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멘데스 -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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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 대해 생각할 때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장면은 전진의 순간이다. 전쟁 속에서 전진하는 인물의 앞에는 물리쳐야 할 적이 있고, 뒤에는 지켜야 할 고향이 있다. 인물이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는 구조, 체제, 혹은 이념에 의해 만들어진다. 철저히 집단적이고 거시적인 전진의 과정 속에서 군인 각자의 개인적 삶과, 전쟁터 한편에서 삶을 이어나가는 수많은 작은 존재들은 보조적 요소로 전락한다. 전쟁을 직간접적으로 다룬 많은 작품이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전쟁을 묘사해왔다.

<1917>은 이러한 일반적 전쟁 서사의 구조와 형식을 따라가지 않는다. 이 영화는 전진하는 인물이 아닌, 측면을 향해 달려가는 인물을 보여준다. 주인공 블레이크와 스코필드는 적진을 향해 나아가는 인물이 아니다. 이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아군의 다른 부대에 편지를 전달하는 일이다. 편지는 예정되어 있던 공격을 중단하라는 명령을 담고 있다. 두 사람은 물리적인 진행 방향을 보아도, 그들의 행위가 궁극적으로 의도하는 바를 생각해 보아도 적진을 향한 전진의 방향과 정확히 수직으로 달려간다.

측면을 향하는 영화의 시선은 전쟁을 그려내는 데 있어 부차적이라고 여겨졌던 것들을 이야기의 중심으로 옮겨낸다. 군인이 내뱉는 지친 숨, 망설임과 두려움으로 주저하는 발걸음, 전쟁의 양상과는 관계없이 여전히 같은 속도로 흐르는 시간, 이 모든 것들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이다. 영화는 전쟁의 역사적 맥락이나 전쟁을 둘러싼 정치적, 사회적 흐름에 주목하지 않는다. 전쟁은 개별적 삶의 배경으로 남겨두고, 영화는 자연스럽게 전쟁 그 자체가 아닌 전쟁 속에서의 삶에 대해 논한다.

<1917>은 영화 전체가 컷 없이 하나의 테이크로 촬영된 것처럼 보이게 하는 원 컨티뉴어스 숏(One Continuous Shot) 기법이 사용된 영화다. 이를 비롯한 기술적 성취로 이 영화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상, 시각효과상, 음향효과상 등 기술 부문의 상들을 가져갔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주목할 점은 기술적 성취에 국한되지 않는다. 영화가 보여주는 일련의 기술적 특성들은 영화의 주제의식과 밀접하게 닿아 있다. 영화는 스크린 속에서의 시간과 관객의 시간이 일대일로 맞물리게 함으로써 전쟁터에서의 삶을 가감 없이 전달한다. 이러한 형식과 주제의 조응을 통해 <1917>은 강렬한 영화적 체험을 선사하며, 전쟁을 바라보는 신선한 시각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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