 사건은 미디어에 보도되어 대중의 지탄을 받고 정당하게 처벌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동물은 학대자의 손에 살해되거나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고통받는다. 동물을 향한 폭력은 인간을 향한 폭력과도 강한 상관관계를 맺는다. 캐나다의 한 연구에서는 동물 학대로 체포된 자의 70%가 과거에 인간에게 폭력을 행사한 적 있으며, 대부분의 동물 학대자가 체포된 후 10년 이내에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른다고 보고했다.

 

순종의 불편한 진실

폭력을 행사하거나 유기하는 직접적인 학대가 아니더라도, 직간접적으로 인간의 편의를 위해 반려동물들을 멋대로 변형시키는 사례는 많다. 이웃에게 피해가 간다는 이유로 성대 수술을 시키거나, 미용 목적으로 귀와 꼬리를 잘라내고, 염색과 성형을 시킨다. 오로지 금전적인 이유로 강아지 공장에서 대량으로 강아지를 생산한 후 열악한 환경에 방치한다. 

가장 잔혹한 행동은 혈통 유지를 목적으로 근친교배를 하는 것이다. 근친교배를 반복하게 되면, 돌연변이의 발생률이 높아져 건강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사람 간의 근친혼은 금지된 지 오래임에도 불구하고, 품종개량을 위한 근친교배는 아직 자행 중이다. 찻잔에 들어갈 만큼 작은 티컵 강아지는 몇 세대에 걸친 근친교배의 결과다. 그들은 입양될 때까지 작은 체구를 유지하기 위해 죽지 않을 만큼의 사료를 입가에 묻혀주는 식으로 끼니를 연명한다. 평균적인 개의 수명이 15년인데, 건강한 티컵 강아지의 경우 수명은 고작 5년 정도이다. 

불도그 또한 반복된 근친교배의 피해자다. 주름 때문에 피부병에 항상 노출되어 있으며, 호흡곤란, 부정교합, 고관절 이형성증을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나 다른 견종보다 두 배 이상 빨리 사망한다. 또한 골든레트리버의 60%는 암으로 사망하며, 몰티즈는 유전적으로 심장과 관절이 약하다. 사람들의 순종에 대한 무조건적인 선호로 인해, 근친교배의 악순환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박혜수 기자

어울려 살기 위해

반려동물과 인간이 모두 행복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사회적 문제들을 선제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정책과 사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 제도가 필요하다. 반려동물의 역사가 오래된 유럽 등은 시험을 거쳐 일정 자격을 취득해야만 동물을 입양할 수 있다. 또한, 입양 후 반려동물 보유세를 납부해야 한다. 입양에 대한 진입장벽을 높여 반려동물들에게 좋은 반려인을 찾게 해주기 위함과 동시에, 걷은 세금은 동물 복지시설 확충 및 운영 비용으로 쓰이게 된다. 이에 선행돼야 하는 것은 반려동물 등록제다. 반려동물과 반려인에 대한 정보를 등록함으로써 실종 및 유기의 비율을 줄이기 위함이다. 

네덜란드와 독일에서는 이미 반려동물의 근친교배를 금지했으며,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애완동물 가게를 통한 분양을 금지했다. 품종견을 대량생산하기 위한 잔혹한 교배행위를 제한하기 위해서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포인핸드 등의 단체가 ‘사지 마세요, 입양하세요’라는 슬로건을 걸고 보호소에 버려진 동물들과 입양자들을 적극적으로 연결해주고 있다.

 

불과 한 세기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학대와 유기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했지만, 이제는 모두가 입을 모아 그것이 잘못되었음을 외치고 있다.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은 느리지만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행복한 반려동물의 삶을 위해서는 그들의 이면을 직시하고, 그들을 보호해주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반려동물을 상품화, 타자화시키지 않고 감정을 가진 존재로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 힘껏 사랑해주는 것이다. 그들이 우리를 대하는 것처럼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