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에 새겨진 인류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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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에 새겨진 인류의 기억
  • 변성운 기자
  • 승인 2020.03.17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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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아 세인트 클레어 - '총보다 강한 실'

글을 뜻하는 영어 단어 ‘Text’는 직물을 의미하는 ‘Textile’과 같은 어원에서 왔다. 옷은 시간에 따라, 지역에 따라 환경에 가장 적합한 형태로 다양하게 변화하며 인류의 삶과 상호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았으며, 그 영향은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언어에도 스며들어 있다. 옷은 인간이 누린 가장 오래된 문화이며, 인문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책은 옷이 인류사에 가한 영향력을 다양한 사례와 함께 조명한다. 식물 섬유로부터 실을 뽑게 되는 과정을 파헤치고, 중국의 비단, 잉글랜드의 양모 등 섬유와 옷감이 문화권의 발달에 미친 영향을 소개한다. 옷감은 국가 간, 혹은 대륙 간 교역의 핵심 물품이었고, 때로는 국가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핵심 자원이었다.

옷은 다양한 문화권에서 신분의 표출과 과시의 목적으로 소비되기도 했다. 다양한 신분제 문화권에서는 신분마다 입을 수 있는 옷의 색이 달랐다. 유럽의 지배층은 권력과 부를 과시하기 위해 만들기 어렵고 화려한 레이스를 옷에 주렁주렁 달고 다녔고, 실크로드를 통해 거래되는 비단에 비싼 값을 치렀다. 전근대까지의 옷 문화는 지배층의 사치를 통해 역사 속에서 발전하였다.

황금 양의 털은 고대부터 다수의 문화권에 신화로 나타난다. 가장 잘 알려진 신화는 황금 양털을 구하기 위해 원정을 나선 이아손의 모험 이야기이다. 고대에 황금 실은 대단한 사치품으로 취급되었으며, 주로 왕들의 옷을 장식하는 데 쓰였다. 황금실로 짜인 옷까지는 아니더라도, 좋은 옷에 대한 욕망은 예나 지금이나 같았다. 옷을 향한 관심은 새로운 옷감의 발견과 교역의 활성화, 더 나아가 역사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역사를 이해하면서 군사 기술의 발전과 그로 인한 국가 간 역학 관계 변화를 토대로 인과 관계를 해석하는 것이 많은 역사서의 관점이라면, 이 책은 옷 문화의 발전과 역사의 흐름을 엮어서 설명한다. 옷은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모습을 구별하기 위한 도구로, 귀중한 무역자원으로 역사 속에서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역사의 전체적인 흐름과 영향을 주고받았다. 긴 세월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역사서와 같이, 옷은 인류의 기억을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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